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4일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중임제를 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당.청의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하고 “대통령이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헌 가능성과 관련, “개헌의 결정권은 한나라당에서 갖고 있다”면서도 “국민들 속에서 매년 총선에다 대선 그리고 다음에는 지방선거 등 매년 경쟁하고 갈등하면 국력이 너무 낭비되고 소진되는 것 아니냐는 상당한 규모와 높은 수준의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이야기는 김근태 의장의 이날 발언 전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취임과 더불어 개헌을 준비하는 연구모임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이어 여당내 중진의원인 장영달 의원도 6월 21일 ‘올해 안 헌법 개정’을 주장한 바 있다.

여권 내 개헌론 ‘솔솔’

장 의원이 제기하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도 김 의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즉, 대선과 총선의 분리로 인한 ‘국력 소모’와 ‘국론 분열의 심화’이다.

여당에서는 이와 함께 초선의원 중심의 연구모임인 ‘헌법포럼’에서 지난 3월부터 대통령제와 연방제 등 권력구조와, 영토조항, 기본법 등에 대해 학계 전문가를 초청, 논의를 해왔다.
정치권 밖에서도 개헌 논의는 점차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단순한 선거제도와 관련된 개헌뿐만 아니라 헌법 전반에 걸친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헌법이 냉전과 분단시대에 만들어져 6.15공동선언 이후 한반도 화해와 교류, 평화와 통일의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관련 개헌뿐만 아니라 ‘평화통일헌법’ 제정해야

다시 말해, 헌법 전문의 ‘영토 규정’을 기본으로 전면적인 수정을 통해 향후 남북통일을 준비하는 ‘평화통일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72년의 7.4남북공동성명, 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남북공동선언 등이 실질적으로 평화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 헌법을 대폭 바꿔, 남북통일의 법적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학계와 문화계도 개헌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6일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천아카데미)가 주최한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제헌 60주년을 내다보며’ 토론회에서 양 건 한양대 교수는 17대 국회 내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총선과 대선의 시기 일치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4년 중임제가 실시되면 대통령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제도적 여건 이 마련된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 및 동시선거를 통해 빈번한 중간선거로 인한 국정운영의 단절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삼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시민사회진영에서 주장하는 ‘평화통일헌법’에 버금가는 개헌을 주장했다. 이 총장은 “87년 헌법이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지 못했다"며 "정당정치를 구현하면서도 통일시대에 대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대선.총선의 동시선거 필요성과 함께 양원제 도입과 부통령직 신설’을 제기한 바 있다.

개헌 저지선을 틀어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개헌 절대불갗 입장을 ‘높은 수준의 국민적 합의’로 뚫고 17대 국회 내에 개헌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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