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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사는 천천히 걸어간다'생명사랑교회' 한문덕 목사, 후배들과 나눈 교회 이야기
김령은 | 승인 2016.10.20 14:02

한문덕 목사를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가을, 명동 향린교회에서였다. 당시 향린 공동체(명동향린 교회, 섬돌 향린 교회, 들꽃 향린교회, 강남 향린교회를 아우르는 말) 목회실습 중이었던 필자는 실습을 시작하는 첫 개회예배 설교자로 그와 마주했고, 그는 설교를 “할렐루야~”혹은 “옆 사람과 인사 합시다~”가 아닌, “설교는 무엇일까요?”라는 화두를 던지며 시작했다. 

설교는 설교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중과 설교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지 (정확한 말이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는 정말 말 그대로 우리에게 ‘물었다.’ 그리하여 개회예배 설교는 그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로 끝나지 않고 예배당 의자에 앉아있는 우리와의 대화로 완성되었다. 애초의 그의 목적을 이룬 셈이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 18일(화) 수유리에서였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민중신학회 강사로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주제는 ‘교회는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가.’ 모인 학생들은 나름대로 대안적인 교회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가 목회하고 있는 생명사랑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교회의 본질에 대한 궁극적인 고민을 넘어, 학생들은 구체적인 그의 목회 활동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한문덕 목사 ⓒ에큐메니안

한문덕 목사는 작년 11월 생명사랑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했다. 생명사랑교회는 창립된 지 4년, 정식으로 담임목사를 청빙한 지 1년 된 신생교회다. 교회를 창립하며 여타의 교회들이 그렇듯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교인 80여명이 민주주의적 정관을 만들고 바람직한 목회자 청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담임 목회자 후보 공청회도 거쳤다. 여러 난관을 뚫고(?) 한 목사가 청빙됐다. 

담임 목사가 되기 전까지 한 목사는 명동향린교회 부목사로 30대 시절을 다 보냈다. 명동향린교회는 전통적으로 ‘엘리트 좌파적’ 성향이 짙었던 곳이라 신학교에서 배웠던 신학적 고민들을 교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위기였다. 교인들과 함께 ‘성서를 보는 눈’이라는 제목으로 양식비평, 편집비평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명사랑교회는 달랐다. 명동향린교회식의 학구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한 목사는 일단은 기존의 방식을 취하는 것을 택했다. 

새벽기도회 없는 교회, 수요일, 금요일엔 성서연구

“주일 낮 예배, 주일 오후 집회, 수요기도회, 구역예배. 이 네 가지 기존의 방식은 유지했어요. 그런데 새벽기도회는 안한다고 공표했어요. 설교문 하나를 작성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어떻게 매일 그것을 준비하겠어요. 목회자도 그 시간에 기도하고 싶은데 예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힘들죠. 그래서 새벽기도는 할 수 있지만 새벽기도회는 없다고 했더니 꼭 해야 한다는 교우는 없었어요. 사순절 같은 특별한 기간에는 하려고 합니다.

주일 예배 설교 성서 본문은 한 주전에 교회 카페에 올려놓습니다. 묵상하라는 뜻이죠. 주일 오후 집회는 특강 식으로 하는데, ‘비폭력대화’, ‘예배란 무엇인가’, 주기도문 강해, 사도신경 강해 등을 해 왔어요. 또 그 시간을 이용해 교사, 학부모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수요 기도회 때는 교우들과 함께 성서연구를 한다. 마태복음 강해를 하고 있다. 성서를 꾸준히 보는 연습을 교우들과 하는 것이 목표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교우들을 위해서는 ‘젊은이를 위한 청년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라는 주제로 금요일 마다 한 달에 두 번씩 모이고 있다. 이때는 성서학적인 모든 방법론을 동원해서 강의한다. 역사에 갇히기 쉬운 성서가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교우들과 나누는 것이 한 목사의 바램이다. 

18일(화) 수유리 한신대 신학대학원 민중신학회 모임을 찾아 한문덕 목사가 자신의 목회이야기를 나눴다 ⓒ에큐메니안

“성서연구를 시작하면서 저는 처음에 성경을 펼치며 하나님의 말씀이냐고 물어요. 그렇다고 대답하면 교우들에게 글자는 사람의 말인데, 그럼 인간의 말 아니냐고 되물어요. 교우들이 당황하겠죠. 그러면 이렇게 말해요. ‘기독교인에게는 인간의 말로 쓰여진 것을 하나님의 말로 고백하는 것의 격차가 가장 큰 문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글자들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고백하는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기독교는 이천년의 역사가 있는데 모두 안다고 자만하지 말고 배워야 한다고 알려주는 거죠.”

이 외에도 한 목사는 한 달에 한번 씩 어린이부, 청소년부 설교도 하고 있다. 이유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구인류는 신인류에게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일부러 교육부서 예배 시간을 주일 대예배보다 한 시간 빠르게 잡았다. 한 목사는 한 달에 한번 씩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목사의 정치적 발언은 신앙적 신념인 것을 교우들에게 '이해'시켜야 

‘현장 예배’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한 목사는 청빙 공청회에서 “아픔이 있는 자리에 하나님 말씀을 전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마다 내가 나가는 것을 막는다면 교회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그에게 현장예배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교우들에게 그것이 공감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예배, 교회 내 정치적 발언에 대해 불편해 하고 동의하지 않는 교우들을 설득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런 교우들에게 목사의 정치적 발언이나 문제제기가 정치적 지향이 아닌 신앙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발언, 행동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교우들을 ‘잘 모르는 사람’ 취급해서 ‘알게 한다’는 식으로 대하면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러면 귀를 닫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하는 방식으로, 성숙한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목사는 학생들에게, 또 후배들에게 앞으로는 ‘실력 갖춘 특징 있는 교회’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수자 인권 분야에 특화된 섬돌향린교회를 구체적 예로 들었다. 다음 세대의 교회는 세상에서 쉼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쉴 공간으로서의 교회, 그리고 그들을 섬기는 데 있어 실력을 갖춘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 투신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존 교회의 형태를 답습하기를 거절하고 새로운 대안적 교회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회는 그 형태와 역할에 있어서 분명히 개혁될 것이다. 그 개혁의 기로에 선 이들이 있다. 바로 한문덕 목사와 같이 기존의 외피를 한 꺼풀씩 천천히 벗겨내는 이들이다. 그것은 어떤 대단한 결단이나 소란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고백하는 신앙의 길로 묵묵히 걸어가는 한 걸음이다. 

한문덕 목사는 올곧게, 그리고 천천히 걸어간다. 그 걸음을 따라가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바래본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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