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동체론 일곱 번째 강의에는 엄해옥 교수(중국 연변대학교 법학원)가 참여해 중국 조선족의 역사와 현 주소에 대해 강의했다.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는 한국인이 아시아공동체에 대해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소화해야 할 주제이다. 다음은 엄해옥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엄혜옥 교수 ⓒ이찬수

조선족의 역사

조선족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먼저 19세기의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 즉 만주지역은 원래 땅이 넓고 인가가 드물었으며 개간되지 않은 원시림과 황무지였다. 그러다 1869년에 한반도 북부에 대규모 기근이 발생했고, 조선 이주민들이 그를 피해 북쪽으로 대량 이주하게 되었다.

이후 1875년 청나라 정부는 240여년에 달하는 봉금정책을 폐지한다. 원래 중국 청나라에서는 조선 이주민들의 만주 이주를 막는 ‘봉금정책’을 실시했었다. 당시의 봉금목적은 만주는 만족 조상들이 유래한 곳이며, 만족 통치의 근거지인 만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1885년에는 조선인의 만주 이민 금지령을 철폐했고, 이에 따라 다시 조선인들이 또 다시 많이 이주하게 되었으며, 조선 이주민들은 중국 동북의 대면적의 땅을 개간했다. 1870년 전후로는 조선이주민들은 통화현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에 성공했다. 이후 인근의 신병(新宾) 유하(柳河) 회인(怀仁) 등에서 벼농사를 시작해서 연변에서도 벼농사를 시작했다. 

함경북도에 가보면 사실 민둥산이 많고 경작지가 굉장히 적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함경북도 사람들이 건너갔다. 실제로 연변에는 함경북도 방언들이 많다. 먼저 함경북도에서 많이 건너갔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압록강을 통해 탈북을 하는 것이 두만강을 통한 것보다 인기가 많다.

중국에서 적응하기까지

1890년부터 청정부는 조선이주민들에게 국적문제를 처리하는 관습법을 실시했다. 이른바 첫 ‘불성문국적법’이다. 우선 중국의 의복 문화인 치발(변발)과 역복을 요구했다. 치발(변발)은 유목민이었던 청나라 사람들이 말을 탈 때에 나무에 머리가 긁히기 때문에 두상 위쪽의 머리를 깎은 것이다. 원래 조선인들은 등에 지게를 지고 농사를 지으며, 하얀 옷을 즐겨 입고 상투머리를 했었다. 이러한 조선 사람들에게 의복 문화를 강요하니 더러는 반발하고 다시 남쪽으로 귀향하기도 했다. 

중국은 치발을 하고 역복을 하지 않으면 땅도 주지 않고, 국적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 타협점으로 한 마을에서 한 명, 혹은 한 집안에서 한 명씩을 강요했다. 그래서 먹고살 수 밖에 없으니 그렇게 따랐고 그들이 조선족의 선조들이다. 

ⓒ이찬수

간도의 중요성

간도 근방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다.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어떤 부분으로 봐도 중요하다. 우선 자원이 풍부하다. 또한 교통과 군사의 중심지이기도 하며, 이는 중국 대륙의 생명선이고 동북으로 통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특히 훈춘 지역은 러시아, 북한, 중국 3국 인접지구에다가 일본해까지 보인다. 그래서 일본이 간도에 관심을 크게 가졌었다. 바로 침략 전쟁을 위해서다. 1907년에 간도파출소(통감부간도임시파출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반도 외교권을 일본에서 다 가졌을 때였다. 

1910년 한일합병 이후에는 더 많은 조선인들이 중국으로 이주하게 된다. 1932년 일본은 장춘에 ‘위만주국’을 세우고 일식교육과 창씨개명을 통해 식민지 통치를 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간도 지역 뿐 아니라 만주지역 안으로 조선인들의 이주가 많아졌다. 지금도 장춘의 교통이나 건축 등을 보면 일본과 굉장히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중국 내 조선족의 지위

중국 내 조선족의 법적 지위는 어떨까. 우선 1949년에 ‘중국 인민정치 협상회의 공동강령’이 제정되었는데 제 6장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각 민족은 일률적으로 평등하다’는 규정이 있다. 또한 54년 ‘중화 인민공화국 헌법’에서는 민족문제에 대하여 근본적인 헌정 규정을 지었으며 국가의 정치제도로 인정하였다. 80년 ‘중화 인민공화국 국적법’이 있었는데 제 2조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은 통일된 다민족국가이다. 여러 민족은 모두 중국국적을 갖는다.’라는 문항이 있다. 84년에는 ‘중화 인민공화국 소수민족 구역자치법’이, 85년에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 구역자치조례’가 제정되었다.

