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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선 기독인, '폭력'에 대해 묻다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기독인 시국 잡담회, 목회자 평신도 등 참여
김령은 | 승인 2016.11.26 12:24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 이후 매주 토요일 마다 사람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대통합을 이룬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는 특정 집단만 논하는 것이 아니게 됐다. 정치 이야기가 터부시 됐던 교회 강단에서도 비선실세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오르내리고 있다. 

촛불을 들기 위해 광장에 나온 시민 중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용기를 내서 나왔다는 기독인들도 있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골방에서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촛불을 들었다. 그런데 광장에 나오기 까지도 숱한 고민을 거쳤지만 막상 광장에 나와 보니 또 다른 고민에 봉착하게 된다. 기독인은 광장에서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 

주최 측 추산으로 최대 100만 명이 운집하기도 했던 촛불 집회는 모인 사람들 만큼이나 ‘저항’의 표현도 다양했다. 평화 시위를 지향하며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이며 비폭력 저항을 하자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자체가 위헌인 경찰 차벽을 흔들고 넘어서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독인들은 비폭력을 지향하는게 옳은 길일까? 

24일(목)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박근헤퇴진기독교운동본부/(가)2017정의평화기독교대선행동 공동 주최로 기독인시국집담회가 열렸다 ⓒ에큐메니안

지난 24일(목)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인 시국 집담회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기독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는 이와 관련한 집담회가 열렸다. 말 그대로 ‘여럿이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인 이번 집담회에는 장병기 목사(KSCF) 홍문기 집사(예수마을교회) 김성록 전도사 (약동하는서신인, 서울신대), 김성수 목사 (호모북커스), 백현빈 전도사 (감신 예수더하기)가 패널로 참여, 김수산나 목사(강남 향린교회)가 시회를 맡았다.  

집담회는 패널들이 주제에 관한 자신들의 의견을 간략하게 말한 뒤 청중석으로 마이크를 돌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부는 ‘광장에 선 기독인’을, 2부는 ‘교회 안의 기독인’을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집담회는 광장만큼이나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패널들은 현 시국을 ‘더 이상 소통이 안되는 시대’로 규정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들이 시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폭력, 비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폭력은 사랑을 동기로 실행 될 수 있을까 

중고등부 아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는 홍문기 집사는 아이들과 함께 시위현장에서 들 수 있는 재미있는 깃발을 만드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시위현장이 처음인 아이들이 느낀 당황감과, 아이들 나름대로 가진 시국에 대한 울분을 현장에서 유쾌하게 풀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홍 집사는 차벽으로 가로막는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가 폭력성을 띄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드러냈다.

“우리가 가진 울분과 분노로 차벽을 흔들 수 있겠지만 그게 과연 권력자들에게 위협을 줄까요? 전경들은 겁먹을지 몰라도 차벽이 얼마나 흔들렸는지에 대해 권력자들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위협’으로 이런 변화가 만들어 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한편, 홍 집사는 기독인이 가진 폭력 또는 비합법에 대한 공포나 터부를 떨쳐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덧 붙였다. 기독인이 꼭 합법시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때로는 세상에서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인들에게는 법을 어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한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인가에 대한 터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합법의 테두리를 깨고 어떻게 거룩한 불법을 행할 수 있는지 토론하고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문기 집사(예수마을교회) ⓒ에큐메니안

그러면서 그는 딱 한번 전경들과 몸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나눴다. 바로 세월호 1주기, 광화문 앞에서 유가족들이 2박 3일간 고립됐던 때였다. 당시 경찰은 1주기 행사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가려는 유가족들을 차벽으로 막았다. 2박 3일간 식사와 물도 공급하지 않았고 유가족들이 노상에서 용변을 처리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억울한 사람들이 부당하게 고통 받고 있는 것을 보니 분노가 생겼고 그 당시에는 어떻게든 차벽을 뚫고 들어가서 유가족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폭력이라는 것이 사랑을 위해서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학습되고 실험될 때 가장 안전하고,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독인에게 있어서는 특별히 더 그렇겠죠.” 

폭력, 비폭력 문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야 

MB 정권 시절부터 시위에 참여해 왔다는 김성수 목사는 시위가 마지막 비상수단이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경찰이 가장 평화적으로 임했던 시위다. 2,3년 전만해도 경찰의 태도는 다분히 폭력적이었다. 

“폭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시위대 보다는 경찰과 정부가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만큼 2,3년 전 시위대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는 위압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다친 시민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또한 시위에 나가는 자체가 다분히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시위는 장소를 점거해야하고 소음공해를 발생시킵니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시위 자체가 폭력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너무 폭력, 비폭력 문제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위가 즐기는 축제가 아닌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나온 김에 경찰 차벽이라도 흔드는 위압감을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00만명이 모인다고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정부입니다.”

한 청중은 뒤늦게 시위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을 배려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거기에서 한 걸음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더 큰 힘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안의 기독인, 시위 참여 권면 해야 할까?  

세태와 관련해 교회 안에서 기독인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청중으로 참석한 한 전도사는 시국에 분노하는 청년들에 반해 정작 목사님은 시국에 관해 침묵해서 교회 내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성도들은 기독인으로서 시위에 참여하는 당위성에 대해 물어오지만 정작 대답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직면하며 교회는 어중간한 입장을 띄게 됐다. 설교를 통해 시국을 비판하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지만 시위현장에 갈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 전도사이자 신학생인 백현빈 전도사는 “교회가 회색 지대가 된 느낌이다”라고 표현 했다. 보수적인 교단에 몸담고 있는 김성록 전도사도 “세월호 까지만 해도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던 장로님들이 이번 사건은 함께 비판하는 것을 봤다”며 “참 신기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세상은 촛불 집회, 탄핵정국으로 시끄러웠지만 교회는 저마다 제단에 오곡백과를 쌓아놓고 추수감사절을 지냈다. 

이에 합동교단 목사라는 한 청중은 “한국 교회는 성도들에게 광장으로 나오라는 전도 힘쓰자"고 제안했다. 그는 “회개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나갔더니 교회 안에서 사회운동하면 정치 목사라는 이미지가 덧 씌워 졌다”며 “교회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 광장의 소리를 듣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최태민 씨와 함께 기독인들이 정권 옹호에 앞장섰던 과거에 대해 회개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청중은 기독인이 권력에 빌붙었던 역사를 되돌아보고 개신교가 앞으로 예언자적 정신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병기 목사는 “한 건물에 교회가 2,3개씩 있어도 십자가만 꽂으면 목회가 되던 때부터 이미 교회는 복음의 가치를 상실해 왔다”며 “복음의 가치를 상실하고 맘몬화된 가치 안에서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했다는 자각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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