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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에서 성찰로 가는 글쓰기<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10.25 10:33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해서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윌리엄 트레버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찰을 통해서이다”라고 말했다.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배경을 만들어내는 데도 관찰은 필수적이다. 생각하는 바가 그대로 글로 표현될 수 없듯이 당신이 목격하는 상황도 실제 글로 쓰이기 전까지는 완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관찰한 바를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고, 듣고, 냄새 맡은 것에 대한 기록일 뿐만 아니라 관찰할 당시의 당신이라는 존재, 그리고 당신이 있었던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다. 목격한 상황을 글로 기록해두면 나중에 기억을 더듬으며 글을 쓸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함을 더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회상이 아니라 직접 관찰한 바를 토대로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보니 먼저 글쓰기 세계에서 많이 회자되는 일화가 떠오른다. 돌아가신 이문구 소설가가 수업시간에 하는 말이란다. 학생들 가운데 “사시나무처럼 떨었다”라는 표현을 해온 학생이 있으면, “사시나무를 본 적이 있느냐? 그 나무가 떠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진짜 어떻게 떠냐?”라고 되물었다는 것이다. 이 일화를 듣고 나서 나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물론 호기심으로 사시나무를 찾아보긴 했지만, 그 나무를 찾아가 떠는 모습을 관찰하지는 않았다. 그가 말한 핵심은, 관용적 표현을 벗어나 자신만의 관찰로 자신만의 언어 세계를 만들라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나는 작년에 나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삶을 성찰하는 글쓰기 교실’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국어사전을 보면, ‘관찰(觀察)’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으로 나와 있고, ‘성찰(省察)’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으로 나와 있다.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가 관찰의 주체는 ‘나’인 것이고, 관찰을 제대로 하려면 궁극적으로 ‘나의 마음’을 봐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성찰’에 ‘관찰’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두 가지를 계속 고민하다 보니 객관주의와 주관주의를 넘어서는 주관적 체험주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몸의 철학으로 생각이 정리되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나의 자아가 하나가 있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호작용 과정에서 계속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체득하게 되었고, 그렇게 되다 보니 두통거리이자 모멸의 원천이었던 것들이 완화되면서 전적으로 나만의 삶이 좀 나아졌다. 그것이 때로는 불화를 일으키거나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나의 숙제로 남아 있다. 숙제를 어떻게 해낼지도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숙제를 마치면 또 반응이 오겠지만, 그 반응의 주체도 결국 ‘나’이다.
자뻑이지만, 그런 것 같다. 관찰을 하되 그 주체가 나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성찰을 하다 보니, 심하게 ‘나’에 매몰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 길이 나는 괜찮다.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가지고 화려한 언변을 하는 사람들, 나의 성찰은 정당화하면서 남의 성찰과 행동의 변화에 일거수일투족을 투덜거리는 사람들, 다 자신에게서 비롯되고 자신에게로 되돌아간다.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관찰에서 성찰의 단계에 있는 글쓰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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