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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타나지 않았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 승인 2016.06.08 10:19

강력한 정서가 표출될 때, 그것은 대부분 몸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그 반응의 진원지는 몸의 내부이다. 그러므로 시점에 따라 퍽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1인칭이라면, 다른 이의 내부 반응을 묘사할 수 없다.

3인칭이라도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라면 이 또한 어색해진다. 이럴 때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포착해 묘사함으로써 내부의 반응을 독자에게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한다. 얼굴의 변화, 목덜미의 변화, 손짓과 같은 행동의 변화 등 누구라도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을 잡아내야 한다. 그래야 시점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등장인물의 정서를 이끌어갈 수 있다. 몸 밖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현상엔 언제나 내부의 신호가 담겨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75가지 감정 표현법>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사람들의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몸 신호는 관계를 끊는 것이다. 안 보면 볼 때보다 몸 반응이 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깊은 상처를 받아 누군가를 떠올릴 때마다 몸서리치는 순간이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강력한 의지로 힘든 상황을 이겨낼 힘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맞춤형 글쓰기 수업을 위해 갈림길에서 원칙을 버리고 행한 일로 마음이 허하다. 글은 유일무이한 자신의 표현이기에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되는데, 글쓰기 실력을 올려주겠다는 강사의 열정으로 이런저런 토를 달아 수강생에게 주었다. 한 단락 안에서는 일관된 순서가 있어야 하고, 긴 문장은 끊어주어야 명료해진다는 것 등을 원고 수정을 통해 전해주었는데, 그 수강생이 다음 수업에 오지 않았다. 다른 수강생들도 자신의 글을 주고 갔는데, 고민이다.

모든 글은 글쓴이의 감정 표현이다. 의식하든 못하든 단어 하나, 단어의 순서는 글쓴이의 모든 것이다. 그것을 수정하면 자신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금만 주의하면 명확한 글, 느낌이 잘 전해지는 글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을 지적당하는 순간 모멸을 느낄 수도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상처 주지 않고, 정확하게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기술에 대해 고민하는 하루가 될 것 같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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