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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진 자의 슬픔<이수호의 일흔 즈음>
이수호 | 승인 2016.07.12 10:47

나는 살면서 빚을 많이 졌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교사 10년째 교육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할 때
교육운동 대열로 이끌어준 선후배 동료들
특히 모든 면에서 부족한 나에게
나이 몇 살 더 많다고
깍듯이 선배 대접하며 적절한 역할로
함께 활동하게 해준
후배님들의 그 너그러움
내가 실수를 해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궂은일은 자기들이 다 하면서
공은 다 나에게 넘기던
하나 같이 젊으면서도 선배 같던
그 멋진 아우들
이젠 그들도 어언 정년 무렵
나처럼 벗어지거나 백발이 반이 넘은
잘 익은 홍시 같은 선생님들
교육민주화선언 30주년 그냥 넘기기 아쉬워
오랜만에 시장골목 삼겹살집에 모여
낄낄거리며 지난 얘기에 섞어
다시 학교를 걱정했다
우리가 좀 더 잘해서 조금만 더 바꾸어놓았더라도
지금 저렇게 학생들이 고통 받지는 않을 텐데
후배 교사들이 저런 고생은 덜 할 텐데
특히 전교조가 저렇게 능멸 당하지는 않을 텐데
막걸리 잔 기울이며 자책하고 반성해본다
그 중 위원장까지 지낸 내가
제일 책임이 무거워 고개를 들 수가 없는데
오히려 대머리 흰머리 후배들이 위로한다
그래도 선생님 위원장하실 때가 좋았어요
자부심도 있었고요 수업이든 투쟁이든
원 없이 했던 것 같아요
아 평생을 지고 가는 이 사랑의 빚을
나는 언제나 갚을 수 있을까
그래서 오늘도 어디 필요한 곳으로 부르는 곳으로
아침부터 눈물 흘리며 달려갈 수밖에 없다

 

   
▲ 필자 이수호.

 

 

 

그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전 서울시 교육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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