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세의 전환’을 통해 탈-일상에 도달하는 대안교육

본 글은 교육의 본질을 ‘자세의 전환’으로, 그리고 인문학의 힘을 ‘해방’으로 규정하고, 그럼으로써 대안교육을 탈-일상을 모색하는 현대의 참된 교육으로 제안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다.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도대체 이것은 대안교육에 어떠한 유익을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어 제기될 수 있다. 대안교육이란 무엇이며, 도대체 이것은 인문학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앞뒤의 질문이 다소 다른 뉘앙스를 지니고 있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분명한 것은 본 논의의 대상이 바로 ‘인문학’과 ‘대안교육’이며, 이 두 가지가 어떤 형태로든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을 해명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1. 교육의 본질: 자세의 전환

우리의 이야기는 플라톤의 유명한 저서, <국가(Politeia)>로부터 시작된다. 플라톤의 󰡔국가󰡕는 국가일반 및 정치를 다루고 있는 그의 주저 중 하나이다. 특별히 이 저서가 중요한 이유는 이 안에 교육(Paideia)에 대한 플라톤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514a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그러면 다음으로는 교육(Paideia) 및 교육 부족(apaideia)과 관련된 우리의 성향을 이런 처지에다 비유해 보자.”¹⁾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들이 태어나자마자 동굴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다리도 목도 사슬에 묶여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고, 머리를 돌릴 수도 없기 때문에 다만 앞에 있는 사물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의 뒤편에는 횃불이 있고, 그들과 횃불 사이에는 낮은 담장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담장 뒤편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한다. 묶여있는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그림자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움직일 수 없게 태어난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단지 자신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림자들만이 진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들 중 한 명이 사슬로부터 풀려나서 동굴을 헤매다가 결국 바깥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이 도망친 사람은 최초로 보게 된 태양 빛에 눈이 부셔서 땅에 엎드려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눈이 부셨기에 그는 죽을 만큼 괴로웠다. 그러나 점점 태양빛에 익숙해진 그 사람은 눈을 뜨고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동굴 안에서 자신이 생각했고 이야기했던 세계가 모두 거짓된 그림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 묶여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그들을 풀어주려 한다. 어떤 이들은 이 사람의 말을 믿고 몸을 움직여 바깥으로 나가지만, 어떤 이들은 이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은 채 풀려남을 거절한다. 

앞의 비유처럼, 플라톤에 따르면 교육이란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익숙한 것을 넘어 때로는 괴롭게 하는 참된 것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어떤 것이다. 여기에는 근원적인 것, 참된 것을 향하려는 적극적인 자세(태도)가 나타난다. 이와 반대로 교육 부족이란 그저 익숙한 것들에 빠져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참됨 것에로 향하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교육이란 이런 자세의 전환을 의미한다. “파이데이아(교육)는 인간의 자세잡음(Gehaltenheit, 자세잡혀있음)이”²⁾며, 따라서 “눈이 어둠에서 밝음으로 향하는 것은 몸 전체와 함께 돌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듯”³⁾, 그렇게 자신의 전체 자세를 변경함으로써 일상을 나와 근원을 향하게 함이 바로 교육이다. 그리고 이 근원을 향한 자세변경, 즉 교육이란 결국 우연적이든 혹은 필연적이든, 잡혀있던 자들의 자유와 해방을 전제한다. 왜냐하면 자세를 전환하여 참된 것으로 향함은 이미 결박되어있던 모든 쇠사슬로부터 풀려났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참된 것을 이미 본 사람들이 교육이라고 부르는 이것을 수행하기 위해 무엇인가 알려줘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동굴 속으로의 귀환은 자유롭게 됨의 본래적인 완료”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본래의 자유로움은 구속으로부터 해방자가 되어야 가능하며, 이 해방자란 자신이 해방되어있음과 동시에 다른 것들을 함께 해방시키는 이중적인 역할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한 해방이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2. 인문학 교육: 해방의 모색

서양적 교육의 첫 번째 형태는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이다. 고대 그리스는 파이데이아란 이름의 인문학 교육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은 곧 교육과 인문학이 원래 분리되어 있지 않았음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특별히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형태를 지닌 도시국가들이었지만 그 출발점에는 신화적 요소가 놓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신화란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중심이 된 삶의 이야기를 의미하며, 여기서 인간을 넘어선 존재란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푸스의 신들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시대가 그랬듯이, 신화가 중심이 되었던 고대 그리스 역시 신탁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계급이 존재했다. 그 안에서 그리스인들은 자유를 억압당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인간들이 그런 인위적인 종교폭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랐다.  

