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문학언어인 은유도 특정한 상황에서 그 의미를 획득한다. 리처드는 은유가 모든 언어 상황에 편재하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은유가 없이 일상대화는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정밀한 언어에서조차 은유를 제거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철학에 있어서는 우리들과 청중들이 사용하는 은유를 지속적으로 인식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안전하게 옮길 수가 없다.” 왜 우리는 모든 언어 사용에서 은유를 피할 수 없을까? 은유는 왜 언어 사용 일반의 속성인가? 그것은 언어가 연상과 상호작용과 추상화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유는 그와 같은 작용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 주는 언어 사용의 예이기 때문이다.

-<은유의 도서관>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걸었던 길을 하루 지나 다시 지나야했다. 그 길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고, 그 사이 은행잎도 내려와 내 발걸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보태주고 있었다. 그때 휘적휘적 바람을 일으키며 저녁 운동을 하는 사람이 지나갔고, 나는 <마담 보바리>가 들어 있는 무거운 가방을 몸으로 느꼈다. 꾸역꾸역 다 읽기는 했는데, 이 책을 어찌 함께 나눌 것인가? 게다가 독서모임 참석자들은 로쟈의 고전문학 강의를 들었다는데. 먹고살기 위해 내딛는 발자국에 쇠고랑이 걸린 것 같다.
화정도서관 지하에 있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모임 시간이 되자 5분이 모였다. 신청자는 14분인데. 잠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앞으로 책을 읽고 싶어서, 문학을 알고 싶어서, 시(詩)를 읽으며 위안을 받았는데 이제부터는 소설도 읽고 싶어서. 아, 이 모임을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까? 책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얼기설기 엮다 보니 예정된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나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늘 그렇지만. “책에 나를 던져 나와 연관되어 보이는 것을 적어와 이야기를 나누어요.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은 결국 나 아닌가요?”
독서모임 2시간 동안 나는 여러 번 낭독을 했다. <마담 보바리>, 오랜만에 다시 보니 소설 쓰기의 교과서라는 게 실감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못 쓰기에 소설과 거리를 두었나?
모임에서 낭독한 것 가운데 하나 옮겨본다. 내 주관이지만, 은유란 이런 거라고 보여준 것 같아서다.
 
“여전히 폭풍은 휘몰아쳤고 정열은 타오를 대로 타올라 재가 되었지만 아무런 구원도 오지 않고 햇빛은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은 채 어디를 향해도 캄캄한 밤이었으므로 그녀는 뼛속으로 스며드는 무서운 추위 속에서 길을 잃은 채 갈곳 몰라하고만 있었다.”(<마담 보바리>에서)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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