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참여사회)

강남역 살인사건, 맘충, 틀딱충, 급식충, 백남기 농민 유족 혐오...
각종 혐오문제가 사회 저변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혐오, 싫어하고 미워하다’라는 주제로 지난 24일(월)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조재국 목사(NCCK 신학위 부위원장)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안과 분노이고, 이것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본래 일본과 한국은 단일민족의 영향으로, 다름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하고 이것이 혐오가 강하게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혐오에 대한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토론의 발제자로는 김준형 교수(한동대 국제지역학과)가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혐오 폭력’이라는 주제로, 신광철 교수(한신대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가 ‘밑도 끝도 없는 혐오의 시대!’, 김은주 교수(한일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가 ‘새로운 낡음, 혐오현상’이라는 주제로 참여했다. 

혐오는 폭력, 폭력 감수성 가져야

혐오의 현상을 ‘뉴 노멀’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한 김준형 교수는 “뉴 노멀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의 뉴 노멀은 과거 없었던 비정상의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것이 일상화된 현상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그는 뉴 노멀의 시발점을 신자유주의 체제에서의 저성장으로 꼽으며, “이에 따른 자본의 낙수효과보다 고통의 낙수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사회계층구조 안에서 약자에게 그 고통이 전가되는 형식을 띄며, 약자들의 싸움을 만들어낸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 성소수자, 외국인, 장애인, 노인 등이 바로 이러한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오늘날 큰 혐오의 희생자는 여성”이라며 “이런 혐오는 하나의 트렌드로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세대간의갈등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혐오를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폭력 감수성과 폭력에 저항하는 저항정신을 기르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혐오, 싫어하고 미워하다'에 참여한 발제자들. (왼쪽부터) 신광철 교수, 김준형 교수, 조재국 목사, 김은주 교수. ⓒ에큐메니안

혐오에 대한 종교의 책임적 자세가 필요

신광철 교수는 시작에 앞서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 가난혐오, 유족혐오, 약자혐오, 난민혐오 등 각종 혐오와 관련된 단어들을 나열했다.

그는 “혐오란 단순한 싫음의 감정을 넘어 미워함의 행위를 더한 구체적인 행동 양식”이라며 “이것이 극단적이고 집단적인 것이 될 때,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들며 “여론은 이 사건을 여혐으로 규정했지만 재판부는 범인이 남성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 의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매우 옹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혐오의 현상의 ‘밑’을 추적하기 위해, 한국사회의 다양한 혐오의 양상들을 수집하고 정리 분석하는 공공의 프로젝트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혐오의 밑을 추적하는 프로젝트가 혐오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면, 혐오의 ‘끝’을 향하는 길은 일종의 지침을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종교가 그런 지침을 갈무리해 온 대표적 영역 가운데 하나로, 사회의 책임성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고 혐오를 바라보는 종교의 자세를 지적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종교는 경계 짓기 첨병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이 우리의 이웃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에 대한 경계 짓기는 ‘종교적 혐오’의 차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종교는 ‘틀림’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 하지만 ‘다름’에 대해서는 널리 포용해야 한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를 위해 추모자들이 붙힌 메세지들. (출처: 오마이뉴스)

여성혐오, 유교와 기독교가 영향 끼쳤다

여성신학적인 입장에서 혐오를 바라본 김은주 교수는 “혐오 현상은 현재 표출 방식이 변화하고, 증가된 관심에 의해 그 개념이 대중화 된 것일 뿐, 과거에도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인터넷상의 여성혐오는 대부분 여성을 목적으로 보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다”며 한국의 가부장적 유교 문화와 서구에서 들어온 기독교 문화가 오늘날 여성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삼위일체에 대한 이해가 타자와의 관계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동방정교회 신학자 요한이 발달시킨 ‘페리코레시스’개념을 설명했다.

페리코레시스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한 기존의 삼각형 모양의 설명 대신, 조화롭고 즐거운 자유 속에서 서로 손을 잡고 양방향으로 춤을 추는 세 명의 댄서가 있는 둥근 원으로 표현한 것으로, 그는 “타자에 대한 이해도 위계질서가 아닌 공동체성을 가지고 신적 공동체의 모델을 본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목사들이 그동안 경전의 내용을 여성차별, 약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 하는 근거로 쓰였다면 이제는 경전의 내용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수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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