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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눈으로 성서 읽기, 여성신학의 일"여성신학아카데미..'신약성서와 여성이야기', 최영실 교수 강사로 참여
김령은 | 승인 2017.01.16 15:55

신혼 초야를 치른 부부가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후로 남자는 여자가 미워졌다. 남자는 여자에게 그녀의 처녀성을 보지 못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이런 경우를 위해 마을에는 법이 있었다. 여자의 부모는 딸의 처녀성을 확증할 표를 가지고 마을의 남성 어른들에게 가서 보여야 했다. 마을의 권위 있는 남성들은 여자의 피가 묻은 자리옷을 다 함께 확인했다. 후에, 남자는 벌을 받고 벌금도 물었다. 그러나 여자는 더 큰 형벌을 받았다. 마을의 법은 그 남자로 하여금 그 여자를 ‘평생’ 버릴 수 없게 했다. 

오늘날에도 이 이야기는 ‘순결에 관한 법’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읽혀진다. 바로 신명기 22장의 내용이다. 본문의 모든 맥락이 지금의 시대와 같지는 않다. 그러나 ‘남편이 아닌 남성에게 처녀성을 잃은 여자는 부정하다’는 통념은 오늘날까지 유효한 것으로 공유되기도 한다. 

여성이슈로 뜨거웠던 지난 한 해를 지나며,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켜켜이 쌓여온 통념들이 여성의 시각으로 재평가 되고 있다. ‘여성 혐오의 책’으로 평가되는 성서도 예외는 아니다. 성서는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조금씩 모아지고 있다. 

최영실교수와 함께 읽는 신약성서와 여성이야기가 매주 화요일마다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에큐메니안

지난 10일(화) 열린 제1회 여성신학 아카데미에서 최영실 교수(성공회대 신약학 명예교수)는 “여성의 눈으로 성서를 읽기위해 제일 먼저 루터의 ‘성서만으로’가 만든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터의 ‘성서만으로’는 오늘날 성서를 읽는 우리를 향한 말일까? 최 교수는 당시 “루터가 가톨릭 교리를 대항하기 위해 외쳤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성서만으로’는 다시 교리가 되어 ‘사람을 잡는 무기’가 됐다. 성서가 제국의 질서와 가부장 체제를 지탱하는 신적 질서와 근거가 돼버린 것이다. 그 결과 성서는 여성과 장애인,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근거로 오용 됐다. 

그렇다면 정말 ‘성서’는 어떤 책일까? 최 교수는 “디모데후서 3장 15절과 마태복음 5장 17절이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영화에서 보듯 돌 판에 십계명이 빛으로 새겨지는 기적은 사실 성서의 내용과 다르다. 성서는 분명 ‘누군’가 ‘문자’로 썼다. 그 ‘누구’는 어떤 사람일까? 성서를 기록한 그 ‘누군가’에 대해 최 교수는 “팔레스타인 전통 안에서 살았던 남성일 것”이라고 전했다. 성경은 당시 출판에 더 유리했던 남성저자의 글일 가능성이 높다.  

성서가 남성저자의 글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내포할까? 최 교수는 “그것이 성서 이야기 안에서 여성 역사는 사라지거나 배제되고 왜곡됐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전했다. 독자들은 성서를 읽기 전에 각자가 가진 시각과 상황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심의 눈으로 남성 저자의 글인 성서를 읽는 것, 최 교수는 그것이 바로 여성신학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영실 교수(성공회대 신약학 명예교수) ⓒ에큐메니안

최 교수의 강의가 마무리 된 후, 대부분 여성들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신명기 24장, 마태복음 19장, 마가복음 10장 등을 읽고 모둠을 지어 느낀 점을 나눴다. 한 참가자는 신명기 24장을 읽고 난 뒤 “(성서가 기록된 시기에) 마치 여성이 양도할 수 있는 물건인 것처럼 존재가치가 타인에 의해 규정됐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분노하는 한편, 또 다른 참가자는 “여성의 처녀성이 곧 생명처럼 여겨지는 것이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는 게 안타깝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KAWT) 교육위원회에서 공동주관하는 이번 여성신학 아카데미는 총 여섯 마당으로 진행된다. 성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나갈 예정이다. 2월 28일(화)까지 매주 화요일, 한국기독교회관 701호에서 진행된다. 한 강좌 당 참가비는 5000원(자료집 포함)이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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