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서 대사, 말의 형태로 표현되는 대화는 등장인물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등장인물의 생각과 의지 등을 표현할 때 알맞은 수단이다. 하지만 대화로는 등장인물이 겪는 생생한 느낌을 전부 담아낼 수 없다. 어떤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언어 밖의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각각‘외적인 동작',‘내적인 반응',‘생각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동작은‘몸짓'이며 내적인 반응은 호흡 변화 등의 신체적인 ‘반응’을 말한다. 그리고 생각의 흐름은 의지와 욕망의 흐름, 즉‘사념(思念)’이다.

-<인간의 75가지 감정 표현법>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기는 동안 모순이 떠오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에 모순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전에 쓴 글을 찾아보았다. <가짜 감정>에서 언급한 “인간의 일관성은 모순이라는 근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모순을 견디기 어렵다”라는 문구가 확 들어온다.

나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 정서적으로 풍부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쪽 방면으로 의도성을 가지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늘 내 안의 모순을 응시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나를 기꺼이 껴안으며 살아가고 있다. 가급적이면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순을 줄이려고 그야말로 안간힘을 쓰며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런 내 모습이 보는 사람에 따라 같잖을 수도 있고 역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 스스로 나를 보지 않는 삶은 더 큰 모순이라고 여기며 그런 말에 응대하지 않으려고 행동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조금만 눈여겨보면 천지 사방에 널려 있다. 인간의 모습이 본래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말과 행동이 다른 타인의 모순을 보면 죽어라 하고 덤벼든다. 똑바로 살라고 하면서 말이다. 특히 공개 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쏟아지는 공격 언사들은 가히 핵폭탄급이다. 그것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내 안의 모순을 이겨낸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한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주목한다. 결론은 반대이다. 그러면서도 다음 부분에 생각이 간다. 2015년, 어떤 이는 왜 국정화를 옳다고 하고, 어떤 이는 왜 옳지 않다고 하고. 그걸 주장하는 이른바 양편의 심리가 궁금하다. 늘 그렇다.

오늘은 말이 길어진다. 마무리하자. 나도 내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것을 직접 들으면 정서적으로 화부터 낸다. <가짜 감정>을 읽고 전에도 썼듯이 화는 인식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노력하는데,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지는 순간 화를 내지 않을 정신의 수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게 인간이니까! 아니 나니까!(혹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쓴 의도가 앞으로 화를 계속 내겠다는 표시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피곤하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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