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동체론 열세 번째 강의는 사토 요지 선생(원아시아재단 이사장)이 담당했다. 사토 선생은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구축에 관해 강의하면서, 세 가지의 벽을 ‘졸업’하기 위해 인류가 답변해야 할 네 가지의 질문들에 관해 설명했다. 시간 관계상 인류가 답변해야 할 질문들에 대해서는 네 가지 중 하나인 자기자아만을 다루었음을 알린다. 다음은 사토 요지 선생의 강의를 정리한 내용이다.

(※ 원아시아재단 이사장 사토요지 선생은 재일교포 3세로서, 현재는 가족들과 홍콩에 거주하면서 거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동체의 확립을 위한 재단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 날 강의가 끝난 뒤에는 <아시아공동체론> 수강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수여식이 이어졌다.)

졸업해야 할, 세 가지의 벽

세계의 인구는 몇 명인가? 72억명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인구들이 아마도 세 가지 벽 안에서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할 것이다. 첫 번째 벽은 자기-자아의 벽이다. 여러분들 모두 각각의 자아를 갖고 있다. 또한 아마 전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기 자아의 벽 안에서 판단하고 생각하고 무엇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불리한 지를 생각한 뒤에 행동에 옮길 것이다. 

두 번째 벽은 기업-단체의 벽이다. 각각의 단체도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유리한 지를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나는 애플의 6+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면 애플과 삼성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기업의 경우는 최고의 자리에서 살아남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삼성이든 애플이든 이것은 각각의 회사 이름이다. 그래서 삼성과 애플이라고 하는 이름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삼성이라는 이름을 대표하고 있는 삼성의 리더와, 애플이라는 이름을 대표하는 애플의 리더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업과 단체의 벽 안에서의 경쟁이란 것은 결국은 각각의 리더들의 경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벽은 국가-민족의 벽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간에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있다. 그래서 지금 정치인들이 각각 주장을 하고 있고 미디어에서 이것을 확대보도하면서 국민 감정까지도 안 좋아지는 상황이다. 일본이나 대한민국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이름일 뿐이다. 각각의 나라를 대표하는 정치 리더들끼리의 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는 이 리더들끼리의 보도를 일본이 싫다, 한국이 싫다는 식의 분위기로 조장한다. 

여러분들은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또 일본 사람들은 얼마나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사실은 그렇게까지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인구는 오천 만 명이라 한다. 한국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오천 만 명의 사람들을 모두 파악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한국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일본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 때에는 일본에 있는 일억 이천 만 명의 사람들을 전부 파악했을 때야 가능하다. 지금의 상황은 서로를 잘 모르면서 미디어에서 부추기기 때문에 서로가 싫다는 말들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우리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국-일본 사람들은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젊은 층은 유학을 가기도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국가-민족의 벽이라는 것은 각 국가 간의 리더들의 경쟁이다. 대학생인 여러분이 사십대와 오십대가 되었을 때는 이 벽을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장 오년 안에 이 세상을 바꾸자고 하면 현재 리더들의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십년, 삼십년 뒤에는 현재 리더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대로 미래의 방향을 만들어나갈 수가 있다. 

사토 요지 이사장 ⓒ 이찬수

인류를 이해하기 위한 네 가지 불변의 주제

인류의 역사는 이 세 가지 벽 안에서 각각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며 분쟁해온 전쟁의 역사였다. 2차 세계대전 동안 620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7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 71년 동안 한반도에서는 한국 전쟁이 있었고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있었다.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도 있었고, 지금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 쪽에 있는 IS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전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미래에도 계속해서 이 세 가지 벽 안에서 자신의 이득만 주장하다보면 아마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며 그것은 핵전쟁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분쟁과 전쟁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협력하며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시간을 통해 여러분들이 미래에 분쟁 없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 지를 말하고 싶다. 그래서 먼저는 전 세계 72억 명의 사람들의 공통된 주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기-자아, 기업-단체, 국가-민족의 벽이라는 것도 그렇고, 72억 명의 인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주제들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답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우리가 바람직한 세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사과에 비유해보자. 사과 표면의 껍데기에는 정치, 경제, 법률, 예술, 스포츠, 역사, 과학과 같은 것들이 있다. 또한 학문적인 것들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여러 문제들도 산재해있다. 그래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연구 영역들과 문제들을 깊이 파고들었을 때 그 근본에 있는 공통된 테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다면, 미래에 분쟁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불변의 주제로 네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자기 자아란 무엇인가, 
둘째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셋째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넷째로 실패란 무엇인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과 예술, 문학, 철학이 추구하고 있는 네 가지 명제가 바로 이것들이다. 이 네 가지 주제에 대한 해답을 찾음으로써 미래에 위의 세 가지 벽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자기 자아에 대해서만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자기 자아란 무엇이고 언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네 가지 불변의 주제 중 첫 번째, 자기 자아란 무엇인가. 오늘 강의에서 기대하는 바는 미래에는 국가와 미래의 벽을 졸업할 수 있겠다는 사고의 전환이다. 여러분들은 지금 제 강의를 듣고 있고, 저다마 판단하고 각각의 의견을 갖고 있다. 자기 자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들 안에 존재하고 있는 자기 자아라는 것은 병원에 가서 검사한다고 해도 나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존재한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 자아는 우리 몸 어느 곳에 존재할까? 전 세계 230여개의 대학을 다니면서 동일한 질문을 했었는데 크게 세 가지가 나온다. 머리, 마음, 그리고 몸 전체에 있다는 답변이다. 그러면 갓 태어난 어린 아이에게 자기 자아가 있을까 없을까? 갓 태어난 아이에게 자기 자아의 존재는 없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 ⓒ 이찬수

