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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경제협력 레짐 – ASEAN+3을 향하여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상상들 (5)
이찬수 | 승인 2016.04.25 15:03

오늘날 아시아 각 지역은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공유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같은 한자문화권에서 속해 있으면서 종교, 사상, 문화적으로 많은 내용을 공유해왔다. 이에 대한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전문적 연구들을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러한 때에 성공회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공동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로 나아가려는 목적의 강좌를 개설했다. 종교, 사상,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동아시아의 비슷한 세계관과 공동의 가치를 의식하면서 ‘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과 의미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강좌다. 강좌명은 <아시아공동체론>(책임교수: 이찬수)이다. 

이 강좌에서는 강사진의 절반 이상을 중국, 일본 등 해외 학자로 구성하고 있다. 에큐메니안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이 강좌의 요지를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함으로써 동아시아적 공동 가치를 탐색하는 다양한 안목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김영완 교수 ⓒ이찬수

아시아 공동체론 다섯 번째 강의에는 김영완 교수(중국, 산동대 법학원)가 참여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구축을 위한 동아시아 경제협력 레짐에 대해 소개했다. 다음은 김영완 교수의 강의를 정리한 내용이다.

먼저 강의를 하기 전에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가까이만 보려하지 말고 멀리서 보자. 아시아 공동체의 여러 가지 형태와 기존의 공동체부터 소개하려 한다. 아시아 공동체와 국제관계 이론에는 크게 현실주의, 자유주의, 국제레짐이론, 마르크스주의, 기능주의, 신기능주의가 있다.

아시아 공동체와 국제관계 이론

우선 현실주의(Realism)는 멀리 보지 못하고 남을 믿지 않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무정부 사회라고 생각하며 국가만이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주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의 행위는 국가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공동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는 동북아시아의 지역공동체가 아직 없는 것을 설명하기 아주 좋은 이론이다. 

다음으로 자유주의(Liberalism)는 국제관계의 주체가 국가가 될 수 있고, 국제기구도 될 수 있고, NGO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제레짐이론(International Regime Theory)은 어떨까. 레짐이란 하나의 시스템이다. 제도화된 국가 간 행위를 중시한다. 갈등이 발생하면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제도화와 기구화를 통한 국제협력의 체계화를 중시한다. 이를 위해 UN이나 각종 국제기구의 역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가기구는 하나의 제도화된 레짐이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중에서 협력적 레짐이 아주 중요하다. 협력적 레짐이란 이해관계자가 서로 이해득실을 계산해서 함께 이익을 보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Marxism)에서는 국가가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제기구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또한 시민단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에도 시민단체는 정부가 만든 것일 뿐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소련이 붕괴되고 북한의 이미지가 하락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의한 아시아 지역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기능주의(Functionalism)는 여러 가지 기능을 발휘해서 국가 간 통합을 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경제, 과학, 복지 등 ‘비정치적’ 분야의 상호의존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상호 의존도가 증대되고 정부 간의 망이 형성된다. 이 망의 형성비용이 전쟁으로 적대시하는 비용보다 적게 든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익을 위해서도 전쟁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지역통합이 발달된 자유민주적 자본주의국가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신기능주의(Neo-Functionalism)는 기능주의의 비정치적 분야 교류를 비판하며 나온 것이다. 기능주의에서 아무리 ‘비정치적’인 분야 간에 교류를 해도 결국 정치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능주의가 내세운 것은 무엇보다 경제교류를 활발히 하자는 것이다. 큰 돈이 움직이려면 정부 허가가 필요하고, 정부 당국 간의 정치행위에 파급효과가 커지게 된다. 즉, 정치적 통합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 지역공동체 및 협정

경제공동체만 말하면 감이 오지 않기에, 이번에는 먼저 전 세계적 지역공동체 및 협정을 조감해보려고 한다. 지역적으로 유럽에서는 EU(유럽연합)와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그리고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이 있다. 아프리카에는 AU(아프리카 연합), 미주에는 NAFTA(북미자유무역 협정)와 OAS(미주기구),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경제기구가 있다. 아시아의 경우에는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과 ASEAN+3(한중일), AEC(아세안 경제공동체), 그리고 RCEP(아시아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가 있다. 

그리고 대륙간 공동체로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과 아랍연맹(북아프리카-아라비아 반도),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CIS(독립국가 연합: 구소련 국가들), 지중해 연합(유럽-북아프리카-서아시아),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그리고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유라시아-오세아니아-미국)가 있다. 

국제경제협력의 이득과 동북아 안보레짐

냉전시기에는 안보가 생존의 문제였다. 냉전 이후에는 선택의 문제가 됐지만 말이다. 냉전시기 당시에는 제로섬(Zero-sum)게임이었으며 경쟁비용이 너무 높았다. 이에 비해 국제경제협력은 삶의 질의 문제이며 국가 간의 윈-윈이 가능하다. 또한 경쟁보다 협력으로 얻는 이득이 안보에 쏟는 비용보다 크다. 또한 국제경제협력을 했을 때 경제유대가 증가하고 안보위협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도 사라지면 경제적 연결고리가 상실되어, 안보위험까지 증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얘기를 할 때는 ‘동북아 안보레짐’을 빼놓을 수 없다. 동북아시아의 포괄적인 지역협력을 위해서는 안보레짐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동북아 안보 레짐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들이 필요할까? 

ⓒ이찬수

동북아 안보레짐을 위해

우선 일본과 중국간 군비통제 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는 서로 부딪히면 폭발할 것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북아의 교류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개발 저지와 육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며,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 역시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는 정권별로 아시아 공동체관이 점점 더 협소해지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세계화를 중시했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까지 하며 APEC 중심의 ‘아태시대’가 도래한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태국 발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회의론이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동아시아 전체에서 동북아시아로 축소됐다.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남북협력 자체가 퇴보했다. 

