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본문을 해석하다 보면 같은 본문이라도 다른 해석들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좋은 해석, 나쁜 해석의 기준은 이것이다. 사람을 억압하는 해석은 나쁜 해석, 사람을 살리고 해방시키는 해석은 좋은 해석이다. 성서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성서를 읽는 나의 삶의 상황이 더 우선적인 권위라고 생각한다."

발제를 마친뒤 질의 응답시간에 “성서의 권위와 본문의 성서해석이 충돌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한 박지은교수의 답이다. 

지난 10월 31일(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김진호 연구실장) 월례포럼이 한백교회 안병무홀에서 열렸다. ‘여성혐오와 성서’라는 주제로 이화여대 구약학 박지은 교수(이화여대 초빙교수, 구약학)가 발제를 맡았다. 

박지은 교수 ⓒ에큐메니안

박 교수는 발제를 시작하며 “우리사회의 여성혐오 문제가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사회문제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지만 여성억압과 폭력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고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성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 포럼을 열었다”며 취지를 밝혔다. 

여성혐오는 여성의 타자화로 나타나는 여성멸시
 
박 교수는 혐오를 ‘특정대상을 향한 비합리적 공포’로 설명하는 한편 정학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상으로 정의 내렸다. 여성혐오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다. 타자화된 여성은 남성들이 성적 주체성을 공유하며 연대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전쟁에서 발생되는 윤간이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여성혐오는 자기 혐오로 드러난다. 이는 ‘정숙한 여성’과 ‘문란한 여성’ 이라는 여성의 이미지, 곧 여성에 대한 남성의 잘못된 환상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이러한 여성 섹슈얼리티의 이미지화는 해방 후 부패한 사회 속에서 이데올로기의 재 생산을 위해 필요에 따라 만들어 진 것”이라고 설명 했다. 

실제로 정숙한 여성과 문란한 여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여성을 참조해 사회적 필요에 따라 재구성된 여성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는 끊임없이 재생산 되며 그 결과 여성의 자기 혐오 및 비난이 이루어진다. 더불어 여성을 둘러싼 수많은 서사와 고통은 누락된다. 

'여성혐오와 성서'를 주제로 31일(월)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이 진행됐다. 여성만큼이나 남성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에큐메니안

여성차별적 성서본문, 어떻게 읽어야 하나

먼저 박 교수는 “성서는 여성 혐오의 책”이라고 규정했다. 성서는 창세기부터 여성을 주체적 인간으로 묘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서 속 여성혐오적인 표현들은 예레미야, 호세아, 에스겔 등 예언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호세아의 음란한 아내 고멜의 경우 “여성의 음란함을 이스라엘의 음란함에 연결하여 설명함으로 이것이 은유라고 치더라도, 언어가 현상을 반영한다고 할 때, 마치 교회에서 은유가 아닌 것처럼 해석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여성의 삶의 자리에서 성서를 읽는 방식으로 ‘생존의 해석학’을 소개했다. 이는 성차별과 함께 인종차별도 겪어야만 했던 흑인여성이자 우머니스트 신학자인 델로어스 윌리엄스가 제안한 것으로 성서본문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접근하여 읽는 방식이다. 이는 지배 문화에 저항하는 해방지향적이고, 출발점이 성서가 아니라 독자들의 경험과 그들의 삶의 자리가 된다. 따라서 해방의 가능성은 성서 본문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압제 받는 자들에 의해 본문으로부터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박 교수는 성서 중 여성 주체적인 본문을 찾아내어 여성의 힘을 ‘되찾으며’ 성서를 읽을 것을 권했다. 이는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 타자화, 자기혐오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성서 읽기 방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가서는 ‘힘 되찾기’에 좋은 본문이다. 아가서에서 묘사된 여성의 이미지는 다른 본문에 비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의 삶이 나의 삶이 될 수 있고, 남성들은 여성의 삶이 나의 삶이 될 수 도 있다는 접근방식을 가지고 여성혐오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여성의 자기멸시와 자기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성적 주체성, 몸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여성주체적 성서읽기의 방식을 통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나갈 때 여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정리하며 발제를 마쳤다. 

한지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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