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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배, 책임 무거운 사람부터 내려라!3대 종단,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기도회 열어
김령은 기자 | 승인 2016.10.19 14:46

저는 고성, 통영 인근 조선소의 물량팀에서 용접공으로 일해 온 노동자입니다. 처음직업전문학교에서 용접을 배울 때만 해도 새로운 것에 도전 한다는 큰 희망에 부풀어 시작하였지만 막상 취업 후의 현실은 제가 그 동안 겪어 왔던 직업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중략)

세계 1위라는 우리나라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그 위상과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하청에서 물량팀으로 물량팀에서 돌관팀으로 다단계 구조로 내려오는 사내 하도급 방식으로 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한 달동안 빡시게 일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을 체불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였고, 4대보험을 가입하려 해도 물량팀장의 사업면허가 없어 4대보험도 가입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사업면허가 있는 물량팀장 밑에 취업하여 4대보험 가입을 요구하면 시급 천원을 깎기를 요구하여 4대보험 가입을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중략)

2012년 8월 5일 통영의 ○○ 조선소 물량팀에서 일 할 때입니다...팀장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는데 ○○○형님이 현장에서 일하다 지게차에 협착 되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게차 운전기사는 무면허 였음) ○○○ 형님은 저랑 집이 같은 마산이라 저와 함께 카풀을 하였고 그렇다 보니 출퇴근 하면서 일 외의 사적인 이야기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동료였습니다. 그런 형님의 사망 소식에 모든 휴가 계획을 접고 회사로 출근을 하였는데 그날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현장을 가보니 중앙 통로 출입구 쪽에 사각으로 안전 테이프가 쳐져 있었고 그 가운데 스프레이로 사람 형상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곳이 사고 현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분이 있으니 여느 때와 똑같이 아침체조 음악이 흘러나왔고 각 휴게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소장 주도하에 체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순간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야이 개새끼들아. 너거가 인간이가? 너거랑 같이 일 하던 동료가 어제 이곳에서 죽었는데 너거는 묵고 살끼라고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체조하고 있나? 개새끼들아!” 외치고 주저앉아 통곡을 하였습니다. ○○○ 형님이 죽었다는 사실에, 그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들이고 있는 저 개 같은 인간의 분노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여기가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후략)

2016년 6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증언대회
<위기의 조선사업, 벼랑 끝에 선 노동자, 당사자가 말한다>에서 발표된 글 중 일부 발췌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기도회가 18일(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렸다 ⓒ에큐메니안

대한민국 조선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조선업의 위기는 일찍이 예견돼왔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이 무리하게 건조 규모를 확대한 탓에 선박량 과잉으로 선박 가격이 하락하자 그에 대한 자구책으로 눈을 돌린 해양플랜트 산업이 큰 손실을 보게 된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울산, 거제, 통영, 고성 등 조선소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조선업이 호황이던 시기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구조조정’이라는 말조차 사치다. 업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하청노동자, 특히 물량팀 노동자들은 아무런 보호 없이 일터에서 말 그대로 쫓겨나고 있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조선업 위기의 책임을 사업가, 고용주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앉게 된 셈이다. 

18일(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3개 종단 노동연대가 모여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모인 이번 기도회는 정수용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정진우 목사 (NCCK 인권센터 소장)가 각각 말씀의 전례와 설교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이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염원하는 북을 쳤다. 

각 종단을 대표해 참석한 정진우 목사, 정수용 신부, 혜용 스님 ⓒ에큐메니안

정수용 신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을 ‘기울어진 배’에 비유했다. 기울어진 배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부터 내쫓는 ‘탐욕의 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신부는 “예수님은 탐욕의 사람을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다”며 “효율성의 경제가 아닌 도덕성의 경제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목사는 “조선업 대량 해고 문제는 일자리를 잃는 문제를 넘어 세상이 망해가는 문제”라고 일갈했다. 정 목사는 “야곱이 가장 고독한 밤을 보낼 때 하나님 체험을 한 것은 하나님이 높이 계신분이 아니라 고독, 슬픔, 실패의 자리에 계신 분이라는 뜻”이라며 “하나님은 지금 눈물 짓는 노동자들과 함께 계신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이렇게 연대함 속에 하나님이 계실 것”아리며 “책임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에게, 정부에게 있다고 함께 외쳐야 할 때”라고 전했다. 

현장의 소리도 이어졌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송태완 씨 (거제, 고성, 통영 조선 하청 노동자 대책위)는 “하청 노동자들이 대책없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송 씨에 따르면 소리 없이 쫓겨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은 생산의 70%을 부담하던 사람들이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던 정규직 구조조정의 그늘 아래서 그들은 대책 없이 내몰렸다. 이 부당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조차 내보지 못했다. 

송씨는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29일(토)은 거제 하청노동자가 함께 모이는 ‘대행진 집회’가 예정돼 있다. 그동안 생계를 위해 쓴 울음을 삼켜야 했던 조선업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는 첫 날이다. 송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줄어들 수 있도록 종교인들도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기도회는 스님들의 북 연주로 마무리 됐다. 연주에 앞서 혜용 스님은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되는 그 날까지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전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이 고용안정을 염원하는 북을 치고 있다 ⓒ에큐메니안

김령은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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