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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사는게 아프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故육우당 14주기 추모기도회...차별금지법 재정, 군형법 92조 6항 폐지 등 위해 기도
김령은 | 승인 2017.04.29 00:43

"주님, 이번 대선토론에서 우리의 존재에 대한 찬반논쟁이 있었습니다. 대체 누가 어떠한 권리로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만약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지 않았을까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도문 중)

지난 25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동성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지율 1위의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동성애 문제에 대해 선을 그었다. 문 후보는 뒤늦게 “군대 내 동성애를 말한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에게 “송구스럽다”고 해명했지만 성소수자 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 성소수자들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소리를 내왔다. 예상치 못한 ‘장미 대선’이 그들의 존재를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을 뿐이다. 매년 4월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인권의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달아보는 ‘다림줄’이다. 4월 마지막 주 한 날을 정해 열리는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추모기도회가 그렇다. 기도회는 청소년 성소수자이자 기독인인 故육우당이 세상을 떠난 날에 즈음한다. 올해는 그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을 추모하는 열네 번째 봄이다. 적폐청산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말하는 올해 봄, 혐오와 차별을 멈춰달라는 절규를 듣고 공감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아졌을까. 

박진석 목사 (도심속 수도원 '신비와 저항') ⓒ에큐메니안

27일(목) 늦은 7시 향린교회에 故육우당을 비롯한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기도회가 열렸다. 무지개예수를 비롯한 23개의 개신교, 천주교, 성공회, 기독교 인권단체가 공동주최했다. 故육우당 기억하는 사람들이 예배당 입구에 마련된 영정 앞에 하얀 국화를 바치며 하나 둘 예배당을 채웠다. 

육우당은 2003년 봄, “아비규환 같은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국가는 동성애 관련 간행물, 출판물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고 검열하기 시작했고 한기총을 필두로 한 일부 개신교 세력은 동성애를 ‘소돔과 고모라’에 비유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4년이 지난 지금, 혐오와 차별에 희생되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이날 기도회는 故육우당처럼 혐오와 차별에 노출된 청소년 성소수자들 뿐만 아니라 HIV/AIDS감염인, 차별금지법제정, 전환치료 근절,군형법 92조 6항 폐지와 성소수자 군인들을 위한 기도가 올려졌다. 

기도회는 곽이경 씨(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인도로 진행됐다. 기도회 시작에 앞서 곽 씨는 "14년 전보다 성소수자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 진 것은 마중물 되었던 육우당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를 소개했다. 곽 씨는 육우당 외에도 차별 속에서 소중한 삶을 마감한 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잊지 않는다는게 성소수자 공동체에서 얼마나 힘이되는 것인지 기억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기도회를 시작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도를 맡은 김서진 씨(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는 “혐오세력들은 차별을 금지하면 차별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인권, 사랑할 자유가 그들에게는 정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10년 동안 차별금지법이 끝내 제정되지 못했지만 그 속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있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김 씨는 “율법을 폐하고 오로지 사랑으로만 오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우리 역시 얽매이지 않고 순전한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바램을 기도로 전했다. 

이날 기도회는 여러 특송팀들이 참여해 마음을 모았다. 로뎀나무그늘교회의 다비드 성가대, 고난함께 시민합창단 평화산책이 특송을 맡았다. 특히, 혁명기도원의 이종혁 씨는 故육우당의 시조 ‘만민평등기원가’에 가락을 붙여 노래했다. 고상균 목사(향린교회)는 군형법 92조 6항 폐지와 성소수자 군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고 목사는 자신의 군 시절 성소수자였던 부하를 부적응병사로 전역시켜야 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군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지 않음은 저와 같이 비겁했던 이들이 침묵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치 않는 군 생활 속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색출과 탄압으로 힘겨울 이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떨리는 어깨를 안아주시라”고 기도했다. 

이지음(길찾는 교회)의 인도로 함께 찬양을 불렀다. 찬양은 '그모습 그대로', '사랑의 주님이', '날사랑하심'. 어느 교회에서나 친숙하게 부르는 찬양들의 가사가 새롭게 다가왔다 ⓒ에큐메니안

기도가 끝난 뒤 모인 이들은 거룩한 식탁에 초대됐다. 박진영 목사(로뎀나무그늘교회), 변영권 목사(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목회자 및 평신도모임), 함윤숙 사제(대한성공회 여성센터)가 공동 집례했다. 

 

예배는 함께 ‘사랑이 이기네’를 부른 뒤 공동축도로 마무리 됐다. 공동축도를 위해 모인 이들은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댔다. 

“우리가 우리로 살아간다는 것이 더 이상 아픈 일이 아닌 세상을 우리는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봐 주세요. 어느 멋진 날에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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