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생활 에세이 연재
나 자신의 일물일어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06.07 10:33

성숙한 비트겐슈타인이 말하고자 하는 언어는 이처럼 실제로 참여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게임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참여자들의 시행착오와 반복된 실행을 통해 단어와 문장의 의미가 규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하나의 사물에는 그것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하나의 고정된 본질과 같은 것이 있어야만 한다는 플라톤 이래 서양철학의 오랜 역사를 관통해 온 생각을 뒤집는 매우 새로운 생각이었고, 그리하여 비단 언어철학에서 뿐만 아니라 20세기 서양철학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쉽게 읽는 언어철학>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글쓰기 기법을 언급할 때 틀림없이 등장하는 것이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이다. 이에 대해 <한국현대문학대사전>에서는 “사물의 이름에는 오직 하나의 명사, 움직임에는 하나의 동사, 그것을 형용하는 데에는 오직 하나의 형용사가 있을 뿐이므로, 작가는 바로 이 하나밖에 없는 말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플로베르의 지론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배우기 위해 모파상은 수십 차례 플로베르 집의 계단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원래 내 글쓰기 강의에서 글쓰기 기법은 기법이라기보다는 근본에 대한 통찰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내 경험에서 나왔고, 나는 그 부분을 공유하면서 모두가 자신의 힘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살려는 의지를 다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법 비슷한 것을 권유할 뿐이다. 글쓰기는 2016년을 사는 인간에게 있어서 힘든 삶을 추어올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비교나 평가는 열외로 두었다. 내가 그럴 깜냥이 안 되기에.
하지만 요즘 고민이 많다. 수강생들에게 글쓰기를 주문해야 하고, 그들이 쓴 글에 대해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교정교열, 윤문 등에 쏟았던 에너지가 방전되어 다른 인생을 살려고 했는데, 그것을 다시 안고 가야 한다. 나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글쓰기의 중요성과 지속성만 언급하고, 그 뒤로 각자 진심으로 쓰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이제 함께하는 동안 수강생들이 쓴 글을 봐야 한다. 운명인지 팔자인지 모르겠다.
그런 과정에서 나도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활용은 다르다. 사물에 맞는 하나의 단어가 있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맞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을 찾아내야만 나만의 표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일 단어로 글쓰기도 한다. 서로 다른 느낌을 현장에서 확인해보는 시간이다. 그것이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인지는 모른다. 언젠가 비트겐슈타인을 뒤적거려 봐야겠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