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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입국 비자를 발급하라!<이병두 칼럼>
이병두(종교 칼럼니스트, 종교평화연구원장) | 승인 2016.06.09 12:09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 존자

나는 티벳 불교의 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 존자(尊者)를 존경한다. 그분의 책도 여러 권 읽었지만, 해외 언론과 페이스북에서 만나는 그분의 움직임과 언행을 가능한 놓치지 않는다. 그분이 ‘달라이 라마’이라서 존경하는 게 아니라, 그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와 그분의 잔잔한 미소와 세상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그 모습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그분이 우리나라에 자유롭게 다녀가실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나라 어느 정권도 그분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하지 못한다는 것이 화가 나고, 때로는 “우리나라가 자주 독립국이 맞아?” 하는 의문까지 가지게 된다.

존자님뿐 아니라 위구르 망명정부 대통령인 레디야 카디르도, 어느 나라든 입출국이 자유롭다. 이웃 일본을 처음 방문할 때에는 ‘중일(中日) 관계 냉각’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로 중국 정부가 강하게 항의한 적도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 “민간 차원의 초청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비자 발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안다. 한 차례 다녀간 뒤에는 여러 차례 다녀가는 일이 문제없고, 그럴 때마다 중국 정부도 항의하는 시늉만 하고 만다.

그런데 이 나라 정부는 왜 이러는가?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이명박 ‧ 박근혜 정부의 굴욕 외교’라고 간단하게 특정 정부를 탓하는 것은 중대한 오류이다. 김대중 ‧ 노무현 정권 때에도 그 ‘중국의 압력이라는 장벽’을 넘는 지혜를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던가.

한국 정부뿐 아니라 정부를 뒷받침해주는 자문 역할을 하는 교수와 전략가들 중에서 ‘존자님과 위구르 망명정부 대통령’ 카드를 써서 오히려 미-중(美中) 사이의 외교 각축전 사이에서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이 요구하면 ‘사드’ 배치에도 동의하고, 그것을 가지고 중국이 협박하면 달라이 라마 등 ‘중국이 싫어하는 인사에 대해 비자 발급 안 하고 경제적으로 손해 감수하는’ 바보짓을 계속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듯이, 옛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이 온 세계를 오로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지금 ‘미국과 중국’, ‘중국과 미국’이 군사 ‧ 경제 분야에서 서로 “우리가 세계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이빨을 갈며 으르렁대는 상황이다. 심지어 세계 언어(言語) 시장에서도 ‘영어’의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과 ‘중국어’를 그 자리에 올려놓으려는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도는 이 상황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서, 중국과 미국 정상들이 번갈아가며 찾아와 쩔쩔 매게 만들고 유리한 외교 교섭을 이끌어낸다.

2014년 6월, 인도의 새 정부 출범 축하와 시진핑주석의 인도 방문 준비를 위해 뉴델리를 방문하여 中印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두 나라 외무장관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 이 사진 한 장의 무게가 무겁다

수십 년 전까지 국가의 존망(存亡)을 다투는 전쟁을 치르며 중국 ‧ 미국과 숙적 관계였던 베트남은, ‘중국 ‧ 미국의 갈등’ 뿐 아니라 여기에 더하여 ‘인도와 중국’이 남(南)아시아 패권을 두고 다투는 상황까지 활용해 세 강대국을 요리하고 있다. 베트남 항구에 인도 군함뿐 아니라 철천지원수였던 미국 함정도 정박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 두 나라 고위급들이 발이 닳도록 하노이를 찾게 만든다. 중국도 어쩔 수 없이 베트남과의 교섭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2016. 5. 23.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한민국 정부에 간곡하게 당부하고 요구한다. 베트남에서 민족 자부심까지 배우라고 하지는 않겠다. 다른 것은 몰라도 외교 전략만이라도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 ‘미국-중국-인도’가 펼치는 아시아-태평양 전략 싸움을 적절히 활용하며, 세 나라 정상을 하노이로 불러들여 당당하게 외교를 펼치는 그 지혜로운 전략을 배우란 말이다.

베트남 방문 중 사찰을 찾아 참배를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사찰을 찾아 참배를 하고, 허름한 노천 식당에서 전통 음식인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괜한 연출이 아니라, 베트남에 보내는 우호의 표시이면서 중국에 보내는 견제구임을 모르는가 말이다.

우리 정부도 ‘미-중’ 각축전의 상황을 잘 이용, 활용하는 지혜를 짜내보길 간절히 바란다.

이병두(종교 칼럼니스트, 종교평화연구원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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