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장에는 별을 따라 길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방박사들이다. 그들은 별을 따라 간 길 끝에서 아기 예수를 만났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은 별이 됐다. 성탄절이 다가오는 대한민국 밤하늘에 떠 있는, 우리를 예수께로 데려가 줄 별들이다. 

21일(수) 안산합동분향소 광장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가 열렸다. 장신대 동아리 '하나님의 선교' 소속 신학생들이 예배를 꾸렸다. 예배의 이름은 '별 따라 예수께로'. 고난 받는 이들과 이미 함께 계시는 예수를 찾아 별을 따라온 사람들이 모였다. 

겨울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계획했던 촛불 대신 참여자들은 노란 우비를 입고 빗속에서 예배를 드렸다. 세월호 가족들의 촛불점화로 시작된 예배는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 예수살기 상임대표)가 설교를, 4.16합창단이 특송을 맡았다. 

4.16 합창단, '어느 별이 되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를 합창했다 ⓒ에큐메니안

ⓒ에큐메니안

ⓒ에큐메니안

김경호 목사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긴 시간을 잘 견뎌오셨다.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박수를 보낸다. 가족들의 투쟁이 오늘의 횃불 혁명을 가져왔다.”며 격려의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세월호 7시간 뿐만 아니라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민간 잠수사들의 일을 왜 방해했는지 의혹들이 밝혀져야 합니다. 하나님은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눈감지 않으십니다. 아벨의 죽음도 그랬습니다. 가해자들은 망각을 요구하고 이제 그만 잊자고 하지만 성서는 역사의 사건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한다면 언젠가는 진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성탄은 지극히 가난해 마구간에 나실 수밖에 없는 한 아기의 몸이 이 땅에 임하신 하나님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이 성육신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낮은 자리에 임하는 사람들까지 신적인 지위로 수용하신다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보다 대단한 인권선언은 없습니다.... 

설교를 맡은 김경호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 ⓒ에큐메니안

....서남동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예수는 다름 아닌 강도만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더불어 수년째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우리사회의 모순을 한 몸에 담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시대가 해결해야 할 역사적 짐 덩어리를 지고 가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강도만난 자가 외치는 신음소리는 곧 새 시대를 여는 메시야의 울음소리입니다...‘우리는 민중에게서 메시야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통해 눈이 밝아지고 거기에 응답하게 함으로써 하나님은 새 인간이 되게 하시는 것입니다.’(서남동)“

설교에 이어 성만찬이 진행됐다. 새터교회의 안지성 목사가 성찬을 집례했다. 재정의 말씀을 낭독하기 전에 세월호 가족 박은희 씨(유예은 엄마), 김영래 씨(김동혁 아빠), 이남석 씨(이창현 아빠)가 증언과 연도를 나눴다. 가족들은 각각 아직도 부진한 단계에 있는 선체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뿐만 아니라 무능한 정부로 인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증언과 연도를 나누는 세월호 가족들 (왼쪽부터) 예은엄마 박은희 씨, 동혁아빠 김영래 씨, 창현아빠 이남석 씨

동혁아빠김영래 씨 ⓒ에큐메니안

성찬을 나누는 사람들 ⓒ에큐메니안

“희안하게도 비가 많이 올수록 부모들은 아이들이 더 그립습니다. 이렇게 따듯한데..비가 와도 이렇게 따듯한데..그 바닷속에 얼마나 무섭고 추웠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그 차가운 바닷속에는 9명의 가족들이 있습니다. 참사 초기에 저희반 어떤 부모가 말하기를 도대체 예수님은 어디계시느냐고. 그때 제가 ‘예수님은 바로 거기에 계셔. 지금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계셔’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미수습자 수습, 선체 인양, 세월호 진상규명의 시작입니다. 배가 아직도 거기에 있다는 것은 세월호 사건 해결이 시작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은 엄마, 박은희 씨)

“박근혜가 김삼환, 김장환 목사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그 사람들에게 천벌을 내려주시라고 간구하고 싶습니다...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학살’이후 많은 국민들은 전과 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변한 건 없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을 통해서 하나하나 진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독인들이 힘내서 하나님께 간곡히 기도드리면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오늘도 한발 한발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동혁아빠, 김영래 씨)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마을, 행복한 마을들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성주는 사드미사일때문에 온동네가 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럴까요?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날렸습니다. 수만명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통해서 모든 것이 드러났습니다. 온 국민들이 광화문을 비롯해서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하면서 말입니다. 국민들은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창현아빠, 이남석 씨)

ⓒ에큐메니안

ⓒ에큐메니안

기도하는 세월호 가족들 ⓒ에큐메니안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는 진광수 목사(고난함께)의 축도로 마무리 됐다. 예배가 끝난 후 들꽃향린교회, 가재울녹색교회, 새사랑교회에서 떡과 차, 핫팩을 나누기도 했다. 

성탄예배는 끝났지만, 분향소 광장에 있는 기독교 예배실에서는 매주 두 번, 예배와 기도회가 진행된다. 매주 주일 오후 5시엔 예배를, 목요일 저녁 6시엔 기도회가 열린다. 참여를 원하는 단체 및 교회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 를 참고 하면 된다. 

ⓒ에큐메니안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