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달간 진, 보수의 가장 뜨거운 논쟁의 핵심에 있었던 강정구, 노재열 교수 부부가 예배를 드리는 향린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명동을 찾았다. 더 정확하게는 노재열 교수를 만나 짧게라도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강 교수의 아내로서, 또한 학문의 도반으로서의 의견을 노 교수를 통해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노 교수는 보수적인 교단에서 성장해 남편인 강정구 교수를 만났다고 한다. 미국에서 신앙을 가지게 된 강 교수가 한국에 귀국 한 후에는 일반적 교회보다는 의식있고 진보적인 교회를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또한 강 교수가 향린교회라면 같이 가겠다고 해서 5년전부터 함께 참석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름다운 자화상의 시작은 기득권 포기에서 시작한다

▲ 강정구, 노재열 교수 부부

노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며 평소 학생들에게 "전공은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런 삶은 자기가 가진 기득권을 많이도 아니고 조금, 10%만 버린다면 나중에 60이 되어 자기 자화상을 그릴 때 크게는 아니더라도 인간다운 모습의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한고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 국악으로 드리는 예배와 정치적이기로 유명한 전통적인 향린교회 설교를 들을 수 있었다. 조헌정 목사는 설교에서 "강 교수의 발언은 오순절 방언과 같이 사람들은 양분시켰다"고 하며 "강 교수님이 구속되면 향린교회 교우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 기장 교단이 일어날 것이고, 민중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니 당당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조언을 했다.

개인의 고통을 넘어 민족을 위해 감수하는 대승적인 이해

노 교수는 학문적 관용과 논쟁이 없는 한국 사회의 풍토를 비판했다. 특히 근거없는 비판으로 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몰상식함에 억울함을 내비쳤다. 또한 가족이 겪어야 할 아픔을 넘어 민족을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대승적인 이해를 가지려고 마음을 다진다고 했다.

예배가 마치고 좁은 입구로 빠져나가는 성도들 사이에서 열심히 비집고 쫓아갔지만 노쳐버린 노 교수을 어떻게 찾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마침 다시 본당으로 올라오시는 교수을 붙잡고 인터뷰를 청했고 흥쾌히 응해주었다. 인터뷰 하는 내내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이기도 했다.

아래는 노재열 교수와 나눈 대담내용이다.

이번 일들을 겪으면서 가장 힘든 점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막무가내 같은 사람들이 상식 이하의 일을 하면서 밤낮으로 전화를 해 대고, 쌍욕도 하고, 빨갱이라고도 하더라구요. 분명히 학문, 사상의 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그렇게 역사학자가 한 자료에 근거해서 한 이야기를 빨갱이라고 단 한마디로 단죄지을 수 있는가 하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억울해서 힘들었습니다.

이해는 못하더라도 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서로 간에 debate(논쟁)가 되면 문제가 안 되는데, 남편이 쓴 글은 읽어보지도 않은 채, 보수 언론들의 사설에서 하는 얘기만 그대로 그것을 자기 것으로, 그렇게 써 준에 것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억울한 것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죠.

학자로서 강 교수 발언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저의 입장은요, 처음에 저는 생명과학을 하는 사람으로 역사의식이 없다기보다는 외면하고 살았다고 해야 할까요 만경대 사건이 나기 이전에는 그랬어요. 그래서 그 사람은 자기 전공을 하는 사람이고 저는 생명과학을 하는 사람이니까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한 사람이 하니까 한 사람은 좀 멀리서도 살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야 하겠다고 했는데, 억울한 일을 당하고, 언론이 너무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구나 나도 같이 보조를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동참하는 마음의 자세는 가져야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더라도 이런 것이 가족이나 형제지간이나 친인척들의 반응을 보면서 꼭 그것을 자기가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너무나 생활의 패턴이 달라지게 되고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고 원망도 하게 되죠.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민족을 위한 일인데 내 가족이 편하지고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들도 많이 고통을 당할텐데, 자녀들에게는 어떤 말을 하는지?

우리 큰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오고 다시 대학원 공부를 하러 유학을 갔어요. 그것을 빗대서 사람들은 자식이 시민권자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저는 미국에서 한 10년을 살았어요. 제가 공부할 1980년 그때는 저희 나라 과학이 정말 형편 없었어요. 외국에 공부를 하러 갈 수밖에 없었어요. 거기 살 때 남편이 후발로 직장에 다니다가 공부하러 왔어요. 공부를 하는 시간이 사회과학은 오래 걸리니까 그것을 다 끝내고 돌아와서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저희가 마다했어요.

