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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 유시민, 김서정<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 승인 2016.09.29 10:44

호문쿨루스는 자아가 마음속의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이 문제를 가리켜 ‘데카르트 극장’의 착각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몸속에 기거하는 마음을 소유하고 있다는’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주장을 빗댄 것이다. 자아가 머릿속의 관객석에 앉아서 세상의 경험을 무대 위의 연극을 보듯이 관찰한다. 이때 데카르트의 극장에서 연극을 바라보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누가 들어 있을까? 내적 자아를 상정하는 것은 우리가 자신의 머릿속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푸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다양한 인간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수많은 자율적인 작은 일꾼들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는 공장과 같은 존재일까? 많은 하위 부문이 독자적으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수의 호문쿨루스는 한 명의 관리자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은 다수의 처리 과정과 결정들로 이뤄진다. 이들은 자주 서로 충돌하며 대부분이 우리의 의식 수준 아래에서 작동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공교롭게도 내가 접하는 책들에서 데카르트는 늘 혼나고 있다. 전에 본 책들에서는 데카르트가 근대 사유의 길을 열었다며 높이 평가받았는데, 이제는 그의 생각들이 터무니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데카르트가 인간적으로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생각만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데카르트와 그의 생각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같은 것이다. 그의 몸이 여러 것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낸 생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생각이 오류라고 판명되는 것은 그 당시와 지금의 상호작용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요소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데카르트의 당시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데카르트의 생각은 위대하다. 그의 생각이 있었기에 거기서 현재의 생각들도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의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했다. 사람들은 감탄했다. 유시민에 대해서 말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그 방대한 양, 그것을 논리적으로 엮어내는 뛰어난 글쓰기 능력 등등. 그의 인간 됨됨이에 대한 평가를 떠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좋은 방안을 그에게서 듣고 싶어 했다.

모임이 끝나고 나는 우울했다. 작년에 글쓰기 책을 냈을 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말했다. 유시민의 글쓰기 책을 읽지, 누가 니 책을 읽느냐고 말이다. 그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한 마음을 독서모임에서 토로할 수가 없었다. 쪽팔렸기 때문이었다.

데카르트의 책을 읽기는 했지만, 그의 독서력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시민의 독서력은 알고 있다. 전문적인 책을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는 작업들, 그의 책들을 통해서다. 그러면서 하나가 떠오른다. 삶의 본질적인 문제 탐구는 모두의 영역인데 자신은 철학자보다 사회과학자의 자세에 가깝게 세상을 본다고 했던 것 같다. 왜 태어났는지도 궁금하지만, 모두가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오늘은 횡설수설이다. 데카르트, 유시민, 나. 글을 쓰면서 연결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없다. 위의 글처럼 마음은 늘 그렇게 충돌하는 것 같다. 이것만이 팩트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떠오른다. 데카르트나 유시민처럼 자신의 생각을 그렇게 논리적으로 정리해내려면 나는 얼마의 노력을 더 해야 할까? 삶이 부끄럽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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