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말씀의 잔치 이훈삼 설교
가이사의 세상에 오신 메시아 (누가 2:1~7)2016년 12월 25일 성탄 주일 설교
이훈삼 목사(성남 주민교회) | 승인 2016.12.27 11:03

청문회와 최후의 심판

한 주간 내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러 방송사를 통해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방영되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그에 대한 해설과 뒷이야기들이 언론을 달궜다. 

물론 최순실 국정조사에 최순실을 증인으로 세우지 못해 앙꼬 없는 찐빵이 되었지만 그래도 말로만 듣던 권력 실세들을 카메라 앞에 불러놓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캐묻고 호통을 치니 시원한 면도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수석비서관, 그리고 한국사회의 10대 재벌 대부분 등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세들이 국민 앞에 나와서 연신 사과하는 모습은 약간의 통쾌함도 주었다. 물론 뻔뻔함으로 모른다 하고 당연히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고 미리 말을 맞춰놓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수작들이 보여서 국민을 화나게 하였지만, 나름대로 국정조사의 의미는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명의 국회의원들, 수많은 카메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웬만한 사람이 아니면 거기서 부끄럽고 창피한 상황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웬만한 것은 모두 밝히 드러나게 되어 있다. 우리의 인생도 하나님 앞에서 저보다 훨씬 명확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른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밝혀지고 그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적어도 2~3백 년 전까지는 모두가 이런 믿음을 가지고 살았다. 사람이 죽으면 하나님이 저울로 그 영혼을 달아보아서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형벌로 구분한다는 믿음이 상식이었다. 그래서 인간의 악은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이런 믿음을 버렸다. 심판은 더 이상 없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19세기 러시아의 토스트예프스키는 서유럽으로부터 물 밀 듯이 쳐들어오는 이러한 현대 사상이 러시아 전역을 아주 쉽게 삼켜버리는 것을 보며 두려워했다. 인간의 삶과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지워버림으로써 최후의 심판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 동시에 한정 없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 인간, 나도 이 사실이 두렵다. 

가이사의 세상

오늘 본문은 이 땅에 메시아가 탄생하던 당시를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의 부모인 요셉과 마리아는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나사렛에서 살았는데 실제 예수님을 해산한 곳은 베들레헴이었다.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는 거의 230km가 되니 임산부가 걸어서 간다면 최소 2~3주가 걸리는 험난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의 탄생이 이렇게 순탄하지 않았던 것은 신앙적으로는 메시아가 다윗 왕의 후손으로 오셔야하기에 다윗의 고향에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사회과학적으로는 당시 로마 황제(가이사)인 아우구스투스가 전체 로마 식민지에 걸쳐 인구조사를 하라는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구조사

우리나라도 해마다 인구조사를 한다. 이를 분석하여 남녀, 노소, 교육, 직업, 주택 등 우리 사회 구성의 성격과 변화 추이를 관찰하여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료로 사용한다. 

2천 년 전 로마제국도 인구조사를 했다. 신과 같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명령을 내렸다. 각 자 자기 고향에 돌아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 우리로 치면 본적지로 가야하는 것이다. 교통과 통신, 사무 행정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무척이나 번거롭고 힘든 일이지만 굳이 인구조사를 감행하는 것은 징병과 세금 징수 때문이다. 로마 는 기본적으로 정복국가였고 이것은 끊임없이 전쟁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전쟁을 지속하려면 군사가 필요하고 군대를 유지하려면 징병이 필수적이다. 징병 대상자를 파악하려면 인구조사를 해야한다. 또한 로마 제국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세금 징수가 필요한데 인구조사를 통해 탈세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구조사는 순전히 로마 제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조치였고, 이에 따라야하는 사람들은 정말 피곤하고 힘겨운 일이었다.

메시아가 탄생하는 세상은 이렇게 고통과 아픔이 점철된 곳이었다. 특히 로마의 식민지였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당하는 고난은 일반적인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브뤼겔의 세상 

16세기 플랑드르 지방(벨기에 서부, 네델란드 서부, 프랑스 북부)의 대 화가 피터 브뤼겔
(1525~1569년)은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라는 대작을 남겼다. 

피터 브뤼겔,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1566년, 목판에 유채, 164.5x116cm, 벨기에 왕립미술관

이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자기 현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제목은 당시로부터 1500년 전인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화가 당대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스페인은 ‘무적함대’를 이끌고 세계를 호령하던 강대국이었고 플랑드르 지방도 스페인이 관할하고 있었다. 

스페인 황제 펠리페 2세(1556~1598년 재위)

스페인 황제 펠리페 2세는 전쟁 자금을 위한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구조사를 명령했다. 세율도 가히 폭력적이라 50%의 세금을 매겼다.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지만 항거할 수 없었다. 또 종교개혁 이후 이 지방에서도 구교와 신교의 갈등이 있었는데, 스페인은 당시 구교의 든든한 후견국가였고, 황제의 폭정과 로마 가톨릭에 반발하는 신교 캘빈파에 대해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서 8천명 이상을 처형하는 공안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황제나 그 정책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목숨 건 모험이었다. 브뤼겔은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합법성을 획득하면서 자기 시대를 향한 준엄한 비판의 붓을 휘두른 것이다. 

