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거대하고 편평한 땅덩어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지구를 내핵으로 끌어당기는 거부할 수 없는 힘, 바로 중력 때문이다. 물질이 거대할수록 중력은 거세며 우주 안에 행성과 달, 별이 상대방을 끌어당기려는 힘의 균형으로 천체가 운행된다. 땅 위를 떠나려 시도하는 순간, 우리는 어김없이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신은 우리에게 ‘이 땅’을 버리라고 말한다. 여기서 ‘땅’이란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같은 자기애와 이기심이다.

-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자기애와 이기심을 버리라고 한다고 해서 과연 버릴 수 있는 것일까? 중력이 없으면 우리의 몸이 버틸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 요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자기를 혐오하건 자기를 사랑하건, 이기적이건 이타적이건, 이것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부침하는 것 아닌가? 어떤 때는 내가 너무 싫고, 어떤 때는 내가 너무 좋고, 어떤 때는 이기적인 주장이 필요하고, 어떤 때는 이타적인 행동이 필요하고, 뭐 이런 것들이 촘촘히 엮여 이어지는 것이 우리 삶 아닌가? 그 모든 것도 결국 나 자신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행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우리는 특정한 상황에서 이렇게 일목요연한 답을 요구하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이 틀렸건 옳았건 매듭을 짓지 못하면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식론적 특성 때문이다.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글쓰기가 힘들다. 분명 의문의 여지가 수만 갈래가 있더라도 항시 매듭을 지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다.(물론 여기서 매듭은 깔끔한 정리는 아니다.) 단언컨대 그것들이 모순이지만, 그 모순이 모순임을 알면서 행하는 글쓰기와 모순인데도 모순임을 모르고 행하는 글쓰기는 천양지차이다. 그 모순을 알아가는 것, 그 길에 글쓰기는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모순을 너무 심하게 앓으면, 정신분열증이 올 것 같지만 모순을 지각(知覺)하는 사람들은 그럴 확률이 적다. 질서가 있는 것 같지만 질서가 없는 것이 우리 사는 세상임을 누구보다 잘 알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늘 머릿속에 달고 살지만, 안개 같은 삶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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