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토 딕스Otto Dix의 <전쟁>이나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의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편치 않은 마음을 안겨 주고 고통과 긴장 상태로 이끌고 갑니다. 통상적 의미로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합니다. ‘아름다움’이란 뜻은 ‘알다’ ‘깨닫다’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세계와 자기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자기와 세계를 함께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불우한 처지의 생명을 위로하기보다는 그것을 냉정하게 직시하게 함으로써 생명의 위상을 바꾸어 가도록 합니다. 그런 뜻에서 ‘아름다움’은 우리가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성찰’, ‘세계 인식’과 직결됩니다.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림이지만 우리가 처한 세계의 실상을 대면하게 한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담론>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글쓰기는 힘들다. 특히 나와 함께하는 글쓰기는 고통스럽다.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그 ‘나’는 내면과 외면을 항시 오고가는 ‘나’이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늘 흔들리는 ‘나’이다. 그 ‘나’가 토해내는 말과 글은 어물쩍거리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표현이 아니고 ‘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진술해 나가는 직면의 울림들이다. 회피는 삶을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트리기에 과정에서 마주하는 삶을 정면으로 통과해나가는 것이다. 순간의 극복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방금 내가 쓴 문장을 소리 내어 다시 읽어보았다. 목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아 일부러 지어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 문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개념과 추상이 구체성을 잡아먹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안에 구체성이 들어가는 있는 듯 보인다. 내 눈에는 말이다. 좋은지 나쁜지는 다음에 분별하기로 하자. 일단 그렇게 내 문장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이런 변화는 글쓰기 수업이 가져다주었다. 전과 다른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금년 봄 글쓰기 강좌를 열고, 내가 말하면서도 목에 걸린 부분을 다시 이해하고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나만의 언어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즉 강의를 해나가는 과정이 결국은 내 공부를 하게 된 셈이었다. 수업 시간에 항상 이야기하는 ‘의미의 확장’이 내게서 벌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사실 나도 모든 현실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참담하기에 현재는 마음으로만 읽고 있다. 그것이 표현되는 날 내 삶이 어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 깊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나갈 내 자신이 말이다. 그 터널은 ‘나의 어머니’이다. 위의 글을 옮기면서 든 생각이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