혁명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된다. 꼭 길거리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이 모아질 때 혁명은 단순성과 획일성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다. 정치인은 정치에서, 예술가는 예술의 영역에서, 종교인은 종교적으로,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 각 자 자기 색깔의 변혁적 참여가 이루어질 때 혁명은 의미를 갖는다. 

제목과 소재는 성경에서 따 왔지만, 화가가 정말 그리고 싶었던 것은 그 시대 전반과 그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었다. 배경이 베들레헴이 있는 중동이 아니라 화가가 살고 있는 플랑드르 지방이다. 그냥 쓱 보면 누가 요셉이고 마리아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제목에 따른 주인공의 존재감이 없다. 화가의 관심은 메시아 탄생하기 위해 오시는 그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느냐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세관원들은 여관에 사무실을 차리고 세금을 징수했다. 

화환은 여관의 표시였고 여관 벽에는 스페인 펠리페 2세가 속한 합스부르크가의 문양이 걸렸다. 

사람들은 무거운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관원은 이를 장부에 기록한다.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연말이면 돼지를 잡는 풍습이 있었다. 짚 위에 놓인 도끼로 일단 돼지를 쳐서 눕힌 다음 한 남자가 능숙하게 돼지의 목을 따고, 한 여인은 돼지 피를 받기 위해 큰 프라이팬을 대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이 장면이 징그러워서 놀라고 또 눈을 돌린다. 재미있는 것은 다음 죽을 차례를 기다리는 그 옆의 돼지다. 겁에 질린 그 돼지는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고, 아주머니 한 사람이 돼지소리를 막기 위해 귀를 잡아 누르고 있다. 화가는 당시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마침 16세기는 3백 년 동안 지구 온도가 1도 내려간 소빙하기를 겪고 있어서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했다. 가난한 이들이 그만큼 고통스러웠다. 혹독한 추위가 이어지는 겨울, 나무들은 잎사귀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떨궈야 겨우 살 수 있는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더욱 을씨년스럽다. 

난방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이들은 눈싸움과 썰매 타기로 하루를 밖에서 보낸다. 
짓궂은 아이들의 눈싸움은 나중에는 진짜 때리는 싸움으로 악화된다. 어른들은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나무 난로 곁에 모여 있거나, 또는 이것저것 만들면서 일하기도 한다. 

임산부의 몸으로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멀고 먼 길을 돌아서 도착하는 요셉과 마리아는 많이 지쳐있다. 

나귀는 탔지만 힘들지 않을 수 없고,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요셉도 직업을 나타내는 큰 톱을 어깨에 메고 여관이 어디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있다. 출발할 때부터 험한 여정이었지만 용케도 잘 참아왔고 이제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마리아는 산고를 이미 시작하고 있는 듯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일상, 황제의 세금 징수라는 거대 담론과 그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노동하고 잔치를 벌이고 때로는 싸움질도 하는 세상, 현실에 절망하고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꽃피워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바로 그 세상으로 지금 메시아가 들어오신다. 
춥고 억울하고 암담한 세상에서 메시아의 탄생은 새로운 인생과 세계를 위한 근거다.

2016년 우리의 세상

2016년은 참으로 고단한 시간이었다.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경제는 어려워지고 남북관계는 긴장을 더하고 있다. 물가는 올라가고 일자리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건강은 눈에 띠게 약해지고, 부모님은 날이 다르게 작아지고, 자식들은 옛날만큼 살갑지 않다. 거기다가 정국이 혼란하다. 정치 사회야 언제든 어지러울 수 있지만, 그 원인과 현상이 참 민망하고 어이가 없다. 늘 시간에 쫓기면서 하기는 뭘 하는데 한쪽은 늘 허탈하다. 몸과 마음이 곤고한 한해가 거의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이러한 우리들에게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복음의 소식은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오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안하고 부족함이 없고 태평한 삶을 누리고 있다면 메시아가 오시기 어렵다는 원리다. 성경이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메시아 탄생의 원칙은 모두가 곤고하고 지치고 그 어떤 것으로도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어서 개인이나 시대나 멍해진 상황, 바로 그 상황이 고통스럽고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런 상황이야말로 메시아가 오시기에 딱 좋은 여건이라는 소식이다. 

우리는 그 소식에 기뻐하며 감사하는 사람들이다. 

어렵고 힘든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지만, 주님이 우리 가운데 오신다는 약속 그 한마디에 새 힘을 얻고 새로운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2천 년 전, 로마의 식민지 백성으로서 가이사의 한 마디에 온 국민이 하던 일을 멈추고 만삭의 상황도 예외 없이 인구조사 하러 본적에 가야하는 상황보다 더 어렵겠는가! 우리가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500년 전 강력한 전제 군주 스페인의 압제와 수입의 50%를 세금으로 빼앗기는 플랑드르 지방의 서민들보다 더 힘들겠는가!

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메시아가 지금 바로 그 곳에 탄생하실 것이니! 

지금 내 삶의 현장과 우리 역사의 현장이 한숨과 고통에 억눌려 있지만 우리에게 탄생하시는 메시아를 믿음으로 영접한다면 새로운 역사를 출발한다는 것이 복음이다. 2016년 힘들었던 만큼 메시아가 우리 가운데 오심을 믿음으로 환영하여 놀라운 성탄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린다. 

이훈삼 목사(성남 주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