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처와 성격형성

사람의 성격이 형성됨에 있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태어나서 부모의 양육을 받으며 자라나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입게 되고, 자기를 지키려는 노력이 성격으로 발달되며, 각 사람 나름의 생존과 방어를 위한 전략이 숨은 격정이나 강박 충동으로 자라게 된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도 개인의 속에 들어 있는 여섯 살짜리가 세상과 사람들에게 반응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성격이라고 말하는 인성 유형은 진정한 ‘나’가 아니다. 이는 거짓 인성이다.

우리의 성격은 부러진 팔 다리를 보호하기 위한 깁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처를 치유하고 원래의 기능을 되찾기 위해 깁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깁스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팔 다리를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팔 다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상처가 아물어야 깁스를 제거할 수 있듯이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어야 성격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제거할 수 있다. 

상처는 부모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상처로 남아서 작용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관점에 따라서 배신감, 소외감, 고립감 등이 상처로 작용될 수도 있다. 이렇듯 누구나 타고난 본래의 온전한 자아가 변형되는 어린 시절의 비극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상처의 예시이다:
-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서 아버지가 손님 같고 아저씨처럼 느껴졌다.
- 아버지가 나한테는 잘해주는데 엄마나 형제자매에게 잘못해서 아버지가 싫고 무서웠다.
- 어렸을 때 친구 셋이 놀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한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아이하고만 사진을 
  찍었다.
- 엄마가 동생만 보살피고 동생하고만 재미있게 지냈다.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겼다고 느꼈다.
- 신나게 놀고 있는데 딴 데 가서 놀라고 쫓겨났다.
- 멀리 친척집에 보내져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 한 집에 살면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로웠다.
- 부모와의 나이차가 많아서 엄마가 할머니 같다는 말을 들었다.
- 내가 좋아하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늦게 돌아오시면 나는 항상 대문 밖에서 기다리면서 
  불안해하였다.
- 부모가 자주 싸웠다
- 함께 놀러가기로 약속했던 아빠가 그 약속을 안 지켰다
- 내가 아끼던 물건을 나에게 묻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주었다
- 지나친 간섭이나 과보호가 싫었다.
-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외면당했다. 
- 그 밖에 형제자매나 조부모 등 돌보아주던 사람 속에서의 상처
- 교회, 학교, 유치원, 학원 등에서 일어났던 일

2. 상처의 힘

상처는 복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상처를 어떻게 대하며 치유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만 보아도 설명될 수 있다. 자연 조건이 좋아서 살기가 편하면 삶을 개선시키려고 애쓸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어려운 조건과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겨내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결과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일구어낸다. 이렇듯 상처가 디딤돌이나 뜀틀이 될 수 있다. 곧 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상처가 복이 되려면 상처 입은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된다. 이렇게 상처를 발견하고 끌어안으면 격정이나 강박충동을 끌어안는 힘이 되고 그 결과 땅속에 묻힌 보화를 얻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호강할 때보다는 상처입고 고통당하는 시절을 겪은 후 인생의 가치를 더 알 수 있다. 고난을 자발적 고난으로 받아들이면 더 큰 덕을 쌓는 일이 되는 것이다. 

격정과 열정이 강박충동을 조절하여 마음속에 있는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달래고 나면, 그것이 나온 힘은 미움과 공격성에서 나오는 힘이 아니라 사랑과 협력의 힘으로 표출될 수 있다. 의식이 잠자는 상태에서 격정은 대개 공격적이거나 파괴적인 힘으로 표출되기 쉽지만 잠에서 깨어나 자기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꾸준히 수련을 해나갈 때에는 아름답고 놀라운 창조적 힘으로 우러나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다. 

3. 상처의 대면과 치유

자신이 입은 과거의 상처를 대면하는 것은 두렵고 아픈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지난날의 상처를 잊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상처는 웬만큼 집중하지 않고서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9번 유형은 특히 그렇다. 사람들은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도 자신이 지닌 내면의 상처는 애써 외면한다. 상처나 두려움이 클수록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려 하거나 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상처를 묻어두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상처가 없어지거나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라도 상처가 건드려지면 격정으로 터져 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본능적으로 방어기제가 작용하여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물론 하나님까지도 원수로 생각하게 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여유를 상실하게 된다. 상처는 흠이나 결함과는 다르다. 상처로 인한 격정과 강박충동은 흠이나 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탓할 일, 감출 일도 아니며 싸울 일도 아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드러내야 한다. 드러내어지지 않은 상처는 더욱 더 치유가 어렵게 된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잊어버리고 싶은 상처일수록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상처에 대처하는 자세는 첫째, 상처를 숨기려고 애쓰지 말아야 하며 둘째, 붙들고 씨름하거나 싸우지도 말아야 한다. 셋째, 그것이 옳은 것처럼 합리화 또는 정당화시키지도 말아야 하고 넷째, 상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이야기 속에는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난생처음 받은 상처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은 우리의 상처와 격정을 확인하고 그것을 치유 받게 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만 6세 전후의 상처 입은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해 본다. 그것은 그때 입은 상처가 사람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상처 중 내내 잊혀지지 않고 생각나는 것도 있고, 까마득하게 잊혀졌다가 어떤 계기에 문득 표면으로 떠오르는 것도 있다. 자주 반복되던 상처보다는 단 한 번 있었던 일이지만 자주 생각나는 상처가 아주 중요하다. 상처를 이야기를 할 때 그 당시의 감정을 되살려 감정표현을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를 기억하며 되짚어 볼 때 그것이 오늘날 나의 격정의 원인이며 방어기제의 뿌리가 된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기 발견의 길을 꾸준히 가며 상처 때문에 나타나는 반작용을 관찰하고 그와 관련된 감정과 정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될 때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된다. 

윤명선 공동체문화원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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