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이야기 인터뷰 단신
여성 is 뭔들![에큐 기획 인터뷰 ④] 감신대 이은재 전 총여학생회 회장
김령은 | 승인 2016.04.25 11:09

지난 해, 이규학 전 감신대 이사장(당시 감리교 감독회장)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교계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감독회장이었던 이 전 이사장이 3월 보직교수 등이 참석한 모임에서 쏟아낸 발언이었다. 

“여자 목사들은요, 남자들한테 치여 가지고 올라가지 못해서 원한이 꽉 차가지고 불독 같이 생겼지. 여자 목사들은 다, 왈,왈,왈. 조심해야해.”

그런데 이보다 더 화제가 됐던 것은 이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한 감신대 총여학생회의 응답이었다. 이 전 이사장의 막말에 감신대 총여학생회는 ‘미래의 불독’으로서 응답했다. 

'개소리'로 가득한 감신대 총여학생회 성명서

‘개 소리’로 가득한 성명서를 읽으며 사이다를 마신 듯한 기분이 들었던 건 나뿐이었을까? 이 유쾌한 투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감신대 총여학생회 전 회장인 이은재 씨.

은재 씨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에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일반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감신대 신학과 12학번 이은재입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일반 학생이에요. 지난학기에 졸업했어야 하는데 아직 한과목이 남아서 그걸 채우느라...일주일에 하루만 학교에 가는 막 학기생이에요. 알바도 하면서 이것저것 다른 활동도 하고 있어요.”

은재씨는 작년 이맘때쯤 감신대 학내 사태 해결을 위해 종탑에 올라갔던 ‘여’신학생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에 비해 관심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감신대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은재씨를 포함해 함께 투쟁했던 학생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법률적인 문제는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학내사태가 발발하고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은재씨는 작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인터뷰는 편안한 대화형식으로 진행됐다. (굵은 글씨는 필자)

이은재 씨 ⓒ에큐메니안

은재씨가 총여학생회 회장이 된 당시 감신대는 정관부터 교원인사 까지 이사장의 ‘입맛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은재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신대가 이사장 학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사장 중심의 인사, 이사장 중심의 행정, 불법적인 녹취...이 모든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법인처를 점거했고 이 사건 때문에 고소를 당했어요. 그런데 이사장님께 더 실망스러웠던 건, 사건 직후 고소를 한 게 아니라 고공농성을 하면서 언론에 화제가 되고 알려지자 고소를 했다는 점이에요.” 

당시, 점거 이후로 학생들의 관심도 희미해져가던 차였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동국대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은재 씨는 학생, 동문 목회자들에게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종탑에 올라가 이사장이 사퇴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투쟁했다. ‘남’학생이 아닌 ‘여’학생이어서 사람들은 더 주목했다. 

“여성이어서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노린거죠. 그런데 ‘여성도 투쟁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보다는, 제 개인의 문제로 여겨진 경향이 있어서 좀 아쉬웠어요.”

- 개인적으로, 은재씨의 투쟁을 보면서 여성으로서 속 시원했던 경향도 있었어요. ‘여성은, 여학생은 이정도만 해도 돼’ 라는 생각이 저에게도 있었거든요. 

“‘여학생은 이정도만 해도 돼’라는 생각으로 크게 후회했던 경험이 있어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친구들이 세종대왕상에 올라갔을 때, 저는 함께 올라가지 않고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전달하고 사진 촬영하는 일을 했는데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됐어요. 자존심도 상했어요. ‘내가 왜 올라가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런 경험들 때문에 종탑에 오르는데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일부 여성들이 스스로 규정짓는 ‘한계성’에 대해 은재씨는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설명헀다. 

“여성들이 자신을 한계 짓는 것은 역사적으로 여성들이 경험에서 비롯된 거에요. 1차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의 참정권 운동이었어요. 2차 페미니즘 운동은 흑인해방운동을 하는 진보적인 그룹 안에서도 여성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에 대한 반발로 일어났어요.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이 동등한 인간으로 인식되기까지의 역사에요.” 

- 페미니즘에 원래 관심이 많았나요? 

“진보적인 그룹 내에서 활동하면서 그 안에도 여성억압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번 씩 원인모를 ‘기분 나쁨’이 있었고 남자친구들과 싸우게 되는 거에요. 처음엔 ‘내가 이상한건가?’ 싶었어요.

