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한다. 이 말은 대개 권력이 점점 더 이기적인 전략을 집행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결국 ‘부패한’ 권력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권력이 우리의 마음 과정들을 거의 즉시 부패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면, 그들은 남의 관점을 취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자신의 생각을 중심에 놓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 결과 남들이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이해할 능력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권력은 남에게 무신경하게 만든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 책에 대한 한겨레신문의 서평을 보면 “자기기만이 우리의 최종적 운명은 아니다. 글쓴이의 주장은 우리가 기만과 자기기만을 의식하면 그것을 더 즐기고, 이해하며, 그런 경향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결론짓는다. 어제 나는 현재 신문사에 계신 분, 전 언론인 이렇게 셋이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가볍게 한 반주가 2차로 이어졌다.

현재 신문사에 계신 분은 일을 하러 신문사로 돌아갔고, 전 언론인과 나만 2차를 갔다. 삼계탕집에서 도토리묵에 공기밥만 먹은 내 모습에 미안함을 느꼈다며, 그분은 산낙지를 시켜주었다. 낮술이 오고가는 동안 그분으로부터 언론사 정년퇴직 뒤 정계진출을 모색하다 잘 안 풀린 이야기를 들었다. 낮술이 더 오고가는 동안 이야기는 시민운동 영역까지 옮겨갔다. 낮술이 밤술로 이어지기엔 체력이 딸려 술이 과해지기 전 우리는 헤어졌다.

오늘 아침, 위의 글을 옮기다보니 어디 출신이든 권력의 자리에 가게 되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공감능력을 더 키워도 부족할 판에 자기만을 고집하는 인간의 본성. 다시 말하지만 이는 진보든 보수든 공통적인 사항이다. 모두 2015년을 지나가는 진화의 산물이니까! 그러고 보면 사회 집단의 우위를 점하는 권력은 모두가 탐나나 보다. 그래서인지 그분이나 나나 조직에 속하지 않고 프리로 사는 사람들은 어깨가 쳐져 보인다.

권력의 끝자락에 분명 허허로움이 있을 텐데도 갈수록 권력지향 색깔이 농후하다. 어쩔 것인가! 인간이 본래 그렇다는데. 다만 그런 이유만이라도 알자는 것이 위 책의 핵심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것, 그 길에 글쓰기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그렇다면 어제의 낮술은? 3년 만에 만난 해후의 도구인지, 아니면 본래 낮술 애호가인지? 그 기만의 내용을 알아채는 것이 오늘 나의 화두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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