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편지글과 관련해서 밝혀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은 독자들은 먼저 그 글의 차분함에 놀란다고 합니다. 어떻게 징역 정서를 그처럼 단정하게 가지고 갈 수 있는가에 대하여 묻기도 합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의문입니다. 징역살이 자체는 혼란스럽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투고 싸우고 쫓기는 생활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엽서에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들이 최종적인 독자였기 때문입니다. 반듯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가족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였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 편지가 검열을 거치는 것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든 편지는 서신 검열을 통과해야 합니다. 서신 검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검열을 먼저 합니다.

-<담론>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검열(檢閱, 검사할 검/볼 열)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1. 어떤 행위나 사업 따위를 살펴 조사하는 일. …

4.<심리> 정신 분석에서,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위험한 욕망을 도덕적 의지로 억눌러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일.”

국어사전의 내용을 여기에 옮긴 이유는 검열에 대해 심리적인 정의가 있다는 것을 내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조금 뒤지니 ‘아, 그렇지’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검열은 나도 안전하고, 상대방도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분란을 잠재우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가족이고 보면 심리적 억눌림은 더욱더 극심했을 것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다 보면 당연히 정제된 언어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 자기 성찰은 깊어만 갔을 것이다. 이제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왜 좋은 글인지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이 책을 찾아보았다. 표지에 쓰여 있는 글이 눈에 익었다. 서대문형무소 안내 때 인용하는 글이다. 반가워 여기에 소개해본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삼십칠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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