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계·교회 보도 단신
육우당 13주기, '혐오'아닌 '평화'를 말하는 열 세번째 봄'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기도회' 열려
김령은 | 승인 2016.04.26 13:44
육우당 13주기 추모기도회가 25일(월) 향린교회 향우실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육우당(六友堂). 묵주, 파우더, 녹차, 술, 담배, 수면제를 벗 삼던 스무살의 청년. 시조시인이었고 동성애자인권활동가였다. 육우당은 고인이 생전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실명으로 활동할 수 없어 사용하던 아호((雅號)다.  

육우당은 2003년 봄, 십자가와 성모상 그리고 유서를 남긴 채 그가 활동하던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해는 급작스레 찾아온 ‘젠더 이슈’로 대한민국이 소동하던 때. 어른들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동성애와 관련된 출판 및 간행물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검열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동성애는 창조질서의 도전이자 가정 해체의 원인이고, 에이즈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 시킨다”고 주장하며 성경에 기록된 ‘소돔과 고모라의 유황불 심판’을 운운하기도 했다. 

육우당은 한기총과 일부 개신교 단체에 맞서 “국가가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하는 것이 왜 규탄할 일이냐”며 인터넷, 잡지, 토론장에 투고하는 활동을 했다. 그는 ‘동성애자도 사람이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동성애를 혐오와 연결 짓는 세력과 싸웠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비난과 악성댓글이 그를 괴롭혔고, 그해 4월 그는 “아비규환 같은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육우당’은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되어 매해 봄마다 기억되고 있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되는 해로, 25일(월) 25개의 기독단체가 모여 향린교회 향우실에서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 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기도회에는 각 기독단체 회원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 김성실 씨(동혁군 어머니), NCCK 인권센터 박정범 목사 등이 참여했다. 

추모 기도회가 시작되는 7시 30분이 되자 향우실에 빼곡히 놓인 의자들은 만석이 됐다. 모인 이들은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입구에 놓인 색색의 장미로 육우당의 영정에 헌화했다. 

ⓒ에큐메니안

기도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수소자교회인 로뎀나무그늘교회 조이 씨의 인도로 시작됐다. 여는 기도는 육우당의 시조 ‘환생’을 함께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 혼은 꽃비되어 당신 곁에 내리는데
당신은 이런 나를 못 느끼고 계시군요.
임이여 내 속삼임에 귀 기울여 보아요!

육우당을 추모하는 기도를 비롯해 모인 이들은 고통을 기억하는 연대의 기도, HIV/AIDS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기도, 혐오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기도, 고장 난 사회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기도를 드렸다. 기도와 기도 사이엔 함께 노래도 불렀다. 밴드 ‘엔.소.이’와 로뎀나무그늘교회 다비드 성가대, 싱어송 라이터 시로(섬돌향린교회)가 노래로 연대했다. 

밴드 '엔.소.이'의 공연 ⓒ에큐메니안
NCCK 박정범 목사 ⓒ에큐메니안

“...이제 이 사회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고통 받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강자도 약자도 없는 주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은 여기 모인 우리들의 몫이에요. 예수님은 천국은 이 세상과 같지 않아서, 그곳에서는 남자도 여자도 없다 하셨지요. 그렇다면 이곳에는 어쩌면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양성애자도 범성애자도 무성애자도, 트렌스젠더도 젠더퀴어도, 없겠지요.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요. 동등하게 존중받고 서로 사랑하겠지요. 더 이상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슬퍼하는 이들도 없겠지요...” - 추모기도 중

“...솔직히 HIV/AIDS 감염인들을 위한 기도를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네요. 도대체 저는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좋은말, 멋진 말들, 감동이 되는 말들을 늘어놓을까요, 아니면 그들을 불쌍한 사람으로 몰아 놓고서 ‘나는 그런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들과 함께 싸우는 정의롭고 참 기독교다운 사람이야!’ 라면서 정신승리라도 해야 할까요. 솔직하게는 당신에게 기도보다 저주라도 퍼붓고 싶습니다....주님 저에게는요, 정말 좋은 친구들이 있어요. 같이 아픈 일도 많이 겪고, 서로 의지도 하고, 서로 껴안고, 울고, 웃고 그렇게 서로의 삶을 나누면서 이 힘든 삶을 겨우 버텨나갈 힘을 주는 친구들이요. 그런데요 주님, 그런 친구들 중에 HIV 감염인도 있어요....” - HIV/AIDS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기도 중

이날 기도회는 세월호 희생자 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 씨가 참여해 연대발언을 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 김성실 씨 (동혁 군 어머니) ⓒ에큐메니안

“저는 원해서 태어난 것도, 원해서 아이를 잃은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음에도 그 사람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고통...많은 사람 앞에서 내 사랑을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고통...아마 당해보지 않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는 그 사람의 형편에 맞고, 그 사람의 상황에 맞고 그 사람의 숙명에 맞는 대로 인정해주고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고민과 시련이 다릅니다. 그러나 저희를 보시고 위로 삼아 주시고, 주님 그 계획을 좀 더 빨리 보여 달라고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 기도 안에 여러분의 평안과 당당한 외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인 이들은 김은호 목사(기장 생명선교연대), 박진석 수도사(도심속수도원 ‘신비와저항’), 홍보연 목사(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의 집례로 ‘신비와 저항’의 전례문에 따라 성찬을 나눴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먹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 성찬식 ⓒ에큐메니안
동혁군의 아버지와 함께 성찬을 나누는 Craig Bartlett 목사(OpenDoorMCC) ⓒ에큐메니안

“....이런 우리들을 만드시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교회에서 쫓겨난 성소수자들과 함께 울고 계시는 예수님의 은혜와 성정체성과 지향성에 상관없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친구 되심이 당신 안에, 또 우리 안에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함께 하기를 축복합니다. 아멘.” 기도회는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한 채 공동축도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에큐메니안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3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