1200년대에 프리드리히 2세라는 왕이 있었다. 이 왕이 어느 날 신하들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왕이 신하들을 모아놓고 신하들의 아내 중에서 앞으로 한 달 또는 두 달 이내에 아이를 낳을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어서도 안 되고 소리를 내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때 아이가 처음 먼저 한 말을 종이에 적어 가져오라고 했다. 왕이 생각하기로는 아이는 하늘에서 주시는 선물이기 때문에 일체 잡음을 넣지 않았을 때 아이가 가장 먼저 하는 언어가 하늘의 언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 어떻게 되었냐면, 모든 아이들이 열다섯 살 무렵에 거의 백치상태로 죽었다. 백치상태라고 하는 것은 먹고 자고 배설만 가능한 형태이고 일체의 말도 할 수 없었고 글도 볼 수 없었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만약 갓 태어난 어린 아이에게 자기 자아가 있다면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걸을 수 있고, 걸으면서 외부의 환경변화에 의해 자극을 받을 수 있는데, 이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갓 태어난 어린 아이에게 자기 자아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아는 어떤 시점에 어떻게 생길까?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만약 아이에게 태평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해보자.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부모님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이 몇 개월간 태평아 하고 이름을 불러준다. 10개월에서 돌 즈음 되면 아이가 기어다닐 수 있다. 돌 정도 됐을 때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사람에게 방긋 웃고 열심히 기어가게 된다.

몇 개월에 걸쳐서 아이에게는 태평이 자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태평이 자아는 자라남에 따라 여러 가지 타이틀의 옷을 겹쳐 입게 된다. 가장 먼저 태평이가 입게 될 타이틀은 남자아이라는 타이틀이다. 이후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등 여러 타이틀을 갖게 된다.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라는 타이틀이, 엄마 아빠라는 타이틀이 생긴다. 이렇게 아이가 태어나서 태평이 ‘자기(自己)’가 만들어지고, 이 태평이 자기가 여러 가지 타이틀을 입어나가는 것을 ‘아기(我己)’라고 하는데, 이 자기와 아기의 앞자리 ‘자’와 ‘아’를 합쳐 ‘자아(自我)’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태어나서 10개월 사이에 이름을 불러주어야지만 자기가 형성되고, 그 이후에는 스위치가 닫혀버리기 때문에 그 때에 가서 아무리 이름을 불러준다 한들 자기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 몸은 태어난 것이고, 몸과 별개로 자아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생일은 몸이 태어난 날이지 자아가 태어난 날은 아니다. 

우리의 몸과 자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렇다면 자아는 어떻게 하면 성장할까? 자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말, 문자, 숫자, 이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상에 있는 생물체 중에서 인간만은 자아를 성장시킬 필요가 있기에 이 네 가지가 필요하다. 숫자만 없어진다 해도 돈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것이다. 

분쟁 없이 안심할 수 있는 인간-사람의 세상을 위해 후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인간의 세계라기보다는 자아의 세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직 자아의 세상이지만 미래에는 72억 명의 사람들이 분쟁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사람의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인류는 아직까지는 인간-사람의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 알지 못한다. 

이제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불변의 네 가지 명제에 답변을 내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십년 뒤, 삼십년 뒤에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는 여러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미래에 실현이 될 것이다. 원아시아재단에서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에는 분쟁 없이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후원하고 지원을 하고 있다. 

이찬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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