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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7일장이 5일장에 밀렸구나!”<전순란의 휴천재일기>
전순란 | 승인 2016.05.23 13:38

2016년 5월 22일 일요일, 맑음

본당신부님 ‘영명축일’이어서 본당 미사에 갔다. 좋은 신부님이 오셨으니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 싶었다. 더구나 ‘삼위일체(三位一體) 대축일’이어서 성당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신부님은 삼위일체 신비를 설명하시면서 “나도 제대로 모르며 설명한다”며 난감해 하셨다.

내 친구 하나는 남편(‘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말 땜에 개신교에 심한 반발심을 갖고 있었다)이 돌아가시기 전 가톨릭신자로 세례를 받게 하고 싶었는데 어려움이 컸다. 하루는 원목실 수녀님이 병상으로 찾아와서 약식 교리를 하고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느냐?”고 물으니 환자는 교사답게 “그게 무슨 말이오?”하고 반문했다.

곁에 있던 우리 친구, 자신 있게 “여보, 우리 집도 아버지인 당신이 있고 엄마인 내가 있고 아들인 정이가 있잖아? 셋이 일체가 돼야 집안이 잘 돌아가지 않아?”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니가 덧붙이는 교리해설엔 나도 아연했다. “그러니까 성당에도 아버지 하느님, 아들 예수님, 그리고 엄마 성모님 셋이 하나라는 뜻 아이가?”

귓속말로 “그게 아니고, 성부 성자 성령이 삼위일체라는 얘긴데...”하고 내가 바로잡아주니, “성령은 또 뭐꼬? 그럼 마리아는 우찌 되는기고?”라 했다. “‘하느님 어머니’ 마리아가 빠지고 삼촌도 아닌듯한 성령이 그 자리에 들어간다니, 그 집 콩가루 집안 아이가?”라는 반문이 불쑥나왔다. 암튼 친구 남편은 은총을 입어 보스코가 대부를 서서 ‘프란체스코’라는 세례명으로 하느님 나라로 가셨다. 친구도 6개월의 교리를 받고 ‘글라라’가 되었는데 이번에 만나면 ‘삼위일체’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다시 물어보고 싶다.

신부님 강론도 70%가 7, 80대 노인들인 함양 교우들을 상대로, “혼자 농사짓는 것보다 부부가 오손도손 함께 짓고, 그러다 자식 놈이라도 찾아오면 더 좋지 않더냐?”는, (신학자들이 기피하는) ‘가족삼위일체론’을 펴셨다. 

보스코는 (심심한 하늘나라에서 하느님 혼자 계시면 ‘표띠기’밖에 못하시고, 성부 성자시면 ‘민화투’나 ‘육백’밖에 못 치시고, 성부 성자 성령이시라야 ‘고스톱’이라도 치실 수 있지 않느냐고 우스갯소리 하는 사람들 농담을 내세워) “하느님은 한 분이시지만 혼자가 아니다”라는 그럴듯한 명제로 사람들한테 설명하는데 과연 얼마나 알아듣는지 모르겠다.

보스코가 작년 말에 분도출판사에서 내놓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 역시, 책은 붉은 벽돌짝만큼 두껍고 그리스도교 삼위일체신학이 다 그 책에서 나왔다지만, 라틴어학자인 보스코마저 평생에 가장 힘든 번역 주석이었다니 ‘삼위일체’가 위대한 신비긴 신빈가보다. 

인간의 머리로 이 신비를 이해하려는 것은 어린애가 모래톱에 손으로 파놓은 구멍에다 바닷물을 모조리 퍼담겠다는 욕심이라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회고가 차라리 그럴 듯하다. 

미사 후 교우들이 신부님께 영명축하를 해드렸다. 화동이 드린 꽃다발을 신부님은 그동안 교우들을 위해 애쓰신 총회장님께 되주시는 광경에 교우들이 박수를 치자 신부님은 벌겋게 얼굴을 붉히셨다. 오늘 치 ‘가톨릭 마산’(주보)에 쓰신 우리 신부님 글도 재미있다. 하루는 완행버스를 타고가서도 왕복 십리 길을 더 걸어가는 공소에 주일미사를 드리러 가셨단다. 당도하니 공소문은 잠겨있고 어리친강아지 한 마리 안 보여 문턱에 우두커니 앉아계시니까 동네 할머니가 “면소재지 장날이어서 모두 장보러 갔소!”

“아하, 7일장(주일 미사)이 5일장(일상 생활)에 밀렸구나!” 탄식하고 초여름 뙤약볕을 쬐며 길을 오면서도 웬지 흐뭇하셨다는 소감. 시골 농부들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에 대한 사제의 이런 애정을 느껴선지, 미사 후에는 원하는 교우들이 더치페이로 신부님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내 곁에 앉은 여교우들은 똑똑하고 멋지고 지혜로운 말투를 안 쓰시고(신부님은 무려 5년간이나 유학하신 분이다) 소박한 언행으로 교우들을 보살피는 ‘착한 신부님’을 보내주셔서 고맙다는 얘기들이었다. 

전순란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아내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http://donbosco.pe.kr/xe1/?mid=junprofiie

전순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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