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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거름 뿌리기, 그리고 기도<안태용의 산골 이야기>
안태용 | 승인 2016.06.03 11:34

논에 거름뿌리는 일은 무척 힘든 노동이다. 20~30kg 하는 거름부대를 2000평 논에 골고루 뿌려야 하니깐. 내가 건강할 땐 그래도 할만 했다. 운동 삼아 할 수도 있다. 뱃살이 쑥 빠지니깐. 그런데 올핸 다르다. 허리가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으니깐. 일을 앞두고 힘겹게 올라야할 그러나 피해갈수 없는 산이 버티고 있는 기분이었다. 

올봄에 산골로 이사 온 후배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가능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들도 산속에 안식하러 왔지, 이웃 때문에 힘든 노동하고 싶겠는가. 3000평 가까이 농사짓는 내가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기도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자급자족 농사라지만, 너무 과도한 노동으로 지금의 건강문제가 야기되었고 그 이면엔 나의 욕심이 자리 잡았을 수도 있기에, 거룩하신 분께 요청할 사항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 후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도와주겠다고, 힘들 텐데 험께 하자고. 그동안 나의 자급자족 농사원칙엔 벗어 낫지만, 흔쾌히 고맙게 받아들였다. 또 평상시 연락 없던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5.18광주 국립묘역 탐방 후 임실 집에 오고 싶다고. 밤에 두 후배가 왔다. 내일 일을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선다. 보통 손님들 중 90프로 이상은 산골에 와도 쉬고 싶어 하지 노동은 꺼린다. 더구나 냄새나고 먼지 뒤집어쓰는 일은 더욱 그렇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안태용

하여 일요일 안식일에 새벽부터 중노동을 시켰다. 나보다 후배들이 더욱 열심이다. 그래서 오전11시도 전에 일을 마쳤다. 남의 일인데도 이렇게 열심히 하나. 사회적으로 이 마음을 갖는 노동을 한다면 못할 것이 없겠다 싶었다. 

그리곤 대청에서 서리태 콩국수와 막걸리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냥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감사한일이 합하여 이루어졌다. 걱정덩어리가 즐거운 노동이요, 잔치가 되었다. 내 의식으론 기도를 기피하고 거부했지만 오히려 억압했지만, 몸은 무의식은 나도 모르게 기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이 문득 들었다. 무의식도 기도하나?

하여튼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자급자족형 농사에서 함께 참여하는 농사로, 고독 속 기도하는 노동에서 함께 어울려 대화하고 잔치하는 농사로의 변모를 서서히 모색해봐야겠다. 물론 노동의 열매도 함께 나누면서 말이다. 감사! 샬롬!

안태용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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