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가 직유보다 더 우월한 이유는, 그것이 더 생생하며 더 많은 사유를 자극해주기 때문이다. 은유는 수수께끼를 포함한다. 은유가 일깨워주는 생생함은 은유의 공식인 ‘A는 B이다’에서 기인한다. 주어와 술어는 서로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동일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A는 B이다’라는 문장은 하나의 수수께끼로 남게 된다. 이와 같은 형식의 문장 안에서 두 개념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성이 발견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수수께끼의 가능성을 결정한다. 은유가 포함하고 있는 수수께끼는 두 개념 사이에 유사성을 인지할 수 있을 때에만 풀릴 수 있다. 따라서 은유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일정한 인식 과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 <은유의 도서관>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지금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나훈아의 노래이다. 노래를 듣는 동안 슬퍼진다. 왜 그럴까? 나훈아의 목소리가 구슬퍼서, 아니면 눈물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것도 아니면 이별의 기억이 떠올라서.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삶의 과정이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위의 글을 보면, 은유는 서로 다른 개념에서 동일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눈물의 씨앗’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은 개념이고, 눈물은 몸의 현상이고, 씨앗은 물질이다. 이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우리에게 슬픔을 줄 수 있을까? 유사성이 있기는 있을까? 과연 수수께끼일까?
우주는 넓고 존재의 양태는 모두 다르다. 같은 모습, 같은 순간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서로 다른 무한의 사고들이 부딪히는 곳이 우리 동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유는 예측 불허로 끝없이 나올 수 있고, 그에 대한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다시 말해 국어수업에서 말하는 것처럼 좁은 의미의 은유적 상징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정답을 맞히기 위해 사유를 좁히는 인식 과정은 이제 버려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아침부터 나훈아의 노래를 들어보았다. 역시 좋다. 건조한 감성이 푸릇푸릇 돋아난다. 그러면 뭐하나? 한낮은 여전히 덥기만 한데.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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