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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체(物自體)는 거짓이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06.03 10:26

대표적인 형이상학적 문장인 (14)는 경험적 증거를 통해서 그것이 참이라는 것을 밝힐 수도 없고, 그 문장에 나오는 단어들의 의미에 의존하여 참이라는 것을 밝힐 수도 없다. 결국 이 문장은 무의미한 문장인데, 그 이유는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밝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논리실증주의자들은 형이상학을 철학의 영역에서 제거하고자 했으며, 앞서 카르납이 한 것처럼 이제 진정한 철학의 방법은 개념과 문장의 논리적 분석을 통해 언어를 명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읽는 언어철학>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가물거리는 기억이지만, 고등학교 시절 우리 집 거실에는 사상전집(?) 같은 게 있었다. 그 안에서 분명 나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꺼내 읽었다. 2단 편집에 세로로 쓰여 있는 그 책을 내가 왜 끝까지 잡고 있었을까? 몰락하는 존재감을 관계 속에서 회복하려는 과시욕 때문이었다. 칸트를 읽었다고 하면 주목을 받을 것 같았기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아서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개념이 있었다. ‘물자체(物自體).’ 이것을 붙잡은 이유는 내가 물자체를 반드시 인식해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칸트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내면, 얼마나 돋보일 것인가!
하지만 나는 그것이 헛된 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경험으로 직조된 현실세계 너머의 통찰은 ‘아’라고 하면 ‘아’가 되고, ‘어’라고 하면 ‘어’가 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 출발은 명료하지 못한 그들의 문장에 있었다. 그걸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쓴 내 자신이 안쓰러웠다. 위의 글이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글쓰기에서 항상 강조하지만 명료하지 못한 문장, 그것은 모두 거짓일 뿐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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