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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상처는 죽을 때까지 마음을 자극한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 승인 2016.08.31 11:17

오늘은 4일간의 글쓰기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이전의 글쓰기 과정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당신을 가장 괴롭혔던 문제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성찰할 것이다. 잠시 한 발 물러나 당신이 그동안 털어놓았던 사건과 문제와 느낌과 생각에 대해 성찰해보라. 글을 쓸 때 아직 직면하지 못했던 문제가 무엇이든 그것을 매듭짓도록 해 보라. 이 시점에서 당신의 감정과 생각은 어떠한가? 당신이 겪은 격변의 결과로 당신은 삶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배웠는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미래의 당신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인도할 것인가?

글을 쓸 때, 이 고통스러운 감정적 경험들에 대해 당신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하며 진정으로 다 해방시켜 털어놓아라.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그래서 당신의 미래로 연결 지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라.

-<글쓰기 치료>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마음의 상처가 발생하는 것은 사건이고 그 가운데 몸이 다치게 되면 상처의 강도는 심해진다. 몸과 마음은 항시 작용하는 일촌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내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다.

건대 사건 당시 나는 왼손에 화상을 입었다. 지금은 좋아졌지만 몇 년 동안은 한눈에도 보이는 화상 자국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상대방이 내 왼손을 보는 순간 나는 슬쩍 그의 표정을 보고는 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 분간이 안 가지만 무턱대고 그가 눈살을 찌푸린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위축이 되고 대화에 자신감이 상실된다. 특히 밥을 먹을 때 왼손으로 밥공기를 잡아야 하는데, 상대방이 그걸 보면 분명 밥맛이 떨어진다고 여겨 한 손으로 밥을 먹는 기술을 터득해야 했다. 마지막에는 상대방이 보지 않을 때 얼른 밥공기를 잡고서 숟가락으로 긁는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렇게 살았다.

청년 백수 시절, 전봇대에 붙은 신문지국 총무 광고를 보고 면접을 본 뒤 신문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에는 배달, 낮에는 수금 및 확장. 그때가 나는 좋았다. 장갑을 끼고 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신문지국에서 밥을 해주는 분이 내게 물었다.

“여기가 추워요? 왜 맨날 왼손에 장갑을 끼고 밥을 먹어요?”

“전 이게 편하고 좋아요. 밥 먹고 얼른 나가야 하니까요.”

“에이. 거짓말. 손에 뭐 보여주기 힘든 문신이라도 있는 거 아냐?”

나는 졸지에 조폭이 될 것 같아 밥을 먹은 뒤 그분을 찾아가 상황을 말해주었다. 그 뒤로 그분은 모른 채 해주었다.

왼손 화상 자국이 주는 마음의 상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다. 왜냐면 외부의 감각이 아니라 몸에 이미 박혀 있는 감각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위 글의 지시대로 큰 사건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이 순간, 내 눈은 타자를 치는 내 왼손을 자꾸 본다. 그 안에 박힌 내 삶의 모습들이 주룩주룩 흘러간다. 그걸 그냥 본다. 마음을 뒤틀지 않고 관조한다. 글쓰기를 하면서 말이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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