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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돈을 함께 섬기다 거추장스러우면 하느님을 내팽개친다<전순란의 지리산 휴천재일기>
전순란 | 승인 2017.05.07 17:44

어제 내린 비로 앞산이 한층 파랗다. 그 많던 꽃들은 순식간에 속절없이 사라졌고 남은 잎만 덧없이 더 푸르다. 바람에 통째로 흔드는 나무에서 악착같이 피어나던 꽃들이 다 졌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였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출처: 전순란블로그
출처: 전순란블로그

어제는 귀요미 미루가 노랑 카라를 어버이날 선물로 사왔는데 오늘은 이엘레가  카네이션을 보내왔다. 과분한 선물들인데 주변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들에게 사랑받고 살게 해 주신 분의 손길이 고맙기만 하다. 서랍을 정리하다 몇 해 전 아씨시에서 사온 휴천재 지번 64가 발견되어 식당채에 붙였다.

출처: 전순란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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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마을 구례에 내 대학 동기 이목사님이 이사를 온지 일년이 넘어서 오늘에야 만났다. 동기라지만 나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보스코와 동갑이다. 순복음신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개혁적인 한신에서 공부하겠다고 온 그는 이미 딸 셋에 가정도 책임져야 해서 부인과 학교 앞에서 슈퍼마켓을 했다. 

새벽장을 다녀와 가게를 열기에 공부시간이면 그는 자주 졸았고, 조는 아빠 등 뒤에 업힌 셋째 딸 ‘소라’가 포대기 속에서 아빠보다 더 열심히 공부(옹알이)를 했다. 고만고만하던 두 딸 ‘도래’와 ‘미파’도 길가의 가게 앞에서 쪼그리고 놀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 큰딸 도래가 지금 민주당 이인영의원의 부인이다.

출처: 전순란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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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사님이 보스코에게 귀뜸하는 추억. “촌놈에다 걸핏 밤기도에다 늘 후줄근하던 한신 신학생들과는 달리 뽐을 내던 순란. 화전에서 통학을 하기에 수업에 곧잘 지각을 하면서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 ‘또옥또옥’ 소리를 내면서 복도를 걸어오던 발소리에 남학생들이 ‘순란이 온다!’는 말까지 지어냈다.” 더 이상 들통나면 안 될 것 같아 내가 얼른 목사님 말길을 돌렸다. “어쩌다가 가톨릭대 신학생이 채 가버리다니...”라는 말이 나올 차례였으니까.

구례에 사시는 한목사님과 부인 여목사님도 함께 오셨다. 오랜 미국생활에서도 한국의 산골을 꿈꾸던 분들이어서 ‘구례 살이’를 시작한지 3년. 지금도 어려운 학생들에게 수학 과외를 공짜로 해주며 행복하게 사신다. 선구적인 에큐메니즘(교회일치운동)의 선구자이시다. 여목사님은 미국에서 오래오래 빈민사목 특히 노숙자를 돌본 분이며 그 활동 중 가톨릭신자들 특히 레지오 마리애 활동가들과 많이 사귀셨단다. 

출처: 전순란블로그

한목사님도 이목사님도 보스코에 대해서는 잘 안다. 70년대 사회운동권의 교과서였던 구티에레즈의 ‘해방신학’과 (찬성이 서방님이 번역하고 보스코가 출판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목사님은 이미 신학생 시절 감옥도 갖다 왔고 평생 성남에서 민중교회만 했으므로 대형교회의 타락상에 대한 우려가 우리보다 훨씬 더하고 구체적이다. 

그런 교회들은 ‘예수 장사’를 하면서 ‘반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이고, ‘반민족적’인데서 그치지 않고 무엇보다도 ‘반평화적’이고, 가장 심각하게는 ‘반생명적’이라는 지적이다. 오늘 내일 마지막 주말에 판세를 뒤집어 홍준표를 당선시키기로 대형교회 목사들과 그 집단(한기총, 한기연)이 총동원된다는 소문도 나돈다. ‘하느님과 돈을 함께 섬기는 자들은 머지않아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워 둘 중에서 하느님을 내팽개친다’는 게 보스코의 우려다. 

[가톨릭신문에 "5 9 대통령 선거를 위한 신앙인의 영성"이라는 제목으로 보스코의 글이 실렸다: http://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279323]

‘외국에 사는 친구들이 너희 나라 곧 전쟁난다고 난린데 우리는 의외로 평화롭다’니까 이목사님은 ‘태풍의 눈에서는 바람도 없고 하늘도 맑고 적막한 법’이란다. ‘탄핵으로 날아갔어야 할 정당이 저렇게 뻔뻔스럽게 20프로를 받는다니 어쩌면 좋으냐?’는 내 걱정에 ‘박근혜가 저렇게 될 줄 우리가 어찌 알았더냐?’며 '홍준표가 또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저 20프로까지 완전히 깨뜨리기 위함일 것이다.’라고 한다. 그 정치적 채찍이 하느님의 ‘사랑의 매’란다.

출처: 전순란블로그

 

전순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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