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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작은 도서전’이 지난 8일(토)을 시작으로 15일(토)까지 부암동 현장아카데미에서 열리고 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세월호와 관련된 서적, 행사 자료, 공연 팜플렛 등 100여권의 자료들을 한데  모았다. 신학,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오롯이 세월호라는 주제를 가리키고 있다. ‘세월호 작은 도서전’을 손수 마련한 이정배 교수(전 감신대 교수)의 부인인 이은선 교수의 말을 빌리면 작은 도서전은 세월호를 위한 ‘기억 투쟁’이다. 

도서전과 함께 유가족과의 만남의 시간도 마련됐다. 11일(화)은 2학년 8반 고(故)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가 세월호 작은 도서전을 찾았다. 

만남의 시간에 앞서 이정배 교수는 이번 도서전이 마련되기 까지 도움의 손을 보태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평생 책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으로 이번 기회에 세월호 관련된 책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도서전을 준비하게 됐다”는 이 교수의 뜻에 출판업을 하는 동료, 감신대 도서관 직원들이 뜻을 함께 했다. 도서전을 찾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커피는 광화문 천막까페에서, 만남의 시간에 앞서 먹는 음식은 도시락톡에서 제공했다.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 세월호 작은 도서전을 손수 마련했다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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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의 시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종교인, 세월호를 연구하는 학생, 세월호 추모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인, 감신대 직원, 신학생 등이 이호진 씨와 만나기 위해 도서전을 찾았다. 각자 소속은 달랐지만 세월호 추모일이 다가오면서 아픔을 느끼는 지점은 비슷했다. 

모인 이들이 서로를 소개하는 내내 묵묵히 침착한 표정으로 있던 이호진 씨는 “저는 안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2학년 8반 이승현입니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호진 씨는 지난 2014년 여름, 세월호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을 거쳐 대전에 이르는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고(故)김웅기 군 아버지 김학일 씨를 비롯해 종교인,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900km의 길을 십자가를 지고 걸었다. 세월호 인양 가능성이 희미해져 가던 2015년 겨울엔 세월호 선체인양을 촉구하며 팽목항을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무려 112일 동안 삼보일배 순례를 했다. 겨울에 시작한 순례는 여름에야 끝이 났다. 

‘세월호’라는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그의 고행 길은 정리, 기록되어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인연>과 <반면교사>다. <인연>은 십자가 도보순례 길에서 만난 인연의 소중함을 글로, <반면교사>는 삼보일배 순례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故이승현 군 아빠, 이호진 씨 ⓒ에큐메니안

이호진 씨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참사’가 아닌 ‘학살’이라는 개념 정리를 시작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입장에 따라 표현이 다릅니다. 누구는 사고라고하고 또 참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세월호는 학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확하게 아셔야 합니다. 왜 참사라고 할까요? 관심을 가지고 세월호를 바라보면 유가족의 얘기를 듣지 않아도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참사’는 사고에 대한 슬픔을 완화시키기 위해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날 있었던 일은 학살입니다.”

‘학살’ 당한 어린 아들을 가슴에 묻는 중이라는 이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픈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 놨다. 

“세월호가 분명히 학살 사건이고, 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은 타인이 느끼기 힘들만큼 슬픈 것이지만 저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부분 슬픈이야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나누다 보면 주위사람들도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것을 짐작하려고 하니까 부작용이 생깁니다. 저는 주위사람들에게 세월호에 너무 깊이 빠지지 말라고 합니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처녀, 총각들에게요.”

세월호를 통해 느낀 슬픔이 아닌,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랑은 무엇일까? 이 씨는 자신이 만났던 ‘인연’에 대해 말했다. 

“사고 후 유가족들 중 제가 가장먼저 ‘십자가 순례단’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종교인 친구들 덕분입니다. 오늘 함께 자리하신 수녀님들이 소속된 ‘시튼 수도원’은 저에게 성역화 된 곳입니다. 시튼 수도원의 모든 수녀님들이 지극정성으로 아름이(큰딸)와 저를 보살펴 주셨습니다. 갚지 못할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튼 수도원에 초대되어 묶던 그날 밤에 십자가 순례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순례길에서 제가 느낀 것은 사랑입니다. 팽목항에서 느꼈던 절망과는 달리, 길에서 만난 분들은 저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습니다. 사랑이 있기 때문에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갚지 못할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순례길에서 만난 ‘다른 시각’은 이 씨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했다. 십자가 행렬을 바라보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민족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눈물을 흘리며 단식하는 유가족 앞에서 폭식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직접 만나니 충격적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이야기는 됩니다. 한번은 ‘일베’(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회원)가 저에게 찾아와 자기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며 미안하다고 밥값을 주고 간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리지어 놓으면 그렇게 행동합니다. 아마도 숱한 침략을 받고 살아온 약소국이 갖는 운명론적 시각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건만 터지면 둘로 나뉘어져 반대편의 눈치를 봅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말하지 못하는 암울한 사회가 됐습니다.” 

세월호 작은 도서전에서 마련한 유가족과의 대화에 승현아빠 이호진 씨가 참여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에큐메니안

이 씨는 “앞으로 살아갈 젊은이들이 자신이 바라본 시각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에 대해 최선을 다해 보도해 준 JTBC는 고마운 언론이라고 했다. 특히 손석희 앵커와의 특별한 인연은 시튼 수도회 수녀님들과의 인연만큼 감사한 인연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는 그의 책 <인연>에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부활의 의미를 물었다. 이 씨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대해 털어놨다. 

“어쨌든 4월은 너무 아픈 달입니다. 다시 상처가 곪아오는 고통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인 나에게 부활절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하는 그런 날입니다.” 

부암동 현장 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세월호 작은 도서전은 15일까지 계속된다. 오픈과 마감 시간, 상세한 주소는 아래 웹자보를 참고하면 된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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