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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기독 청년들, "실패해도 괜찮아"'청춘is뭔들!' 에큐메니칼 대화모임 열려
김령은 | 승인 2016.05.27 16:08
그림 출처 : 한겨레 만평

‘헬조선’ 여기저기서 청년들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취업난, 신용불량, 주거 불안에 시달리며 ‘노오오오오력’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부단히도 살아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삶의 소리’다. 한때 세간에 화제가 됐던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청년들이 매일 지겹게 끓여먹는 라면 냄비 받침이 된지 오래다. ‘아픔’을 청춘의 훈장처럼 여기는 그 말은 오히려 청년들을 더 화나게 했다. 

교회라고 다를까? 한국교회의 청년들을 생각해보자. 청년들은 준비된 교회의 일꾼이다. 잔일, 힘쓰는 일,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야 하는 일에 청년부는 언제나 ‘Staff’이다. 그렇게 교회에 헌신한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하늘의 상급’이 쌓일 것이라는 말로 입을 씻는다. 그러나 하늘이 도운 것은 그들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 스펙을 열심히 쌓아 대기업에 취직한 다른 청년이다. 

이처럼 교회 안에서도, 밖에서도 신음하고 있던 청년들이 이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6일(목)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위치한 까페 Grazie에서는 ‘청춘 is 뭔들’ 이라는 제목으로 에큐메니컬 대화모임이 열렸다. ‘~is 뭔들’은 '뭘 해도 어울린다, 예쁘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청년학생선교연구와협력위원회, 감리교신학대학교 총대학원학생회 '차올라'가 주최했다. 

'청춘 is 뭔들!' 에큐메니칼 대화모임이 26일(목) 감리교신학대학교 교내 까페 Grazie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청춘 is 뭔들!

청춘을 가진 이라면 뭔들 못하랴. 이번 대화 모임은 ‘이미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못할 것 같은’ 실패와 좌절감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11명의 이야기 손님들과 오늘날의 교회와 사회 현실을 진단하는 동네철학자들이 초대됐다. 이들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동네철학자 중 한명으로 초대된 조금득 센터장(무중력지대대방동)은 “청년들을 규정하는 세대론이 너무 싫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청년 유니온’이라는 청년 노동조합의 창립 멤버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반발하며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라는 구호도 만들었다. 그녀는 세대론에 청년들을 가두고 안타까운 존재로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했다. 그녀가 만난 청년들은 자기 삶에 희망을 가진 진취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센터에는 하루에 100명 이상의 청년들이 오가요. 이곳에서 혼자 공부도 하고 스터디 모임도 하고, 여러 활동을 위한 준비 모임도 해요. 센터에서 만나는 청년들에게 항상 삶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저까지도 심장이 뛰어요.”

말아먹어도 맛있게 말아먹으면 된다 

조금득 센터장 ⓒ에큐메니안

원래 연극배우를 꿈꿨던 조금득 센터장의 20대는 꿈 때문에 행복했지만 꿈을 가진 것이 장애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꿈을 위해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런 그녀를 사회는 ‘루저’라고 일컬었다. 그녀는 이처럼 ‘루저’ 낙인이 찍힌 청년들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땅굴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고 염려했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열심히 일해도 저소득인 것은 자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이 사회구조가 그런 탓이에요. 내가 잘 못했다는 생각으로 위축되다 보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열심히 하자’가 돼서 고시원, 독서실로 들어가요. 오히려 경쟁의 핵으로 들어가는 거죠. 실패해도 좋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계속 나오고 그런 문화가 확장되는 게 중요합니다.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라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아먹어도 맛있게 말아먹으면 되잖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돈=성공’이라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만든 프레임을 먼저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은 내 삶을 행복하게 살기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재무관리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정해서 지출규모를 정하고 그것에 맞게 소득을 버는 것에서 출발해요. 돈이 무조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사회의 폐해에요. 돈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있는 것이니까요.” 

그녀가 일하고 있는 서울시 대방동에 위치한 ‘무중력 지대 대방동’은 실패해도 괜찮은 청춘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청년들의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활동 멤버십, 교육, 프로젝트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정의와 평화를 노래하는 청춘, '하늘 소년'의 공연도 이어졌다 ⓒ에큐메니안

교회안에 청년이 없다? 있다! 

박제민 간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는 교회 청년을 대표해 나왔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오전에는 청소년부 선생님으로, 오후에는 청년예배로 교회를 ‘섬기는’ 청년이다. 그는 주일을 ‘오전에는 청소년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오후에는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날’이라고 표현했다. 교회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은 교회 행사에서 천막 치는데 동원되는 사람들이지만 갑작스럽게 교회 시설, 차량을 이용할 때는 권리를 제한 당한다. 어른들이 언제 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저 뿐만이 아니라 교회 청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거에요. 사회나 교회나 보여 지는 청년의 모습은 비슷해요.” 

사회와 다르지 않게 교회에서도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에 대한 착취가 일어나다 보니 요즘 한국 교회에는 청년이 없다. 그러나 그는 청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 안에 청년들이 있어요. 그런데 숨어 있을 뿐입니다. 2005년 기준으로 기독교 인구가 861만명으로 집계됐는데 그중에 청년 인구가 274만명이에요. 그런데 교계 행사에 청년들이 없고, 청년 모임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청년들이 어딘가 홀로 숨어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아마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 아닐까요? 사회는 이미 청년들이 연대하고 조직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지금 교회는 그걸 따라가기도 벅찬 상태죠.” 

십자가는 원래 루저의 상징이었다 

박제민 간사 ⓒ에큐메니안

박제민 간사는 현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외에도 ‘동네교회청년’이라는 작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적은 수의 교회 청년들이 뭉쳐서 동네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또 교회에 다니지만 교회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듯 의미 있는 삶을 추구 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결과에 대해 나누는 것에 자신이 없다는 그는 ‘기독 청년’ 이라면 실패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래 십자가는 실패한 인간이 달리는 사형도구였잖아요. 그런데 초대교회 그룹 중 어떤 사람이 그 십자가를 부활과 승리의 상징으로 바꾼 것은 굉장히 대단한 것 같아요. 십자가가 실패와 죽음의 상징에서 승리와 부활의 상징으로 전환 됐듯이, 내가 대기업에 가지 못한 것이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우리가 그 상징을 바꿔서 다른 생각으로 살아내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바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패배주의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요.” 

마지막으로 조금득 센터장과 박제민 간사, 두 사람은 모두 청년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 정체성을 가진 청년들이 숨어 있지 않고 함께 모여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고, 교계 안에서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박제민 간사의 꿈이다. 조금득 센터장은 항상 열려있는 무중력 지대 대방동 센터를 통해 기독청년들과도 연대하고 싶다고 전했다. 

동네철학자들의 유쾌한 이야기 마당이 끝난 뒤에는 모인 이들 모두가 동그랗게 둘러 앉아 함께 대화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청년들이었지만 요즘 청년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듣고 싶어 찾아왔다는 50대 목사도 있었다. 귀농, 창업, 결혼, 여행 등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찾아온 청년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 별로 모여 더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에큐메니안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온 이야기 손님들은 아름다운 마을 밥상지기 고경환 씨, 고난함께의 이관택 목사, 기장 생태 선교사 카리나 슈마허, 도토리 어린이집 교사 김미숙 씨 등이 참여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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