돌아와서 우리 아이들은 너무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도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사는데, 우리가 한국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왜 외국인 학교 가야 하는냐 한국 학교에 넣어놓고 벙어리 같은 애들을 넣고 공부시켰어요. 그런데 시민권자라는 말을 들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파요.

▲ 예배를 마치고 교우들과 대화를 나누는 강정구, 노재열 교수 부부(가운데)(사진 이정훈/에큐메니안)

이번에 큰 애 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 아빠가 또 이런 일을 했어요?" 하는 말을 하더라구요. 주위의 사람들이 너희 아버지 또 사고쳤더라 하는 말을 들었데요, 그런 말을 들으니 자기가 속이 상하니까 아빠가 또 그랬냐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네가 어떻게 아빠한테 '또'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 엄마는 그렇게 표현할 수 있지만, 자식은 그런 말을 할 수 없는거야 그랬어요. 그렇게 해서 전화를 끊었는데, 다음에 전화가 왔더라구요, 자기가 성급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 일방적인 보도만 보고 흥분해서 죄송하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너는 당연히 엄마한테 사과해야 한다고요 그랬어요.

그리고는 제가 장문의 메일을 보냈어요. 메일에서 제가 네가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는데, 그 존경과 사랑의 밑바탕에는 신뢰가 있어야 된다. 신뢰없는 존경이 어디 있고, 신뢰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냐 모든 사람이 아버지를 비방하고 방송이 왜곡해서 보도했다고 해도 너는 먼저 엄마에게 확인을 하고 화를 내야 하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화를 낸 것은 잘못한 것이고 너는 당연히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했어요. 나이가 그만큼 성년이 됐으면 감정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데 감정 조절도 못하고 그러느냐 하니까 죄송하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네 아버지가 하는 일이 정의로운이 일이라서 참는데 너도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 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이해를 해요.

2일에는 우리 둘째도 같이 옥인동에 같이 갔어요. 제가 큰 아이에게 보낸 장문의 메일을 프린트해서 가는 길에 읽게 했어요. 차 안에서 친구들이 아버지가 누구신지 아느냐? 거의 대부분 알죠. 그러면 그 사실이 친구들한테 부끄러우냐 하고 물었어요. "아니요"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너는 당연히 안 부끄러워야 된다고 했어요. 파렴치 범으로 아버지가 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남의 돈을 사기쳐서 조사받는 것도 아니고, 단지 민족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지금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너는 당당해야 하고 네 어깨가 딱 펴져야 하고 네 친구들이 아버지를 뭐라고 비방해도 너는 그것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식이고 그렇게 행동하라고 했어요. 엄마 저도 알아야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날 옥인동에서 30분 동안 1인 시위도 하고 오후에는 강의가 있어서 학교에 갔어요.

이런 일을 겪으면서 기도의 내용은?

제가 처음 당했을 때는요, 보안법으로 걸리는 사람에 대해서 정말 안타까운 느낌은 있었지만, 가슴에 절절한 것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자기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절절함이 있을 때는 어떤 기도가 나오냐 하면요, 정말 억울한 것,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하나님이신데 언젠가 저의 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매일 새벽기도를 했습니다.

46일간 그렇게 기도를 하는데 가슴이 답답하더라구요. 47일째 되는 날 기도를 하고 오는데, 마음의 평안이 왔어요. 그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자. 무거운 짐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그러면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고 하셨는데, 내가 왜 이것을 끌어안고 나 혼자서 걱정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더니 52일만에 나왔잖아요. 주위 사람들은 특히 검사들이 그 내용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보석으로 못 나올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확신을 했습니다. 47일째 되는 날 마음의 평안이 올 때에 하나님은 내 기도에 응답을 해 주시는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기도를 하고 억울함을 하소연 했어요. 하나님 저들이 정말 민족을 위해서 자기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를 했어요. 그리고 재향군인회 그 사람들 한 가정을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고 매몰차게 할 수 있느냐 하고 원망이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일곱 번에 일흔번씩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시는 말씀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속으로 하나님 저는 할 수 없습니다고 했지요. 며칠이 지나니까 하나님 제가 그 사람들을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미워하기 이전에 그들을용서하는 마음을 달라고 그들이 변화되기를 기도했어요.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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