모든 이들이 오직 신탁만을 인정해야 했고 거기에 맞춰 획일화된 삶을 살아야 했을 때, 이제 제대로 된 인간, 자유로운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즉 파이데이아가 탄생된다. 왜냐하면 제대로 배운 인간은 결코 참된 것에 대한 지식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알아야할 바를 아는 이들은 그 어떤 것에도 기만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인문학 교육의 출발점을 바로 여기에서 발견하게 된다. 비록 파이데이아가 지금의 인문학과는 다르게 수학, 기하학, 자연학 등을 함께 다루었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됨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인문학 교육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파이데이아는 이전 시대의 획일화로부터 해방을 모색하는 인문학의 출발점이었으며, 이것은 교육의 출발점이 인간의, 인간을 위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교육, 즉 인문학 교육일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준다. 그리고 르네상스가 휴머니타스(humanitas)라는 이름을 가지고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의 재부흥을 꾀했던 것 역시 이러한 인문학 교육을 통한 해방의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현대는 어떠할까?

3. 현대의 인문학 교육: 해방의 새로운 모색이 되어야 한다!

파이데이아를 기원으로 가지는 인문학 교육은 해방을 위해 우리 시대에도 요청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성이 말살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과거종교에 버금가는 폭력적 신념체계들의 등장에 놓여 있다.

이미 19세기 이후부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첨예한 대립은 이데올로기라는 신조어를 통해 우리에게 경험되어왔다. 이 두 이념은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나름대로 정착되기 시작했고, 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폭력의 상황을 만들어왔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들의 이념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살의 역사를 만들어왔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그 둘 모두 이념의 절대화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세력이었다. 자본주의 교육과 더불어 사회주의 교육도 그래서 참된 인간보다는 획일적이면서 폭력적인 지배체제의 재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을 뿐이다.

자연과학은 또 어떠한가? 우리는 자연과학을 절대적 판단기준으로 인정하며, 그래서 모든 면에서 과학적이면 올바른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살아간다. 왜냐하면 실험이 되어 타당한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면, 그리고 기존의 합리적 이론에 속한다면 그것은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올바른 것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실험이, 그리고 실험을 통해 나타난 합리적 이론이 사실상 인간이 지니고 있는 물질측면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 몇몇 분과가 인간의 정신적 측면을 다룬다할지라도 과학적 실험방법은 결국 정신적 측면 자체를 부정하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물론 자연과학은 틀리지 않고 대부분 옳은 결론을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측면에서, 그리고 영원히 올바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이름을 도용하고 있지만, 그 전제부터가 잘못된 수많은 착각과 오해들은 우리가 가진 과학에 대한 맹신이 획일적, 폭력적 결과를 산출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앞서 밝힌 현대의 보편적 가치들과 기준들에는 인간이 존재할 자리란 없다. 모든 것들을 물질로 환원시키는 유물론적 전제, 그리고 모든 것들이 자신만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이기주의 안에서 인간마저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우리시대에 수행되고 있는 교육 역시 이러한 유물론과 이기주의의 극단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교육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 타인과의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모순적 진리를 체득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경쟁 풍토는 오래도록 한국 교육계의 지배적 관행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⁵⁾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한계에 부딪쳤다는 한숨도 바로 이러한 교육으로부터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인간을 반성하는 인문학은 현대교육 안에서 의미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바르게 알지 못하면, 즉 제대로 된 교육이 없으면 자신의 자유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매 시대에는 그 시대를 획일화하고 폭력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것들이 출현하지만, 이와 반대로 교육은 그 시작으로부터 획일성과 폭력성으로부터의 해방을 모색해왔던 인문학 교육이었다. 따라서 현대의 교육이 그 해방의 모색을 꾀하지 않고, 대신 억압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면, 이제 그 본질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 인문학적으로 이야기되어야만 한다. 대안교육(alternative education)은 바로 이러한 요구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4. 대안교육: 자세의 새로운 전환

대안교육의 정의 및 역사를 잘 밝히고 있는 많은 연구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해야 하는 사항은 대안교육의 구체적인 실례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시대에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 하는 규정에 대한 것이다. 

