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핵소더스’를 원한다

기도를 맡은 도상민 전도사(한신대 신대원 사회부장). 그는 "자연은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세상이지만, 우리의 한 없는 탐욕은 무분별한 자원, 자본, 사회화, 문화의 독식으로 이어지며 핵이라는 결정체를 만들어버렸다. 핵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야욕의 결정체다...우리의 마음에도 있는 이 핵이 존재한다"고 참회했다. ⓒ에큐메니안

‘핵소더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탈출을 의미하는 ‘엑소더스’(exodus)와 ‘핵’의 결합어로, 핵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이런 핵소더스를 꿈꾸는 기독인들이 모였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는 2012년 4월 창립총회를 통해 결성된 단체로, NCCK, 한국YMCA, 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 대표적인 에큐메니칼 단체들이 모여 꾸준히 탈핵운동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10월 20일(목)을 기점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연합예배’를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 빌딩 13층에는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치해 있어 장소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 지난 24일(목) 두 번째 기도회에는 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의 주관으로 이뤄졌다.

이병일 목사(기장 생태공동체 집행위원, 강남향린교회)는 설교를 통해 핵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핵마피아들의 만행을 시사했다. 그는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때가 되어 드러났듯이, 핵을 둘러싼 핵 마피아들의 만행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병일 목사는 “원자력안전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국민이 신뢰하고 세계가 함께하는 원자력 안전 구현’을 비전으로 삼고 있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신뢰하고 얼마나 많이 세계와 함께하는지 궁금하다”며 “지금 전 세계는 더 이상 원자력,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탈핵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더 많은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계획하고 검토하고 있다. 이미 25개의 발전소가 있지만 더 많이 짓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을 둘러싼 권력과 핵 마피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위원회라고 말할 수 있다”며 “그들에게는 자본의 안전만이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병일 목사. ⓒ에큐메니안

그는 작년 기장 생명선교연대 여름수련회 제목을 탈핵을 의미하는 ‘핵소더스’라고 지었다며, 울진에 있는 핵발전소 홍보관 견학경험을 들려줬다.

“8월에도 그 큰 홍보관이 너무나 시원했다. 입장료가 없는 그곳에 나올 때는 가위까지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날 찾은 신재생에너지 홍보관은 입장료를 받을뿐더러 선물도 없었다. 정말로 정당한 사업이라면 많은 에너지와 인력을 동원하며 홍보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병일 목사는 “항상 탈핵을 하자고 하면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며 “우리가 전력이 부족해도 인간다운 삶을 살수가 있지만,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생명들이 파괴될 수 있다. 핵발전소의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지나치게 한가롭거나 아둔한 질문이다. 대안이 있든지 없든지 핵발전소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의 모습을 직접 볼 때,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며 “우리가 먼저 제대로 보고, 듣고, 바르게 깨달아서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행동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중보기도로는 고수봉 전도사(기장 생명선교연대 사무국장)가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위해, 건강한 교회공동체를 위해 이영미 목사(기장 생태공동체 집행위원장)가 새하늘과 새땅을 위해 박재형 목사(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가 각 각 맡아 기도했다.

예배에 참여한 50명의 참가자들은 이에 침묵으로 회답하며, 결단찬송과 공동축도를 끝으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관계자는 오는 12월 9일(금)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서명 기독교운동본부 발족식’을 통해 탈핵 운동을 본격적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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