동북아와 동남아를 아우르는 ASEAN+3(한중일)의 길

동아시아에는 종교, 정치체제, 국가의 크기가 정말 다양한 나라들이 모여 있다. 우선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이 있다. 1967년 설립된 아세안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합으로서, 미얀마, 라오스,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 등이 있다. 동북아시아인 한국은 당연히 제외된다. 아세안의 경제규모로는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다음이다. 아세안의 경제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을 아세안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동북아와 동남아를 아우르는 공동체, 즉 ASEAN+3(한중일)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바로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돌아온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체제를 위해서는 우선 아세안+3부터 실현해야 한다. 

ASEAN+3 이외의 지역 레짐으로 ASEAN+6(한중일+인도, 호주, 뉴질랜드)도 있다. 하지만 나는 ASEAN+3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도만 하더라도 한국과 생각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 비빔밥에 고추장과 이런저런 나물과 섞으면 좋지만, 버터까지 넣으면 어색한 것처럼, 우선 아세안+3부터 활성화시키고, 그 뒤에 +6까지 천천히 이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ASEAN+3는 동아시아의 포괄적 지역협력을 위한 레짐이라고 할 수 있고, ASEAN+6는 안적 지역협력을 위한 보완적 역할의 레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레짐으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이 있다. 이것은 ASEAN 10개국+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총 16개국이 지역경제 통합을 위해 추진하는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서, 인구 기준 최대 규모(34억명)의 협정이다. 그 외에는 요즘 많이 나오는 2005년 출범된 TPP(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즉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으로서, 공산품, 농업 제품을 포함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자 한다. 이것은 중국주도의 FTA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주도의 협정이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는 무엇보다도 ASEAN+3 위주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는 무엇보다도 ASEAN+3 위주로 진행되어야 한다. 아세안+3에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한중일 정상회의, 그리고 ASEAN+3 정상회의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즉,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교류도 하되, 동남아시아 국가 간 경제교류도 할 수 있으며, 동북아시아 국가 간 경제교류 역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장관급 회의들 역시 열릴 기회가 많아진다.

EU의 경우에는 기독교라는 공통분모와 역사적 사회적 공통점,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ASEAN+3 국가들은 종교도, 역사도, 사회문화도, 경제체제나 크기, 체제도 가지각색이다. 여기서 경제공동체가 생긴다면 다원주의적 통합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동북아 중심적 지역주의는 기형적이고 편협한 지역주의다. 새로운 지역주의는 ‘동북아와 동남아를 포괄하는’ 광역적 동아시아공동체의 형성을 추구해야 한다. 

시야를 넓히자

넓은 중국 내에서 움직이는 것과 동남아시아에서 움직이는 것이 거리상은 별 차이가 없다. 너무 미국과 일본만 가려 하지 말고, 동북아만 보려고 하지 말자. 동남아 등에도 관심을 가지자. 한국을 포함하든 포함하지 않든, 적어도 3개 나라를 경험하며 자신을 훈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강의 수강생들의 Q&A

사회과학부 유연수 : 동남아와 동북아 간의 경제공동체를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경제공동체로 인해 발생되는 단점들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FTA 같은 경우도 농민은 물론 많은 민중들에게 위험과 문제를 낳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김영완 교수 : 우선 경제적으로 얻는 이득이 안보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더 많은지를 저울질해 봐야 한다. 만약 안보문제가 서로 없는 국가끼리라면 안보비용을 계산할 수 없으니 그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FTA의 경우 나라별과 사안별로 다른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FTA 계약이라는 것이 강대국의 정치적 압력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는 채널이 될 위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해야만 한다. FTA를 체결하면서 농산물 문제가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에는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니 품목이 몇 개인지, 어느 분야가 비관세인지 전부 봐야 하고, 서비스 분야 등의 산업체별로도 모두 봐야한다. 유심히 이익을 계산해서 가능한 그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부 김지윤 : 제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거기서 아시아인이라는 인식까지 넓혀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제 또래 다른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영완 교수 : 사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우리는 아시아 사람이라고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공부하던 시절, 일본 사람들이 자신들은 아시아 사람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모습들을 보았을 때 정말 이해가 안 됐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가령 일본을 극동아시아 지역이라 말하곤 하는데, 극동이란 Far-east의 번역어로서, 유럽에서 만든, 유럽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다는 지리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일본은 그런 관점을 벗어나서 자신들의 관점으로 유럽을 보았다. 그러니 아시아에 속했다는 생각을 한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위치를 유럽 기준으로 생각하는 수준에서 한국인의 눈으로 아시아를 다시 보아야 한다. 멀리 보면서 그들의 눈으로 한국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학과 김효정 : 저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은데요. 우리가 여행을 할 때는 풍경이나 음식 위주로 경험하다보니 넓은 시각을 소유하기 까지가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여행할 때에는 어떤 태도로 나라들을 방문해야 넓은 시각을 갖게 될 수 있을까요?

김영완 교수 : 일단 언어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외에 불교의 ‘관법’을 소개하고 싶다. 관법이란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빠져나와 마치 위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나도 이런 관점을 가지고 여행을 많이 하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게다가 관법을 응용하면 순간의 감정도 배제할 수 있고, 많은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정리: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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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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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섭 2016-04-26 19:39:22

    아시아가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물물교환이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으며 지금은 경제협력기구를 통해 국가 간의 공동체적 동맹을 좀 더 굳건히 하고 있다고 본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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