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동체론> 여덟 번째 강의에는 김은규 교수(성공회대학교 신학과)가 강사로 참여했다. 김은규 교수는 종교간 대화를 중심으로 아시아적 공동체에 어울리는 신학의 가능성에 대해 강의했다. 아래는 김은규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김은규 교수 ⓒ이찬수

세계 4대 종교가 발생한 아시아 - 이슬람, 힌두교, 불교, 기독교, 도교, 기타

수강생 여러분들이 앞선 ‘아시아 공동체론’ 강의에서 여러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을 배웠으리라고 본다. 오늘 특강에서는 신학과 종교의 관점으로 아시아적 공동체와 그에 어울리는 신학의 세계를 다뤄보고자 한다. 먼저 아시아 지도를 보자. 인도와 중국, 중동 지역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세계 4대 종교가 전부 나왔다. 인도에서 불교와 힌두교,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가 나왔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유교와 도교 사상이 나왔다. 이토록 아시아에는 많은 종교가 발생했고 발달했다. 아시아가 철학과 사상의 중심지라는 뜻이다. 이 중에서도 오늘 나는 기독교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해보겠다.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유럽 대륙이 만나는 지점에 이스라엘이라는 조그만 땅이 있다. 여기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이라는 3대 종교가 나왔다. 

콘스탄틴 황제가 왜곡시킨 기독교 정신

주요 사건을 짚어보자. 로마제국의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이 기원후 4세기에 있었다. 그 전까지는 기독교가 박해를 받으면서 기독교 신자들이 순교를 당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기독교가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콘스탄틴 황제는 기독교의 권력을 차지하게 됐고, 로마제국의 확장에 기독교가 일조하게 된다. 콘스탄틴의 기독교는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 나라를 땅 끝까지 전파하라’는 말을 왜곡해 이용했다. 결과적으로 기독교 국가들이 늘어났고, 여기에 기독교의 지배 이념이 큰 몫을 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4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기독교는 예수의 기독교라기보다는 콘스탄틴의 기독교에 가까운 것 같다. 오늘날의 한국의 대형교회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러분들이 성경의 예수 정신과 콘스탄틴이 왜곡시킨 기독교 정신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또한 11~13세기에 있던 십자군 전쟁을 거치면서 예수님이 태어난 조그만 땅 팔레스타인은 누가 그 지역을 지배하느냐에 따라서 그 곳의 지배종교는 이슬람이 되기도 하고 기독교가 되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 당시의 유럽의 중심지는 로마였고, 콘스탄티노플(오늘날 터키의 수도)이 문화 예술 정치의 꽃이었다. 당시의 북유럽은 미개인들이 사는 곳으로 불렸다. 오늘날 십자가는 구원의 상징이지만, 당시의 무슬림에게 십자가는 자신들을 죽이러 오는 잔인한 적군들의 표식이었을 것이다. 잡히면 죽을지도 모르기에 도망가야 할 두려운 상징 말이다. 여기서 나는 타리크 알리의 <술탄 살라딘>이라는 소설책을 추천한다. 그 책은 밤을 샐 정도로 굉장히 재밌는데, 십자군 전쟁 때 덕이 많은 이슬람의 왕의 일대기를 적은 것이다. 물론 각색도 있고 과장됐을 수 있겠지만, 읽으면 인식이 굉장히 바뀔 것이다. 여러분들이 비행기만 타고 어느 나라를 가든지 무슬름을 만날 기회가 너무 많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일독을 권한다.

유대인들의 고난의 역사와, 그것을 되새김하는 역사의식

기독교에게 박해받는 떠돌이라는 뜻의 디아스포라(Diaspora)는 유대인들을 말한다. 나는 이들을 ‘민중 유대인’이라고 말하겠다.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인정해주자 기독교의 권력이 커지고, 그에 반해 유대교는 박해받기 시작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였다는 이유였다. 유대인들은 기독교의 박해를 피해 예수살렘에서 다른 곳들로 퍼져 도망가게 된다. 오늘날의 디아스포라 어원의 시초다. 그들은 도망 다니며 집단으로 살면서 많은 학살을 당했다. 특히 스페인에서 어느 가톨릭 주교는 매일 수백명 씩의 유대인을 임기 내내 죽였다고도 한다. 또한 이슬람과 기독교 지배하의 유대교에서 동네에 질병이라도 발생하면 유대인들이 집단으로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16세기 이후 격리된 지역이라는 게토(Ghetto)의 어원도 유대인들에 관한 것이다. 2차세계대전 때만 유대인 6백만 명이 죽었다. 하지만 이런 고난의 역사는 유대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동학 때부터 지금까지 약 6백만명이나 죽었다고 한다. 1800년대 말부터 청나라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한국 전쟁 때 죽은 수백만 명을 다 합하면 말이다. 여러분들이 태어나기 전에 80년대 광주학살 등도 포함될 것이다. 한국 역시도 외세나 권력의 침탈에 의해서, 많은 시련들을 겪었고 민중들이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유대인들은 그 역사를 되새기며 기억한다. 문화 예술, 종교 등, 가정에서부터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유대인으로서의 자신들의 역사 의식을 공고히 다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세월호를 계속 기억하자는 운동도 기억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있다는 반증이다. 유대인의 TV를 보면 종교를 통해 역사의식을 잘 계승하는 장면이 잘 나오는 반면, 우리의 TV는 이른바 ‘먹방’과 관련된 것들이 너무 많다. 지금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며 되새기는 의식이 필요하다.