대안교육에 대한 몇몇 연구들은 이 단어 자체가 아직 정확한 사전적 정의를 획득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왜냐하면 ‘대안’이라는 말 자체가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이것은 기존의 교육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자신을 규정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대안교육은 기존의 공교육과 다름을 추구하는 작업에서 비롯된다.”⁶⁾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현대 주류사회와 현대 문명이 강요하는 성장주의, 경쟁 이데올로기 등이 판치는 반생태적 현대 문명의 불가피성에 저항하기 위한 의도”⁷⁾를 지닌 교육이라는 점이다. 

“대안은 기존의 교육과 그저 어떤 면에서 조금 다른,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라 기존의 학교교육에 기반하고 있는 이념적 성향이나 인간관, 자연관, 사회관, 세계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근거로 하고 있다.”⁸⁾ 따라서 이것은 “교육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⁹⁾이라고 주장된다. 이념에 경도되고, 이기주의에 빠져있으며, 어떤 획일성과 폭력성을 강요하는 그런 교육이 아니라, 교육 자체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대안교육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익숙하고 상식적인 것으로 다가와서 억압하는 그런 일상으로부터 ‘자세를 전환하여’, 지금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영역으로 향하게 하는 ‘탈-일상’이며, 이것이 바로 대안교육이 회복하고자 하는 교육의 본질이다.

대안교육이 추구하는 공교육과의 차별성이란 단순히 기존교육을 비판하거나, 그것의 체계만을 변경시키는 것에 머묾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안교육은 기존의 교육이 근거해있는 자세를 지적하고, 이제 그 자세를 전환할 것을 사람들에게 제안한다. 다시 말해, 대안교육은 이 시대가 그의 자세를 새롭게 전환해야 함을 분명히 지시한다. 대안교육은 ‘자세의 새로운 전환’이다. 

물론 여기서 자세를 전환해야 하는 대상은 단순히 학생만이 아니다. 자세의 전환은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왔던 교사에게 해당되며, 나아가 이 사회의 비인간화된 전제에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맞추면서 살아가는 국민 모두에게로 확장된다. 한번쯤 일상으로부터, 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전제로부터, 그리고 전부라고 인식되어왔던 성공의 기준으로부터 우리는 자세를 바꾸고 우리의 본바탕을 다시금 숙고해야만 한다. 

참된 교육이란, 혹은 교육의 본질이란 이렇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익숙한 것들이 함부로 요구하고 있는 획일화와 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리고 이 해방이란 무기를 들고 나가 싸우는 어떤 이념적, 폭력적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속해있었고 의심하지 않았던 기존의 익숙함으로부터 과감히 자세를 전환하여 우리의 본 모습을 반성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참된 교육이란 언제나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탈-일상’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려는 대안교육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본다면, 자세의 전환으로서의 교육, 즉 대안교육은 상당히 쉬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육체적 희생 없이 자신의 자세 혹은 태도를 개방적으로 바꿔보고, 나아가 나 자신을 반성하는 개인적 차원의 작업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자세의 전환으로서의 교육은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기존의 익숙함으로부터 해방되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낯설고, 두려운 행위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대교육의 문제를 알면서도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러나 교육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것이며, 이것은 결국 자신이 너무나도 익숙하게 길들여져 묶여 있는, 그래서 억압당하고 있는 그런 상황으로부터의 해방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안교육이란 일상인들의 관점에서는 부적응한 이들을 위한 특수한 교육형태지만, 이미 그 본질에서부터 교육을 바라보려는 이들의 관점에서는 ‘자세의 전환’을 통해 탈-일상을 모색하는 참된 교육으로 규정될 수 있다. 

나를 억압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그것이 비록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익숙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마음대로 복종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삶을 자유로 개방시킨다. 물론 이 자유가 결단코 방종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세를 전환시키는 참된 교육은 이미 우리를 이기주의로부터의 해방에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관표 (협성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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