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2:13-21
어리석은 자여…
정원진 목사 (서울제일교회)

원숭이 사냥법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 가운데 인간의 모습과 가장 닮은 동물은 ‘원숭이’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원숭이를 쉽게 잡는 법을 알고 계십니까? 제가 오늘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이 어떻게 원숭이를 잡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먼저 가죽으로 자루를 만들고, 그 입구를 좁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자루 속에는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잔뜩 넣어서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습니다. 그러면 원숭이들이 나타나 자루 속을 들여다보다가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좋아서 날뜁니다. 그리고는 “얼씨구나!” 하면서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어 과일을 꺼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원숭이의 손은 자루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자루 속에 집어넣은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잔뜩 움켜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숭이는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과일을 꽉 움켜잡고 있기 때문에 빼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원주민들이 나타나 자루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원숭이를 쉽게 잡습니다.

그런데도 원숭이는 원주민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오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원숭이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절대로 손에서 과일을 놓지 않기 때문에 원숭이는 잡혀서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원숭이는 다른 동물들보다 영리하다고 하지만 가장 간단한 이치를 모르고 있습니다. 손에 쥔 먹이를 놓기만 하면 자유를 누릴 수 있는데, 움켜쥔 과일을 포기하면 살 수 있는데, 원숭이는 어리석게도 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도 눈앞에 놓여 있는 과일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원숭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입니까? 살 수 있는데도 왜 원숭이는 죽음의 포로가 되었습니까? 그것은 ‘욕심’ 때문입니다. 먹이에 대한 집착, 자신의 손안에 움켜쥔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결국 원숭이는 죽게 되는 것입니다.

너무도 어리석은 부자

오늘 복음 말씀에서 우리는 이 미련한 원숭이와도 같은 사람을 만납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들려주신 ‘어리석은 부자’가 바로 이 미련한 원숭이와도 같은 사람입니다. 언젠가 제 스승이신 안병무 선생님께서 이 비유를 조금 각색해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로 꾸민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겠습니다.

옛날 어떤 마을에 한 지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 땅 전체가 모두 그 지주의 것인지라 그 마을 사람들은 몽땅 그의 농노나 다름없었습니다. 실제 종들 외에는 소작하는 이들이 대부분 이었으나, 모두가 그 지주의 땅에 예속되어 있었기에 그의 눈 밖에 나면 언제라도 굶어죽어야 하는 판이니 노예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춘궁기가 오면 모두가 먹을 것이 없어 곡식을 빌려야 하고, 가을이 되면 두 배로 갚아야 하니 모두 그 지주의 채무자들이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그 지주는 고래 등 같은 기와집 주위에 삥 둘러 지은 창고에 곡식들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것은 모두 농부들이 피땀 흘린 결과물들이었지만, 정작 소작농들은 모두 그 곡식에게서 소외당했습니다. 모든 수확을 지주의 창고에 채우고, 그 중에서 지주가 조금씩 베푸는 것에 매달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왕창 풍년이 들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먹고 빌려주어 줄어들었던 곡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곡식이 날라들었습니다. 뜻밖의 풍작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그에게는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이 곡식들을 어떻게 할까가 고민이었습니다. 궁리 끝에 그는 집 주위에 또 한 겹 둘러 곳간을 짓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겹으로 지어진 곳간으로 둘러싸이게 되었습니다. 곳간마다 큰 자물쇠로 잠그고 난 다음 너른 대청에 앉아 긴 담뱃대를
꼬나 문 그는 이렇게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내가 이 기쁨을 뉘게 말할꼬? 동생 녀석에게 말할까? 자식들에게 말할까? 맨날 내 물건 훔쳐낼 생각 아니면, 내가 죽을 날만 고대하는 그놈들에게? 당치도 않는 소리! 아니다. 나는 나에게 말하는 수밖에. 나에게도 속나 겉나가 있지. 겉나는 위험한 것. 그러니 속나에게 말해야지. ‘내 속나(혼)야! 여러 해 동안 아무리 흥청거리며 써도 다 쓰지 못할 만큼 많은 물건들이 가득 가득히 쌓였으니 너는 더 이상 근심하고 걱정할 것 없다. 파수꾼을 둘러 세웠으니 도둑놈이 들거냐, 관가에 쌀섬이나 건넸으니 저들의 노략질이 걱정인가. 곳간마다 자물쇠로 잠그고 이렇게 열쇠가 내 허리에 채워져 있으니 집안 도둑이 걱정이냐. 형편이 이러하니 안심하고 실컷 먹고 마시고 즐기거라.’”

“여봐라 술상을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 들여오너라! 그러나 동생 녀석, 아들놈들 그리고 여편네 따위와 술상을 함께 할 수는 없다. 이미 저들과 원수 된지도 오래고, 또 그래서 저들이 내 물건을 얼씬도 못하게 된 판인데 저들에게 인정을 내 베풀 수 는 없는 노릇.”

그는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진수성찬을 마구 물고 뜯었습니다. 그러나 야속한 것이 배때기였습니다. 그놈이 너무 작아서 그걸 다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상을 물리면 허기진 아랫놈들이 달라붙어 먹는 꼴을 볼 수도 없는 노릇. ‘할 수 있는 대로 쑤셔 넣자. 배가 고무풍선이 될 수도 있는 법.’

