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신분보다는 그 사람의 얼굴을 주목합니다. 얼굴을 주목하는 경우에도 이목구비보다는 얼굴에 담겨 있는 분위기를 주목합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달관이 있는 경우를 최고로 칩니다. 좋은 피부와 아픔이 없는 얼굴은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얼굴’의 옛말은 얼골입니다. 얼골은 얼꼴에서 왔습니다. ‘얼의 꼴’ 다시 말하자면 ‘영혼의 모습’입니다. 그 사람의 영혼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였습니다. 얼굴에는 자연히 그 사람의 ‘얼’이 배어 나오게 마련입니다.

-<담론>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내 얼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포커 페이스다.(도무지 저 놈의 속을 알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음흉한 놈.)” “착하게 생겼다.(송곳 드라마 대사가 생각난다. ‘네가 제일 쉬워 보여서.’ 나를 만만하게 대하겠다는 것이다. 멍청한 놈.” “어두워 보인다.(본래 피부가 까매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그게 아니다. 세상 고민 다 껴안고 사는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징징대는 놈.” 누군가 내게 건네줘서 기억나는 것들이다. 아마 나를 본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얼굴과 몸에 관심을 갖고 그에 관한 책을 더러 읽어보았다. 그 뒤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키기 위해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 습관을 익혀나가고 있다. 미세한 떨림과 움직임에 어떤 감정이 배어 있는지 과도하게 신경을 쓰며 보았다. 그러고는 내 나름 해석을 덧붙였다. 그걸 발판으로 다음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가 엇나갈 때가 많았다. 나는 너의 실체를 아는데, 왜 너는 감정을 속이는가?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을 하는 동안 나는 왜 대부분 글을 발표하고 나서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지 그게 자못 궁금했다. 그 순간 나는 그분의 표정을 못 보니 답답했지만, 이유는 자명하다. 글이 자신임을 직감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쓰려고 하다 보니 쓰고 나서 온갖 감정이 치받치고 올라왔고, 그것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수업 횟수가 늘어나면서 그 광경은 줄어든다. 우리가 일관되게 고개를 숙이고 말하지 않듯이, 글로써 상대와 소통하려는 마음의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워도 고와도 내 얼굴은 나 아닌가? 그럴듯해 보여도 서툴러 보여도 내 글은 나 아닌가?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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