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는 한 가지 것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제시한다. 하나의 은유 표현에는 공존하는 사고들이 담겨 있다. “단어의 의미의 다양한 양상, 즉 생략된 부분들 간의 이들 상호작용의 방식이 엄청나게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은유를 단어들의 교환과 환치로 보고 ‘대체’로 설명해 왔지만, 리처드는 은유가 “근본적으로는 ‘사고들’ 사이의 교환과 교제, 상황(컨텍스트) 간의 상호작용”이라고 주장한다.
리처드는 은유가 결합하는 두 개의 표상을 ‘내용(tenor)’과 ‘전달수단’(vehicle)이라고 부른다. “‘원래의 생각’과 ‘빌려 온 생각’, ‘실제로 말해지거나 생각된 것’과 ‘비교되는 것’, ‘아래 놓여 있는 생각’과 ‘상상된 것’, ‘주된 주제’와 ‘그것이 닮은 것’ 아니면, 더욱 혼란스럽게는 ‘의미’와 ‘은유’ 혹은 ‘생각’과 ‘그 이미지’ 같은 표현들”이 은유의 두 측면을 늘 혼란스럽게 제시해 왔다.

-<은유의 도서관>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표현의 최고 정점은 은유인데, 이 은유가 참 어렵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내가 보기에 대략 이유는 두 가지 같다. 먼저, ‘그대’의 생각을 ‘내’가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인식 과정’과 거기에서 만들어진 ‘관점’을 내가 ‘공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가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대는 ‘그대’이고 나는 ‘나’니까!
또 하나는 이런 것 같다. 역시 문제는 ‘나’다. 남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은유를 토해내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성찰하고, 세상을 통찰하는 지혜가 단단해야 한다. 특히 하나의 사물에 국한시켜 사고를 집중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겠다는 굳은 의지로 사물의 본질을 캐묻고 또 캐물어야 한다. 이 과정이 사실 힘들다. 하지만 누구나 노력하면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진리를 인식해낼 수 있고, 그것이 두루두루 통하면 자유롭게 사물을 엮어 빛나는 은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렇게 못하는가? 은유의 원리가 대략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 은유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턱없이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은유는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사고 체계라는 것을 인식해냈으니까 언젠가 빛나는 은유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안 나오면? 뭐 또 그런 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대로.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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