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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08.16 10:25

우리는 보통 슬픔과 고통을 ‘말’로 해소합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할 경우 그것들을 내 밖의 세상으로 해방시킬 뿐 아니라 동시에 그들이 안전히 거할 언어의 집을 마련해줍니다. 그럼으로써 언제든 다시 방문하고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성찰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느 분은 문학치료 시간에 에드거 엘런 포의 시 <꿈속의 꿈Dream within a Dream>을 읽고 비로소 상실의 슬픔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파도에 시달리는 해안의
울부짖음 속에 나 서 있습니다.
내 손에는
금빛 모래를 꼭 쥐고서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나마
손가락을 빠져나와 바다로 떨어집니다.
내가 울고 있는 동안에 울고 있는 동안에!
오, 신이여. 제가
더 꼭 쥘 수는 없는 것입니까?
오, 신이요. 단 한 개만이라도
잔인한 물결로 구할 수는 없는 것입니까?(<꿈속의 꿈> 중에서)

 

- <내 마음을 만지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책 한 권을 내기까지 나는 나의 원고를 수십 번은 보는 것 같다. 책이 나오고 나서도 이따금 들여다본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 원고의 내용들이 별 것 아닌 거로 인식된다. 그 당시에는 참으로 절박하고 아팠는데, 몸과 마음이 변한 시점에서 그것들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뭐 그리 싸잡아 고민하면서 헤맸는지, 어리석어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다른 거 했으면, 좀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회환이 밀려오면서 말이다.
이게 바로 글쓰기의 힘이다. 안 쓰는 사람도 있고, 한 번 쓰고 안 보는 사람도 있고, 수십 번 수백 번 고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글쓰기는 천차만별이지만, 한 번이라도 써놓고 이따금 보면 위의 글 “그럼으로써 언제든 다시 방문하고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성찰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라는 부분이 뭔지 알게 된다.
글쓰기가 힘들면 우선은 독서를 통해 감정이입하는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뭐 그렇게 하면서까지 살아야 되냐고 묻는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20만 년째 살고 있는 호모사피엔스에게 가장 큰 축복은 말과 글이고, 그 중에 글쓰기로 유한한 인생 깊게 사는 것도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권한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는 것, 스마트폰만 있으면 되는 것, 컴퓨터만 있으면 되는 것, 글쓰기를 삶에 끌어들여 질긴 생명의 힘을 느껴보았으면 한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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