한번은 진보성향을 가진 교수님이 여성 비하적인 글을 SNS에 올려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댓글을 달자, 그 밑에 남자 친구들이 ‘은재야, 니가 민감하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어요. 그 교수님도 ‘니가 기분 나빴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셨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았어요. 이런 경험으로 혼란스럽던 차에 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에 계신 여성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2013년에 열렸던 WCC 여성사전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여성, 페미니즘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후로 페미니즘 수업도 찾아듣고 혼자 공부도 했어요. 그러면서 총여학생회도 하게 된거에요. ” 

- 페미니즘을 공부한 여성이라고 하면, ‘기가 세다’는 선입견 때문에 불편한 적은 없었나요? 

“실제로 그런 성격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냥 여학생회장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것도 사실은 차별적인 인식인데, 저는 그게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나라는 존재가 어떤 모임에 있어서 여성 비하적, 억압적 발언에 대해 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더 좋아요. 저를 ‘기쎈 여자’로 보는 것이 차라리 나아요. 일부러 그런 티를 팍팍 내려고 노력하는 중이이에요. 그렇게라도 해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억압하는 발언이 아예 없어지는 게 나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그것조차 안 통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는 지 고민이에요.” 

 

인터뷰가 진행된 서대문 인문학서점 'Red Books'. 은재씨는 이곳 후원인으로, 주로 이 곳에서 글을 쓴다 ⓒ에큐메니안

- 지난해 까지 감리교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일했다고 들었어요. 감리교 안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총신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아마 가장 보수적일 거에요. 그런데 그 안에서 스펙트럼이 다양해요. 보수적인 목사님도 있고, 진보적인 목사님들도 있고. 그런데 그 와중에 여성 목사님들은 별로 없어요. 여자 신학생도 마찬가지고요. 전체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요. 2014년 기준, 7%정도 된다고 알고 있어요. 신학교의 경우 여학생이 30%정도를 차지하는데 여성 목회자가 7%에 그친다는 것은, 올라가는 과정에서 성차별이 심하다는 증거죠.”

- 감리교 교회 현장은 어떤가요? 

“모교회도 감리교단 소속이었는데, 자라오면서 여성 사역자를 본 기억이 없어요. 대학교 1학년이 돼서야 여자 전도사님이 한분 오셨어요. 전도사로 일했던 교회에서는 그래도 부부 목사님이 계셨고 또 제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특별한 케이스에요. 그래도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에큐메니컬 운동을 하시는 여성 목사님들이 많이 계세요. 특히 조화순 목사님은 감리교의 자랑이시죠. NCCK 여성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신 최소영 목사님도 계시고.”

- 학교 안에서는 어떤가요? 성차별에 대한 교회현장과 신학교 사이에 온도차는 없나요? 

“신학교 안에서 여학생들이 ‘성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별로 느끼지 못해요. 여성에 대한 이슈, 그러니까 페미니즘이나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 현장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는 책모임을 만들었어요. 작년에 만들어진 '독(讀)한여자들'이라는 책모임이 올해도 '펨이즈뭔들'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어요.”

감신대 총여학생회 책모임 '펨이즈뭔들' 홍보 포스터

‘펨 이즈(is) 뭔들’이라는 ‘핫한’ 이름의 여학생회 책모임의 참여자중 30%는 남자다. 남학생들이 은근히 관심이 많다고. 

“지난 해가 ‘여혐’, ‘여혐혐’등 여성이슈로 뜨거웠던 해여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페미니즘이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특히 남성들에게, 하나의 악세서리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진보적인 것을 표방하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자’라고 하면 그만큼 ‘열린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사용되곤 하거든요. 처음엔 이런 것이 너무 싫었는데, 요즘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너 페미니즘 몰라? 그래도 일상생활 가능해?’ 라는 인식이 누구에게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질문에 은재씨는 “목사가 되고 싶지만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교회가 좋고 여성이 좋아요. 교회와 여성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교회 안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는 아닐 것 같아요. 여성단체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요. 더 살아보면서 경험하면 구체적으로 알게 될 것 같아요.” 

남성이 중심이 되어 여성이 배제되어 온 오늘날의 한국 교회. 그 거대한 탑에 은재씨는 다시 한번 올라갈 준비 중이다. 탑 위에서 은재씨가 바라보는 세상, 그리고 교회가 들쑥날쑥 하지 않은, 평평한 땅이길 바래본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2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