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하나님은 공정한 재판장이시요, 언제라도 악인을 벌하는 분이시다.
뉘우치고 돌아오지 않으면, 칼을 갈고 활을 겨누어 심판을 준비하신다.(시7:11-12)

대한민국 헌정사에 다시없을 황당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독재자 아버지의 유산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부는 공적 권력이 마치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정권은 국민들의 권력을 이양한 것으로 개인에 의해 소유될 수 없다. 하지만 박 정권은 집권 내내 국민들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권력을 휘둘러 왔으며, 종국에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치욕스러운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켰다.

‘최순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할 무렵 청와대는 들어본 바 없는 이름이라고 잡아 뗐다. 그러나 최순실은 박 정권의 뒤에서 국정운영 전반을 좌지우지해 왔다. 밝혀진 것만 해도 경제, 외교, 통일, 안보 등 기밀 정보에 까지 접근했으며, 청와대 인사는 물론 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 청와대는 최순실의 손위에서 놀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보인다. 게다가 최순실이 국정운영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가늠할 수 없다. 여전히 의혹은 쌓여가고 있으며, 박근혜 정권의 추악한 민낯은 다 드러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태블릿이 발견되자 보도 20시간 만에 국민들 앞에 선 박 대통령은 1분도 안되는 짧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게다가 이마저도 녹화방송으로 진행됐으며, 기자들의 질문 한 줄 받지도 않았다. 사과는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으면 조롱과 기만에 불과하다. 누가 써줬을지도 모를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서 국민들 위에 거만하게 군림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은 오만불손한 태도를 확인했을 뿐이다.

게다가 사과문에서는 최순실에게 보여준 것은 ‘연설문과 홍보물 정도’라고 밝혔지만 그것마저 거짓으로 밝혀졌다. 박근혜와 청와대는 최순실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문서들을 보내왔으며, 개성공단 폐쇄, 통일정책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 국민들의 분노는 국가 정보를 일개 개인에게 넘겨준 것에만 있지 않다. 국민들의 분노는 박근혜 정권의 3년 8개월 동안 보여준 무능력과 무책임의 정체를 확인함에 따른 배신감과 수치심도 말할 수 없이 크다. 무엇보다 국가의 공적인 권력을 겨우 사이비 교주에게 헌납했다는 것은 독재의 허물을 피로써 씻어 이뤄온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의 군화발에 짓밟힌 것도 모자라 그의 딸 박근혜에 의해 도둑까지 맞은 민주주의에 대한 원통함이 국민들의 분노에 서려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국정운영을 상의해온 것을 ‘순수한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국가 기밀을 넘기는 것과 순수한 마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무슨 자격이 있겠는가? 또 그것을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청와대는 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나?

아마도 그들은 사과를 준비하면서 ‘세월호’를 떠올렸을 것이다. 책임과 의혹은 회피한 채, 국민들 앞에 ‘악어눈물’ 몇 방울 흘리는 것으로 사태를 방기했다.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건설을 외치는 유족들을 철저히 외면했으며, 특별법 및 특조위 활동도 방해해 왔다. 세월호 유족들의 절규는 외로운 싸움에 지쳐갔으며, 단식, 시위, 방문 등 어떠한 요청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세월호 당시 국민들의 원성에 못 이겨 사과한 후에 박근혜 정권이 보여준 모습이다.

변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과를 준비해 놓고 국민들이 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이 어떻게 탄생해 왔으며, 집권 내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가기관을 동원한 부정선거로 당선되었으며, 선거조작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한다며 큰소리치던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 경제민주화, 교육 등 민생에 필요한 공약들은 지키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도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쌀 수매가 현실화를 요구하다 물대포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세월호, 메르스, 경주 지진 등 국가 재난 시스템은 엉망이었으며, 개성공단 폐쇄, 대북강경 발언, 사드배치 등 남북관계는 7.4남북공동선언 이후 최악을 달리고 있다. 복지예산 삭감, 노동개악 등 민생은 파탄이 났다.

여기에 아버지 박정희를 미화하기 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일본 아베 정권과 야합한 일본군 ‘위안부’ 사태는 최소한의 역사적 양심도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윤회, 유병우 등 측근들의 비리는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으며, 청문회도 통과 못하는 인사 시스템은 박 정권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일로 기억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오만방자하다. 새누리당은 국정농단 사태를 밝히는 척 하더니 모 일간지의 최순실 인터뷰를 빌미로 이번 사태를 해프닝, 루머로 희석시키려 했다. 게다가 특검에는 합의했다는 것을 이유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의 총체적인 부정이 발견된 이번 사태를 책임질 수 있는 수사제도가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만을 주장한다는 것은 국정농단 사태를 최순실 개인의 범죄로 축소하고, 정치적 생명을 비열하게 유지하려는 태도로 확인될 수밖에 없다.

내각 교체에 대한 요구에서도 새누리당은 정권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가 총체적으로 부정당한 이번 사태의 핵심을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과 처벌, 정상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기에 먼저 청와대 내각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적쇄신’을 말한 청와대의 인사는 민정수석으로 BBK검사로 잘 알려진 최재경을 선임했다. 이런 황당한 인사를 ‘인적쇄신’이라고 국민을 기만하는 청와대도 개탄스럽지만 새누리당의 뻔뻔함도 도를 넘은 듯 보인다.

여기에 검찰의 수사태도는 최순실 수사 초기부터 부실, 봐주기 수사를 의심하게 한다. 지난달 30일 오전에 입국한 최순실은 이틀이나 지나서 검찰에 출두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중요한 용의자를 체포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놔둔 것이다. 이틀은 국정농단 사태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긴급체포도 모자랄 판에 검찰에 출석하기만을 기다리는 검찰의 태도는 정치검찰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검찰은 출석하는 최순실을 문 앞까지 마중 나오더니 조사 과정에서 녹화도 하지 않았다. 이는 진실을 찾는 국민들의 분노를 더 뜨겁게 타오르게 할 뿐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국정운영 전반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
1. 국정농단 사태에도 정권탈환, 최순실 게이트 축소 등 여당으로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1.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로 물의를 일으킨 무능력 검찰은 물러나고, 성역없는 수사를 위한 별도의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2016.11.2.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