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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한다는 것, 혼자됨을 버티는 것<개척교회를 가다> ① 전주 한길교회
김령은 | 승인 2016.10.28 13:59

신학교를 다니며 목회자가 되기를 꿈꾸는 신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내가 하고 싶은 목회’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개척교회를 상상해 본다. 그러나 그것이 대부분 상상에서 끝나는 것은 개척교회의 현실에 대해 익히 들어온 탓이다. ‘현실’이라는 두 글자에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내가 하고 싶은 목회’는 ‘로망’의 영역에 미뤄둔다. 목회는 현실이고 목회자의 삶은 더더욱 현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걸어가다가 한번쯤은 ‘이런 곳에도 교회가 있네?’했던 경험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세련된 본당에 교육관까지 갖춘,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런 교회 건물이 아닌 복잡한 상가 한가운데, 또는 한적한 동네 한 켠에 자리 잡은 작은 교회들 말이다. 바로 ‘개척교회’다. 

기독교 신자 수 감소에 따라 목회지가 감소된 탓도 있겠지만, 개척교회가 늘어나는 이유를 꼭 거기서만 찾기는 어렵다. 지난 10월 1일에 개최된 작은교회 박람회를 통해 확인 했듯,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감에 따라, 그 질문에 답하는 작은 교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인구수가 많은 서울뿐만 아니라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방에서도 감지된다. <에큐메니안>이 전라북도 전주에서 두 명의 목사를 만나 그들의 개척교회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전주의 한길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조성숙 목사)와 거름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신아 목사)다. 먼저 한길교회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주시 진북동에 위치한 한길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조성숙 목사) ⓒ에큐메니안

‘한길 교회’가 이 골목에 자리 잡기 까지 

한길교회는 올해 10월로 두 돌을 맞았다. 한길교회를 개척하기 2년 전, 조성숙 목사는 많이 지쳐 있었다. 교육전도사부터 부목사까지 20년간 조직교회에 몸담으며 늘 들었던 생각은 ‘나는 월급쟁이 목사가 아닐까’하는 질문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질문을 억누르며 사역을 이어갔지만 결국 자신은 속이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뒤 대책 없이 교회를 사임했다.  

사역의 자리에서 물러나 사역자가 아닌 평신도로 삶을 이어가던 중, 노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갔다가 당시 세미나에 초청됐던 한 중국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고 지쳤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 경험은 꺼진 목회 열정에 기름을 부었다. 역시 복음으로 사람을 회복시키는 것은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 목사는 다음 사역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하던 중에 개척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자신은 전혀 없었어요.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했던 시기였어요. 생각만 가지고 있던 중에 이미 전주에 개척하신 목사님 한분을 만나게 됐는데, 개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저를 극구 말리셨어요. 그러면서 굳이 개척을 하고 싶으면 자기 교회에 와서 개척교회를 경험해 보라고 하셨어요. 마침 그 목사님은 다른 사역으로 교회를 돌보지 못하는 사정이었거든요.”

그 후로 8주 동안 조 목사는 그 교회를 담당하면서 말씀을 전했다. 조 목사는 그 시기를 ‘개척교회 인턴쉽’을 거친 시기라고 표현했다. ‘인턴쉽’을 하면서 개척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기도로 올린 그날 밤, 동네를 산책하던 중 비어있는 한 상가(지금의 한길교회 공간)를 발견하게 됐다. 매일 산책하던 길이었고 몇 달간 비어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날 ‘임대’라는 글씨가 보였다. 집 주인과 월세 흥정도 잘 됐다. 이게 약 4개월만의 일이다. 

“6월에 개척을 결정하고 8월에 ‘인턴쉽’을 거쳐서 9월에 계약하고 10월에 창립예배를 드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

개척교회의 필수라는 ‘창립 멤버’를 조 목사는 갖고 있지 않았다. 8주 동안 섬기던 교회 식구들과 가족들이 모여 첫 예배를 드렸다. 그래도 평일에 교회를 지키는 것은 조 목사 혼자 뿐이었다. 평일 사역을 고민 하던 중 교회 바로 앞에 있는 고등학교가 떠올랐다. 

“우리 교회 바로 앞에 고등학교가 있는데 운동장이 없는 학교에요. 마땅한 쉼터가 없어서 아이들이 참새같이 길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이 아이들에게 교회를 오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회를 카페처럼 꾸미고 간식을 주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떼거리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혼자 오지 않고 떼로 몰려 오더라구요. 신나게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만들고 간식 먹으러 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도 해줬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혼자 간식비를 감당하는 게 힘이 들더라구요. 그러자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들이 붙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먹을 빵을 보내주시는 분도 생겼어요.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 이뤄지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게 됐어요.”

조성숙 목사 ⓒ에큐메니안

슬럼프가 오다 

개척하고 그렇게 한 달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교회 출입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 학교에서 아이들이 교회 가는 것을 막았다. 그 이후 아이들이 한명도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적어도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쉴 때는 욕을 하거나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학교 선생님께 말씀도 드려봤지만 허사였다. 조 목사는 큰 실의에 빠졌고 앓아눕기까지 했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 옆집에 사는 이웃이 찾아오셔서 1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주면서 아이들 간식비에 보태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때 ‘하나님이 계속 한길교회와 아이들을 살피고 계시는 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다시 힘을 얻고 아이들이 몇 명 오던지 상관하지 않고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때 봉투를 주고 가셨던 이웃 분은 지금 우리 교인이 되셨어요. 학교 제재도 느슨해지자 아이들이 다시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고, 요즘은 동네 분들도 오고 계세요. 생각해보면 저는 아이들, 주변사람들을 만난 것뿐이고 교회에 사람을 보내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신 것 같아요.” 

두 돌을 맞이하면서 조 목사는 한길교회가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중 하나는 ‘한길 장학회’다. 교인 1명당 1구좌씩 한 달에 1만원씩 저축해서 교회 앞 학교에 장학금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는 지역학교 뿐만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 등 지역사회 전반적인 영역으로 섬김의 장을 넓히는 것이 바램이다. 

한길교회 내부 모습, 안쪽에는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만들 수 있는 주방도 완비되어 있다 ⓒ에큐메니안

개척교회를 한다는 것은 혼자됨을 버티는 일

개척교회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조 목사는 “하나님이 저마다의 기질에 따라서 사용하신다”며 “개척을 하면서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보다는 ‘왜’, ‘무엇을 위해’ 교회를 개척하는지 분명히 그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확신에 서 있지 않으면 “총회, 노회의 도움을 받아도 소용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가지를 말해 주고 싶어요. 첫째는 작은 것을 지향할 것, 그리고 둘째는 물량주의를 버릴 것.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대부분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필요한데, 이것은 개척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봐요. 이를 위해서는 목사의 포기가 필요해요. 교회가 분립되야 하고 리더쉽이 분립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또 개척교회를 하다보면 반드시 슬럼프가 오기 마련이에요. 괴롭고 버티기 힘든 시점이 반드시 와요. 저는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했는데, 웹툰작가로 성공하기까지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개척교회 목사에게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견디는 거에요. 오늘 당장 정해진 사역이 없어도, 사람이 오지 않아도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해서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으로 보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전라북도 전주시 진북동에 위치한 한길교회는 ‘행복하고 유쾌한 진북동’을 구상중이다. 교회를 오가는 학생들을 돌보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조 목사의 남편인 신종훈 전도사(전북대 법무대학원 졸업)가 무료 법률 상담과 법률 강좌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주일 오후 시간을 이용한 시민강좌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안전한 먹거리 정보 등을 공유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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