박해받던 유대인들이 다시 박해하는 곳, 팔레스타인

그러나 이 박해받던 유대인들이 다른 민족을 다시금 박해하고 있다. 아마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940년 2차 세계 대전 전까지 그 지역에 계속 거주하며 살아왔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복귀한 이래, 1946년도부터 팔레스타인의 땅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땅을 차지해나간 것이다. 가장 치열한 ‘가자지구’를 보자. 1946년 대부분 팔레스타인이었던 곳들이 2000년에는 대부분 이스라엘의 땅이 되었다. 천 년 넘게 박해당하며 살아왔던 이스라엘의 민중 유대인들은, 지금 서구의 세력을 등에 업고 매일같이 팔레스타인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평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과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도 이스라엘은 매일 팔레스타엔 영토에 로켓을 날리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하나의 도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땅떵어리인 가자지구에 분단의 콘크리트 장벽이 세워졌다. 무려 8M 높이에 700KM의 길이로 남한면적의 1/3 가량이나 되는 장벽이다. 한국과 북한 사이에 세워진 철조망은 새도 빠져나갈 수 있고 높지도 않으며 안이 환히 보인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세운 분단의 콘크리트는 개인이 올려다보기엔 너무도 거대한 불투명한 콘크리트벽이다. 그 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지옥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팔레스타인 신학’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신학에 반대하는 신학이다. 성공회대학교 특강에 유대인 학자가 오기도 했고,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신부도 온 적이 있다. 팔레스타인을 격려하는 한국 시민단체들도 운동을 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대한 항의 시위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종교간 화해와 대화

종교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폭력들과 배타성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간 화해와 대화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종교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가톨릭 신부님도 불교 사찰에 가면 똑같이 합장을 하고, 그분들도 교회에 오시면 같이 예를 갖추는 것이다. 성공회 주교님과 조계종 스님과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함께 합장을 하거나 두 손아 기도를 하기도 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종교 시민운동도 유명한 사례이다. 지금도 많은 폭력에 대항해 종교들이 연합하여 활동하고 있다. 성공회대 채플의 경우에는 이슬람, 불교, 원불교, 천도교를 초청해 진행하고 있다. 또 기독교에서 아주 큰 행사인 부활절 때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스님을 초청한 적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언론에 많이 보도되기도 했다. 

종교간 대화를 위한 신학을 하는 분들 역시 많다. 민중신학을 모색하는 분들 역시 성공회대에 많으며, 서구화된 그림보다도 민중적 시각의 걸개그림이 걸려 있기도 하다. 관련 자료들도 성공회대 민주도서관에 많이 수집되어 있다. 루터교 신학자인 독일 본훼퍼는 히틀러를 암살하려고 했었다. 이런 본훼퍼의 신학이 서구에서도 굉장히 유명하지만, 한국의 신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함석헌 선생님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신 것으로 유명하다. 문익환 목사님도 남북 평화 통일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 

ⓒ이찬수

수강생들과의 Q&A

김윤섭 : 종교간 대화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러한 흐름이 시작된 시점이 언제이고, 현재까지 얼마나 실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 그간 기독교 신학은 자신들이 아주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고, 서구에서도 다른 종교들을 배타했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1950년대 이후에 조금씩 종교간 대화에 관한 담론들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60년대와 70년대부터 얘기가 나왔고, 대략 40년 정도의 종교간 대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개방적 활동이 되고 있는 추세다. 

이규상 : 불교와 대화했다고 퇴출시키는 기독교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이렇게 종교간 화합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 그런 사람들은 종교간 대화가 자신의 종교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른 이웃 종교를 통해서 자신의 종교도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종교는 하루아침에 하늘로부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도 주변 국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다 종교에 권력이 생기면 배타적이 된다. 한국의 경우 개신교에 배타적인 종단과 교파가 많다. 전국에도 50여개 신학 대학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성공회대학교 신학과 등을 제외한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배타적이다. 

백동훈 : 저는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관심이 있고, 직접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팔레스타인 분쟁 문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종교문제인지, 혹은 다른 원인이 있다면 무엇 때문인지요. 

답변 : 사실은 영토-땅의 문제다.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들이 살아온 땅이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이 주권을 가지고 있는 땅이다. 세계 국제법에 따르면 어느 기간 이상을 거주한 사람을 그 영토의 주인으로 인정한다. 가령 독도도 우리가 거기에 오래 살았기에 한국 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분쟁은 1920년부터 시오니즘 운동에 따라 세계 각지에 퍼져있던 유대인들이 들어와서 정착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힘이 세지니까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국가를 건설한 뒤에 이스라엘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됐다. 겉의 표면은 종교이고, 진짜는 땅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정리: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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