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말씀의 잔치 이훈삼 설교
파수꾼의 운명 (겔 3:16~21)2017년 1월 8일 주현절둘째주일설교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 | 승인 2017.01.09 11:52

1. 따뜻한 것은 모두 선인가?
 
1) 봄 같은 겨울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에는 고생을 하지만, 올 겨울처럼 연중 가장 춥다는 연말연시와 소한을 지났는데도 낮은 말할 것도 없이 밤까지도 기온이 영상 7~8도를 기록한 경우도 드물게 본다.
 
소설과 대설을 다 지났음에도 한겨울에 눈은 오지 않고 비가 내린다. 스키장과 눈썰매장이 울상이고 빙어 축제 같은 한겨울 행사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는 뚜렷한 4계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게 되어 가고 있고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기후라는 거대한 환경이 바뀌는 시대를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2) 지구 온난화의 두려움
 
오렌지 색은 1951~80년보다 더워진 지역이고 파란색은 추워진 지역이다 (네이버캐스트)
지구도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기에 때로 덥기도 하고 때론 아주 춥기도 했다. 산업사회 이후로 지구가 뚜렷하게 더워지고 있다. 문제는 오늘 우리가 당하는 지구 온난화는 과거와는 달리 자연적인 환경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석유 등 지구를 덥게 하는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특히 잘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석유추출물(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등이 엄청나게 쌓이면서 지구가 열을 발산하는 것을 막아 병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성탄주일 설교에서 이야기했듯이, 수백 년 전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가면서 유럽은 3백 년 동안이나 소빙하기라는 혹한에 시달렸다. 우리 몸도 1도 오르고 내리는 것으로 바로 죽지는 않지만 몸 상태가 늘 힘든 것처럼, 지구 온도가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은 그 속에 오랫동안 살면서 그 기후에 적응해온 자연 생물과 인간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해수면 상승 (네이버 캐스트)
거대한 태풍, 해일과 해수면 상승, 가뭄, 폭염과 혹한, 이상 기온에 따른 병충해 창궐 등 아직 우리가 예상하기 힘든 현상들이 따뜻한 겨울에 이어 들이닥칠 것이다. 물론 이번 겨울이 따뜻했다고 해서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파국을 향해 떨어지기에 더욱 경각심을 갖지 않게 되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잉태하고 있기에 정말 두렵다.
 
3) 세계 교회의 대응 
 
WCC 창조질서 보전 행사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오래 전부터 하나님이 창조하신 환경 문제를 중요한 선교 과제로 설정하고 창조질서 보전(JPIC의 IC)을 위해 노력해 왔다. 공기, 물, 나무, 일회용 물품 등 세계 환경 문제의 여러 분야를 다 끌어다 모으면 가장 포괄적인 주제가 기후변화 문제다. WCC는 이 세상의 기독교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태계가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지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되며, 창조의 원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그래서 특히 이 문제를 정의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며 기후정의(Climate Justice)라고 한다. 올해 따뜻한 겨울을 맞으며 한쪽에는 불안을 감출 수 없는 우리는 세계교회의 선교에 맞춰 한국교회와 함께 기후 변화에 대해 예민하게 관찰하고 대응하며 기도해야 할 것이다.

2. 에스겔의 싸늘한 신탁(神託)
 
1) 오늘 에스겔의 말씀은 따뜻하여 오히려 더 큰 문제를 폭탄처럼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아주 싸늘하게 던지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담고 있다. 중병으로 죽어가는 환자에게 의사가 충격을 주지 않고 위로한답시고 진실을 말하지 않은 채 아주 좋고 건강하다고 말하여 환자가 걱정을 안 하게는 되었지만,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때는 아프고 냉혹하지만 환자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말하고 이에 정신 차리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 에스겔은 이와 같이 상황에서 내려주시는 차갑고 싸늘한 음성이다.

2) 에스겔과 그 시대
 
미켈란젤로, 천치창조 중 에스겔, 1508~1512년, 바티칸
지금부터 2600년 전인 BC 597년에 바빌론의 느부갓네살 왕은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왕과 상류층을 포로로 잡아갔다. 이때 에스겔도 잡혀간 포로 중에 속한 사제였으며 그는 포로로 잡혀가서 5년 정도 후인 BC 593년 정도부터 하나님의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아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음성을 전하였다.
 
강력한 바빌론의 왕 느부갓네살
당시 잡혀간 포로들은 아무리 바빌론의 느부갓네살 왕이라 해도 만군의 여호와가 계신 도성 예루살렘을 짓밟을 수는 없으며 당연히 포로 생활이 오래 가지 않고 빨리 끝날 것이라는 환상을 믿었다. 예언자 에스겔은 이런 따뜻하고 희망어린 분위기에 찬물을 확 끼얹는 사람이었다.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다시 신앙에 바로 서지 않는데 무슨 고향에 돌아가는 길이 열리며 바빌론이 망한다는 헛소리를 하느냐고 외친다. 사람들은 이런 에스겔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근거 없는 희망에 미래를 맡겼다. 그러나 몇 년 후인 BC 587년에 느부갓네살은 예루살렘을 전면 침공하여 성을 불태우고 성전을 도륙했다. 따뜻하지만 근거 없는 희망은 사실이 아니며, 싸늘하지만 진정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것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당장 먹기는 곶감이 좋지만 듣기 좋은 소리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에 좋은 약은 쓰듯이, 분위기를 싸늘하게 할지라도 진실을 말하고 병든 곳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직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할 때가 있다.
 
