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교수 (감신대 은퇴교수) ⓒ에큐메니안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바라는가? 그 눈먼 자가 예수께 답했다. ‘선생님 내가 다시 볼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예수가 그에게 말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그러자 그 사람은 곧 보게 되었고 예수 가시는 길을 따라 나섰다”(막 10:51-52)

100만의 촛불로 범법자 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현실에서 대통령은 재차 오기와 고집으로 민족사에 결정적인 악행을 저질렀다. 성난 시민들,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 조차 조롱받을 정도로 희화화 된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이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내세우듯 국방부 밀실에서 양국 간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을 맺은 것이다. 당일 취재차 그 현장을 찾았던 신문기자들 모두가 카메라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민의에 반하는 현실에 저항했건만 정부는 국방장관을 앞세워 강행, 처리하고 말았다.

본 협정의 구체적 사안들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조차 제대로 논의된 바 없었다하니 탄핵 직전의 대통령의 기행과 만행을 이해할 수 없다.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 했으나 그것은 성서의 말씀처럼 소경의 판단이었을 뿐이다. 너무도 단견이라 변화된 질서를 옳게 읽지 못했고 주체적이지도 못했기에 우리 역사를 백년이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제라도 2백만, 3백만 촛불의 힘으로 새롭게 눈뜬 이를 찾아 앞세워 그와 함께 우리 민족 모두가 예수(평화)의 길로 나서야만 할 것이다.

주지하듯 미국은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의 나토(NATO)와 같은 집단 방어체제를 만들고자 긴 호흡을 해왔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차적으로 일본의 정보력, 군사력이 필요 했고 이 구조에 한국을 편입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성주 군민들의 거친 저항에도 불구하고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려했던 것도 실상은 한국안보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 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것이었다.

초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인 사드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할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군사전분가들이 이미 충분하게 밝혀주지 않았던가? 국가가 자국민의 안보를 최우선시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드배치로 인해 오히려 이 땅이 거대한 두 세력들 간의 전쟁터가 될 개연성이 커졌으니 국가안보 란 말 역시 거짓되었다. 사드와 안보, 이 둘이 어울릴 수 없는 이율배반 적 개념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현실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이 나라 정부가 무능한(장님 된) 것이고 알면서도 눈감았다면 나라를 팔은 매국과 다를 수 없다. 

사실 일본과 맺은 금번 군사협정은 내용적으로 사드배치와 깊게 연루되어 있다. 사드의 후속조치를 위한 미국과 일본의 군사, 정치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금번 협정은 정보교환에 초점을 두었으나 그 이면에 설정된 다음의 내용이 중요한 바, 즉 주고받은 군사 정보는 본 목적 외에 달리 사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비용으로 개발된 일본 군사기술을 무단 방출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이럴 경우 외형적으로는 군사정보공조체제를 이루나 실제로는 일본에 종속, 내지 의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위해 모인 한,미,일 정상들 (출처 : 연합뉴스)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에 관한 상세한 군사 정보는 고도의 기술력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이런 체제하에서 일본은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 이 땅에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되었으니 우리로선 걱정이 크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도처에서 의도된 전쟁들이 발생시킨 경우들을 수없이 경험했던 탓이다.

금번 한일 군사 정보협정으로 인해 일본은 미국을 대신하여 이 땅의 군사 정보를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은 이 땅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지킨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고 항차 자기 본토에 위험을 느낄 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의 빌미를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향후 한미일 간의 ‘공동 작전 상황도’가 만들어 질 공산이 크다. 이를 위해 극동 미사일 사령부도 만들어 질 것이라 전망한다. 사드 배치가 끝이 아니고 이후에도 그를 운용할 수 있는 후속요청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이로 인한 천문학적 국방예산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남쪽의 국방력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란 사실이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됨으로써 한미일 공조는 외형적 겉치레 일뿐 실상은 국방의 자주권을 비롯한 나라 운명 전체가 미국과 일본의 임의적 판단에 좌우될 여지가 많다. 우리 정부가 원치 않더라도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땅을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시점이 향후 2-3십년 안에 도래 할 것이라 염려한다.

중국을 비롯한 대륙 군사력 억제를 위해 미국은 이렇듯 일본을 앞세워 한국을 자신들 전초 기지로 설정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대신하여 미국의 주적이 되었다면 일본은 과거처럼 한반도를 자신들 손아귀에 넣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패전국 상황에서 만들어진 평화조약을 힘써 변경시켰고 급기야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었다. 과거처럼 아시아의 지도국 위상을 다시 꿈꾸고 있는 탓이다.

지금 일본은 자신들 안보를 빌미로 한반도 안에서의 군사행동을 취할 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그나마 금번 협정이 1년마다 변경될 여지를 남겼고 국회에서도 무효화 절차를 밟고 있기에 희망을 갖지만 미일 두 나라들이 위안부 사안처럼 불가역적 차원으로 몰아 부칠 것 같아 걱정이다. 광복 70년을 막 지난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장차 일본에 의존하게 될 비루한 한국의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역겹다. 그렇기에 군사 전문가로서 국회에 입성한 정의당 소속 한 정치인은 금번 협정을 박근혜 정부의 가장 사악한 일로 꼽았던 것이다.

이런 급변하는 동북아의 정치적 상황을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 대동아 공영 정세와 비교하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선조 말 우리 민족은 정세 판단에 둔감했고 미래를 상상할 힘을 갖지 못했었다. 불교, 유교 측에서 종교와 국가를 새롭게 해보겠다는 개혁론이 등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당시 정부의 위기의식은 고작 일본과 중국, 어느 나라에 의존해야 할까를 좌면우고하는 고심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주체의식이 실종된 사태였다. 당시로선 늦었으나 그래도 민족과 더불어 국가 차원의 주체적 노력이 선행되었어야만 했다.

지금 우리들 상황이 바로 이런 한말의 조선의 현실과 너무도 흡사하다. 오히려 분열된 조국의 현실로 과거보다 더 어려운 정세에 휘몰리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패권주의에 맞서 남북 간의 주체적 대화가 절실히 요청됨에도 이들 모두가 저마다 외세와 짝하고 있는 탓이다. 지금과 같은 현실이 지속될 경우 남/북의 민족은 동이 서에서 멀 듯 멀어져 패권주의자들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상대적 우위를 지닌 남쪽이 북한을 주도적으로 변화시켜야 함께 살 길이 열린다. 하여 사람들은 개성공단의 폐쇄를 현 정권의 정치적 패착이라 여기며 그의 철회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권이 광복(光復)보다 건국을 앞세웠기에 제대로 된 빛, 희망을 접할 수 없었다. 70년이 지났으나 친일 부역자들 후손들로 인해 이 땅의 어둠을 거둬내지 못한 결과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 주변 정세를 옳고 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떠야만 한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 정말 “이제는 보기를 원 한다”고 소리쳐야 할 것이다. 보고자 하는 열망이 바로 믿음이다. 그래서 예수는 말씀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고 말이다. 눈 떠 세상을 옳게 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예수의 길, 정의와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뿐이다. 거짓 언론과 종편들 그리고 기득권 유지에 정신 팔린 정치가들의 궤변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예수의 길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100년 전의 위기를 이 땅에 다시 재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총칼이 곡괭이와 호미로 바꿔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신앙은 바로 보는 일이고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다. 이런 세상을 보고 만나기를 원한다면 우리들 눈이 먼저 떠져야만 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이제 예수를 향해 ‘정말 보기를 원 한다’고 간절히 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비상시국을 맞아 성탄의 빛을 기리는 대강절의 한 의미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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