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머슨은 이렇게 촉구한다. “당신은 인생에서 추구할 그 무언가를 발견했습니까? 발견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견해나 소문에 의지하지 말고, 당신 마음속에 있는 당신만의 우주를 찾으십시오. 그 우주는 우리 주위에서 우리의 관찰을 기다리는 자연, 특히 하늘의 별, 산, 강, 나무, 시냇가, 고양이, 아이의 얼굴,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당신만의 산과 강을 찾아 인내를 가지고 관찰하십시오.”
에머슨은 이 인용구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신이다”라고 선언한다. 인간의 의무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직하고 완벽한 인간, 즉 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과 일치하기 위해 연습하는 일이다. 그러한 연습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에머슨은 인간이 누구인가를 가장 시적이면서도 간결하게 표현한 사상가다. 그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교리라는 이름으로 독점해오던 그리스도교의 관행을 역사적인 연설을 통해 부수기 시작한다.

-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신의 위대한 질문>을 필사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인식의 세계다. 역사 이래로 자연환경이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다만 그것을 알아내는 인식의 깊이만 변했다. 누군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인식의 깊이가 남들보다 월등한 천재들이 가속도를 일으켰고, 그렇게 현재의 단계에 이른 것 같다. 또 하나는 역시 나만의 인식 세계를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통합적 자아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대 아니라 위의 글처럼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신이다”라는 부분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인식해내는 과정을 걷되 여기저기서 온 수많은 인식의 정보를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인식해내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가치관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사고의 소유자라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기적 면보다는 이타적인 면이 은연중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저자가 무얼 말하고 싶은지 대략 감은 오지만, 그 깊이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경외심을 갖고 세상에 겸손하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가라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저자에게 감사를 드리며, 공부 차원에서 다음 글을 마지막으로 옮겨놓는다. 경전과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관점을 제공해주는 것 같아서다.

“경전의 ‘경(經)’자를 살펴보면 그 안에 실을 의미하는 ‘사(糸)’가 내포되어 있다. 經자는 ‘날 줄/세로’ 등 나뭇잎들을 세로로 묶어 하나라 만든 특별한 책을 의미한다. 제사상 위에 올려놓은 실로 묶은 책을 의미하는 ‘典’자는 經자에 대한 의례적인 의미를 더한다.

경전을 뜻하는 영어 캐논(cannon)은 고대 그리스어 카논(kanon)에서 차용했다. 카논은 길이를 재기 위해 눈금을 새긴 막대기나 목수의 다림줄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 경기에서 누가 멀리 뛰었는지 재는 자를 뜻하기도 한다. 캐논은 이러한 물질적 의미를 넘어 추상적인 의미도 지닌다. 인간의 지적인 삶에 있어서 탐구하고, 판단하고, 생활하고, 행동하는 모든 분야에 기준이 되는 규범이나 법률을 캐논이라 한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