마침내 뱃속이 편치 않더니, 아래 위 옆 모두가 꽉 막힌 듯 속이 뒤집히고 밸이 꼴리기 시작했습니다. ‘나 죽는다. 나 죽는다!’ 소리칠까 하다가 그 소리에 장단 맞춰 얼씨구나 춤을 출 식구라는 것들 꼴이 눈앞에 생생해서 그는 혼자 대굴대굴 굴렀습니다. ‘아이고 죽겠다. 나는 이제 죽는다. 죽어? 죽다니 그러면 이 재산들은 다 어쩌지? 저것들을 다 가지고 갈 수도 없고, 내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사는 시간만 단축될 것이고, 그러나 어찌하랴, 우선 살구 봐야지.’ “여봐라 나 죽는다. 의원을 불러오너라.”

그러나 불려온 의원은 단 한마디 “당신은 오늘밤을 못 넘기오”라는 말만 던지고 가 버리지 않나! “내 재산의 절반을 주어도 날 못 살리겠느냐? 저 곳간을 봐라!” 의원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습니다. ‘하하! 저 물건들이 다 뭐냐 내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내가 죽으면 결국 내 원수 같은 저것들이 다 뺏어 가겠구나!’ 그 생각에 미치자 그는 갑자기 눈이 뒤집히면서 죽고 말았습니다.

왜 이 부자는 어리석은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주를 예수님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그가 왜 어리석습니까?

첫째, 그는 자신이 소유한 재물이 자신의 삶을 보장해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소유는 삶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아니 바로 그가 그토록 믿었던 소유가 실은 그를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차단’시켜 버렸습니다. 소작농이었던 동네 사람들과는 말할 것도 없고, 그를 섬기는 종들과도, 나아가 그의 가족과도 완전히 차단시켜 버렸습니다. 그는 언제나 ‘홀로’였습니다.

여러분,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십시오. 비록 짧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거기에는 ‘부자’ 외에 그 누구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내 소출, 내 곳간, 내 곡식, 내 물건, 내 영혼” 등등, 온통 ‘나’뿐입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고 자기 혼자만 생각하고 자기 자신하고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를 ‘홀로’이게 한 것은 바로 그 풍요한 소유입니다. 언뜻 보면 그가 재물을 소유한 것 같지만, 그래서 그가 재물의 주인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는 재물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였습니다. 그는 추수한 곡식들을 성벽처럼 둘러놓고 그 안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재물이 그를 포위하여 그의 감옥을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자기 소유에 갇힌 죄인입니다. 더욱이 그는 여럿이 함께 갇힌 것이 아니라 독방에 갇혔습니다. 그는 배가 터져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니! 그 이전에 그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끊어짐으로 죽어가고 있던 것입니다. 삶은 홀로 일 수 없습니다. 생명이란 바로 ‘더불어’만 생존하는 것입니다. 관계의 차단,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음의 다른 모습입니다. 그것을 몰랐기에 그는 어리석었던 것입니다.

둘째, 그는 시간을 잘못 계산했습니다. “(내) 영혼아,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물건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마음 놓고, 먹고 마시고 즐겨라.” 그는 다른 것은 다 잘 계산했는데, 자기가 가진 시간은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이 부자가 결정적으로 어리석은 것은, 시간이 자기 것이 아님을 깨닫지 못한 데에 있습니다. 그는 시간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거두어들인 곡식을 창고에 쟁여 놓듯이, 자기 시간도 곳간에 넉넉히 쌓아 놓고 사는 줄로 여겼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객관적인 진실일 뿐이지 주관적으로 인식되지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자신이 죽으리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지닌 어리석음입니다.

삭개오처럼 오늘 여기에 구원이 임하길

이 지구의 동식물들 중에서 ‘미루는 것’을 발명한 것은 인간뿐이라고 합니다. 어떤 나무도, 어떤 동물도 미루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미룹니다. 오늘은 나를 위하고 내일 가서 남을 위하겠다고 미루지 마십시오. 오늘 어리석은 원숭이처럼 손을 움켜쥔 사람은 내일도 그 손을 펼 수가 없습니다. 오늘 자기 재산에만 몰두해 있는 사람은 내일도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재물의 노예로 살게 됩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어떻게 사느냐가 내일을 결정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손에 쥐고 놓지 못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어쩌면 우리도 꽉 움켜쥐고 손을 펴지 못한다면, 자신을 전혀 비워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인생도 한순간에 끝장날지 모를 일입니다. 어리석은 부자처럼 말입니다. 어리석은 원숭이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복음서에 나오는 삭개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삭개오도 큰 부자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오로지 자기 재산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인색할 수밖에 없었고 오직 재산을 늘려 나가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삭개오는 오늘 비유에서의 어리석은 부자와는 달랐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삭개오는 예수님께 “주님, 저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렵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속여먹은 것이 있다면 그 네 갑절은 갚아 주겠습니다”(눅 19:8)라고 말했습니다.

삭개오는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와는 달리 재물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기 재산을 꽉 움켜쥐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움켜쥔 손을 펴서 내어놓을 줄 알았습니다. 한마디로 삭개오는 미련한 원숭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삭개오를 보시고 “오늘 이 집은 구원을 얻었다”(눅 19: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움켜쥔 손을 펴서 이웃 사람들을 위해 내어놓을 수 있었던 삭개오는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재물 대신 구원을 얻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재산을 꽉 움켜쥐고 있던 손을 펴고 재물에 집착하지 않을 때, 자기의 것을 나누고자 할 때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다운 재산, 참다운 풍요로움, 바로 하나님의 생명, 구원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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