자치법 덕분에 조선족은 우리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재일 조선인들은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감추어야만 하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까웠다. 조선족은 소송을 걸 때도 우리말로 할 수 있다. 중국 헌법에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살면서 조선족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조선족은 1985년 제정된 연변 조선족 자치주 구역자치조례가 통과된 이후로 연변 자치주만의 법을 따를 수 있었다. 중국 다른 지역에서는 아이를 하나 밖에 못 가졌을 때도 연변에서는 민족정책에 따라 둘도 가질 수 있던 것이다. 또한 중국 중앙 정부에서도 지위가 높은 조선족 출신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군사가, 정치가, 경제가, 법률가, 교육가 등 다양한 요직에 앉은 인사들이 있다.

조선족의 현 주소

중국 조선족의 인구는 현재 2016년 기준으로 대략 200만명 미만으로 알려지고 있다. 길림성에만 약 120만명(그중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약 80만 명)이고,  흑룡강성 약 45만 명, 요녕성에 약 25만 명, 그리고 내몽골 자치구에 약 2천 명이다. 물론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상하이(上海)와 칭다오(靑島),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등대도시에도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호적상의 인구가 아니다. 이 중에서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족의 이주는 다시 시작됐다. 중국 내에서는 1978년 중국의 개혁 개방정책  이래로 산해관내(山海關內) 지역(베이징과 상하이, 칭다오)으로 이주했으며, 국외로는 미국, 일본, 한국 등 선진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으로는 1992년 한중수교 이래로 고향방문이나 노동이주, 유학 등의 목적으로 대거 이주했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들도 많다. 한중수교 이후 한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조선족규모가 23년 만에 8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재외동포법에 따라 이미 한국 국적을 회복하거나 취득한 경우도 많다.   

ⓒ이찬수

강의 수강생들의 Q&A

조경선 : 현실적으로 조선족은 중국의 일반적인 교육 과정에 따라서 중국인에 동화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연변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답변 : 연변에서는 아직 동화가 문제가 아니 거 같다. 아직 우리말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도시에 가면 방법이 없다. 큰 도시에서는 조선족의 인구가 적으니 우리말을 쓸 기회가 없다. 현재 연변의 인구가 호적에는 많다. 그러나 호적은 연변에 있어도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5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족들이 한국 국적하면 눈이 반짝했었다. 그리고 09년도부터 한국 영주권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영주권 신청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 국적 신청이 많지 않다. 중국이 잘 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잘 사는 나라를 지향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국제관계나 정치,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판도가 변한다.

최여진 : 중국인이 조선족을 생각할 때의 이미지가 있다면 어떻습니까?

답변 : 중국에서 조선족의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다. 예절바르고 깨끗했다. 게다가 요즘은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조선족 남자들이 굉장히 인기가 많다. 그래서 조선족 남자들과 한족 여자가 결혼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남녀평등이 강하고 한국에 비해 여성의 가정내 파워가 세다. 그래서 한족남자들과 한국이나 조선족 여자들이 만나 결혼하면 잘 사는데, 반대가 되면 서로 중국의 여자중심, 한국과 조선족의 남자 중심 문화가 충돌해서 싸우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송승연 : 한국인과 조선인의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선족 청년들은 한국을 단지 조상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지 그들이 가진 정체성이 궁금합니다.

답변 : 개혁 개방이 된 다음 약 40년간 한-중간의 거래가 없었다. 그래서 문을 여니까 초창기에는 서로 간에 굉장히 신기해했다. 축구를 한국과 중국이 하면 연변도 그랬지만 특히 우리 말도 모르는 북경에서 사는 조선족 후손들도 자기도 모르게 한국을 응원했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자각하는 것은 ‘난 한국 국민이 아니다’, ‘나는 한국 국적자가 아니다’는 것이다. 즉 한국과 중국의 정치문화는 섞이지 않았다. 그렇게 피와 정치적 현실의 모순이 이어지며 정체성 내의 충돌이 일어났다. 말했듯 예전에는 다 한국 쪽을 응원했다. 북한과 한국이 축구를 해도 한국을 응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요즘은 청년들이 한국 편 중국 편을 다양하게 응원한다.

최진영 : 강의를 들으며 중국의 소수민족 자치구들을 확장하면, ‘아시아 공동체’에도 적용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연변 자치구에서 생활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점과 안 좋았던 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답변 : 자치구에 살면서 안 좋았다는 인상은 특별히 없다. 좋았던 건 역시 우리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소수민족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신분증에도 한글로 이름이 쓰여 있다. 연변 자치구 내에서는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중국 다른 지역에 가면 아무래도 소수민족이라는 표가 나게 된다. 예를 들어 북경에 가지고 가면 북경 사람들은 외국인 등록증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정리 : 김여진)

이찬수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