3) 설교자의 고뇌와 자부심
시대의 예언자로 부름 받은 에스겔에게 하나님은 강하게 명령하신다.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 (17절)
예언자의 정체성은 앞일을 미리 알아맞히는 점쟁이가 아니라, 그를 불러 세우신 분이 맡기신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전쟁에서 지휘관의 작전을 잘못 전달하는 전령은 사형감이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역사의 생사를 가를 중요한 상황일수록 하나님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더 나아가 아주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주신다.
“가령 내가 악인에게 말하기를 너는 꼭 죽으리라 할 때에 네가 깨우치지 아니하거나 말로 악인에게 일러서 그의 악한 길을 떠나 생명을 구원하게 하지 아니하면 그 악인은 그의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내가 그의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을 것이고  네가 악인을 깨우치되 그가 그의 악한 마음과 악한 행위에서 돌이키지 아니하면 그는 그의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너는 네 생명을 보존하리라.” (18~19절)
 
설교자의 실존적 고뇌는 교인들을 보면서 하나님의 뜻이 이거라고 생각되었지만 그 내용이 심판이거나 교인들이 듣기 싫어하는 것이면 기쁘게, 쉽게 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매번 설교할 때마다 설교자는 이런 고민에 부딪친다. 이 이야기를 하면 교인들이 수용할까? 어렵게 주일예배 드리러 왔는데 상처받지 않을까? 위로받고 격려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이 아니라 싸늘한 음성을 전하는 것이 맞는가? 매주 이런 갈등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경우 따뜻한 내용은 문제가 없지만 싸늘한 심판의 내용은 이리저리 많이 완화시키거나 생략해버린다. 그런데 이럴 경우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주민교회 설교자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자부심은 다른 교회에 비해서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수정하거나 생략하는 빈도가 훨씬 적고 거의 목회자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설교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고 주민교회 목사로서의 자부심이다.
마찬가지로 목회자가 가장 실망하고 의욕을 잃는 경우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설교가 어느 순간 교인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다. 목회자의 설교에 반대는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아멘하고 그 말씀 붙잡고 씨름하는 것도 없이 그냥 무덤덤하게 듣고 마는 경우, 목사의 설교가 예배당 공간에서 교인들에게 생명의 말씀으로 먹혀든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허공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 때 목사는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나야 한다. 그런 상황은 목회자가 가장 잘 알 수 있으며, 그 때가 되면 어떤 이유도 붙이지 말고, 법에 상관없이 단순하게 정리하는 것이 하나님 뜻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 파수꾼의 운명, 그 명암
1) 파수꾼의 책임이 공동체의 운명을 가른다.
 
군대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중 범죄는 경계근무 태만이다. 경계근무가 어렵다. 아무것도 안하고 혹시 누가 오는지 살피는 것이 별로 힘들거나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경계 근무자는 잠시도 한눈을 팔아도 안 되며 조그만 이상 움직임도 빠르게 파악해서 사태를 보고해야 한다. 만약에 경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경계를 믿고 후방에서 쉬거나 자는 병사들의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백령도에서 군목으로 근무할 때 부대 사고는 대개 백령도 해안을 경비하는 초소에서 일어나고 폭력이나 총기사고도 발생한다. 초소 경계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2) 교회는 시대의 파수꾼
 
구약 시대 에스겔과 같은 예언자, 그리고 오늘 주님의 이름으로 세워진 교회는 시대의 파수꾼이다. 오늘 이 시대가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교회의 시대 상황 파악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되 이 세상의 가치를 넘어 하나님의 관점에서 평가하여 그에 따라 예상되는 결과를 가감 없이 증언하는 것이 시대의 파수꾼으로서 교회의 사명이다. 시대의 운명을 쥐고 있는 교회가 경계의 사명을 게을리 한다든지 세속적 풍조에 휩쓸려 할 말을 안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다면 그것이 교회의 타락이다.
오늘 한국사회의 난맥상은 이런 점에서 많은 한국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눈 감고 오직 자기만족과 욕심에 따라 살았다는 책임이 크다. 그렇게 오로지 교회 성장에만 집중하여 대형 교회를 이룬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대표 행세를 한 것이 한국교회 타락의 중요한 원인이다.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새해를 맞이하려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파수꾼의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
 
3) 명암
파수꾼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으면 하나님은 악을 행하는 이도 멸망시키려니와 이런 죄악을 제대로 깨우치지 않은 파수꾼에게도 그 책임을 묻는다고 하셨다. 반대로 그냥 두면 죽을 죄인인데 파수꾼이 전하는 것을 듣고 회개하여 구원받게 된다면 우리는 사명을 다한 하나님의 신실한 증언자들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주신 파수꾼의 사명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설교하는 마틴 루터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설교자로서 나는 가끔 순간순간 갈등하곤 한다. 신앙 생활하는 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잘 하는 교인을 칭찬하는 것은 하기도 쉽고 그 자체가 신나고 행복한 일이다. 반대로 하나님의 은총을 잊어버리고 신앙인으로서 성실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할 때 목회자는 깊은 시름에 잠긴다. 오늘 에스겔 예언자에게 주신 원칙대로 그대로 전해야 하는 것인지, 그랬다가 시험 들거나 상처 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2017년 새해를 맞아, 주민교회의 목회자로서 내가 여러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하나님의 뜻을 충실하게 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칭찬과 축복의 말씀이 아니라 때로 경고와 심판의 말씀이라 할지라도 충실하게 전하려고 노력하는 목회자가 되기를 다짐해본다. 실제로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혹 목회자가 여러분에게 듣기 싫은 말씀을 전해도 그것이 싫어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신뢰해주기 바란다. 사실 이런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목회는 거의 불가능하다. 목회자나 교인이나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뜻 앞에 진실하게 서고자 할 때, 바로 거기가 생명과 구원, 은총과 축복의 자리다. 올해 2017년이 그랬으면 좋겠다.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