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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속에 잠겨 보는 하루를 보내볼까?<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04.21 11:11

시각은 분리하고 청각은 합체시킨다. 시각에서는 보는 사람이 보는 대상의 외측에 그리고 그 대상에서 떨어진 곳에 있음에 반해서, 소리는 듣는 사람의 내부로 쏠려 들어간다. 메를로 퐁티가 말한 바와 같이 시각은 사물을 토막내어 감지한다. 시각은 인간에게 한 때에 한 방향으로밖에는 감지할 수 없게 한다. 즉 방을 본다거나 풍경을 보려면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들을 때에는 동시에, 그리고 순간에 모든 방향으로 소리가 모여 온다. 즉 우리는 자신의 청각 세계의 중심에 있다. 그 세계는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는 감각과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이다. 소리의 이러한 중심화 효과를 하이파이 스테레오는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이용한다. 우리가 듣는 것 속에, 즉 소리 속에 잠길 수는 있으나, 마찬가지 방법으로 시각 속에 잠길 수는 없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기면서, 오늘은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기다려보는데 막바지에 나오는 ‘하이파이’에 그대로 꽂힌다. 처음에는 며칠 전 음독(音讀)이 주었던 감동의 울림이 살갗을 파고들었는데, ‘하이파이’에 직면하면서 과거의 모습이 불현듯 치고 올라왔다. 첫 직장인 사보 편집대행회사를 4달 다니고 난 뒤 곧바로 취직한 곳이 ‘하이파이저널’이라는 음악기기 전문 잡지사였다. 내가 이 분야에 대해 잘 알아서 채용된 것은 아니었다. 독립한 사장님에게는 저렴한 비용의 원고 심부름꾼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무튼 3달 준비해 창간호를 내고는 그만두었는데, 그곳 경험 중 문득문득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그것은 시각보다 청각이었다. 무허가 옥탑 사무실을 쓰던 건물 지하에는 클래식 음반 가게가 있었다. 사장님과 친분이 두터운 곳이라 나는 무시로 들락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파장 무렵 손님이 없을 때 음반 사장님이 나를 소파에 앉히고는 음악을 들어보라고 했다. 어제 도입한 스피커이니 어떤지 평가도 부탁했다. 아, 문외한인 내가 어쩌지. 일단 들어보았다. 바흐의 칸타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 잠시 듣고 있는데, 뭐라 표현은 못 하겠다. 다만 악기, 목소리 등이 근원적으로 합체된 소리가 준 그때의 울림이 내 심장 어딘가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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